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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2009년 1월 어느 아침’을 잊지 않기 위하여

등록 2015-06-21 19:36수정 2015-06-26 01:01

‘용산참사’ 소설·영화·전시 잇따라
“여기, 사람이 있다!”

이명박 정부 2년차에 접어든 2009년 1월의 어느날 아침, 경찰이 농성장 강제진압에 돌입하자 망루에선 이런 외침이 들려왔다. 그럼에도 작전은 강행됐다. 농성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화염 속에서 숨졌다. 용산참사,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재개발사업 현장에서 벌어진 참극이다. 그렇게 무리한 진압작전에 나서야 했을까. 상식적인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현장의 다른 철거민 7명을 기소했고, 법원의 명령에도 3000쪽 넘는 분량의 수사기록 공개를 거부하는 석연찮은 모습을 보였다. 기소된 철거민들은 1년쯤 지난 뒤 대법원에서 징역 4~5년의 형이 확정됐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작전에 대해선 어떠한 사법적 판단도 내려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2013년 10월 당시 진압작전을 진두지휘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을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임명했다.

문화계는 ‘현실의 고통’을 지나치지 못했다. 손아람 작가는 2010년 소설 <소수의견>(왼쪽 사진)을 통해 철거민 농성과 경찰진압 문제를 다뤘다. 용산참사를 모티브로 했지만, 소설은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철거민 대신 철거민의 어린 아들이 숨지는 것으로 바꿨고, 소설의 주요 무대는 사건이 벌어진 농성현장이 아닌 법정이다. 5명의 경찰이 소년을 집단폭행했지만 검찰은 1명만 기소하는 것으로 했다. 현실의 용산에선 국민참여재판이 무산됐지만, 소설에선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법정 공방이 펼쳐진다. 손 작가는 “소설은 용산참사의 실제와 다른 점이 많다. 우리나라 사법 체계가 공정한지 현실을 보여주려 했다”며 “소설을 용산참사 이야기라고 한다면 아직도 진실 규명에 목말라하시는 유족들에게 오히려 미안한 일”이라고 말했다.

용산참사 ‘진상’에 대한 추적은 2012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문>(감독 김일란·홍지유·오른쪽)에서 본격적으로 시도됐다. 영화는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진술 등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꼼꼼히 따졌다. 이를테면 2009년 당시 경찰특공대원들은 문제의 건물 옥상에 올라간 뒤 두 개의 문을 맞닥뜨렸다. 하나는 철거민들이 옥상에 설치한 망루로 통하는 문이고, 다른 하나는 창고로 향하는 문이다. 현장 상황을 잘 몰랐던 특공대원들은 엉뚱하게 창고로 연결된 문으로 들어갔다. 특공대원조차 망루로 가는 방법을 모른 채 투입됐다는 얘기로, 이들조차 무리한 진압작전의 희생양일 수 있다고 지적한 셈이다. 영화는 시민들의 정성을 모아 겨우 개봉했다.

용산참사를 기억하는 문화계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미술인들은 지난 1월 용산참사 6주년을 맞아 ‘여기 사람이 있다’라는 이름의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사건 당시 만든 나규환 조각가의 ‘누명을 쓴 사람’을 비롯해 용산과 인연이 있는 작가 8명의 조각, 그림, 사진 작품이 전시됐다.

안창현 기자

[관련영상] 영화 소수의견

[관련영상] 용산참사 6주기, 여기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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