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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수학천재도 풀기 어려운 ‘사랑 공식’

등록 2015-06-23 19:23

영화 ‘네이든’의 한 장면
영화 ‘네이든’의 한 장면
자폐증 천재소년 성장기 ‘네이든’
실화 바탕으로 제작…25일 개봉
천재의 성공 이야기는 좀 식상할 수도 있다. 좋은 부모와 스승을 만난 데다 자신의 노력이 더해져 나중에 크게 성공한다는 게 이야기의 뼈대다. 거칠게 말해 <빌리 엘리어트>(2001년 개봉)도 춤에 재능이 있는 탄광촌 아이의 성공담이다.

자폐증 수학 천재의 삶을 그린 모건 매튜스 감독의 <네이든>도 어린 천재의 성공담이라는 이야기의 틀을 가져왔다. 수학 천재 영화로는 2002년에 개봉한 <뷰티플 마인드>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영화의 진짜 힘은 ‘성공’보다는 ‘성장과 화해’에 있다.

어린 나이에 일종의 자폐증 증세를 보인 ‘네이든’(아사 버터필드)은 오직 수학에만 관심을 보인다. 그런데 세상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열고 있는 아버지를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잃는다. 반면, 남편을 잃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 ‘줄리’(샐리 호킨스)는 마음의 문을 꽁꽁 걸어잠근 네이든으로 인해 점점 쳐간다.

네이든한테는 행운일까. 어릴 적 수학천재였으나 지금은 마음과 몸의 병을 앓고 있는 ‘험프리스’(라프 스팰)의 개인 지도를 받게 되고, 국제수학올림피아드의 영국 대표팀에 선발돼 대만으로 떠난다. 네이든은 그곳에서 중국 대표팀의 여학생 ‘장메이’를 만나고 수학공식으로 풀리지 않는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

‘성장’. 수학을 빼고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던 네이든은 처음 비행기를 탄다. 자신보다 더 똑똑해 보이는 다른 수학 영재들을 만나고, 여학생과 어울리는 것도 처음이다. 남들은 수학 수업에 매달리는 동안 네이든은 가방을 싸서 홀로 타이베이 시내를 걷는다. 세상을 온전히 홀로 만나겠다는 몸짓은 아닐까. 소년은 여행을 통해 성장한다. 사춘기의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저렇게 성장해 간다면 어른들은 이를 지켜보면서 진정 행복해 질 것이다.

‘화해’. 영화의 또다른 한 축에는 엄마 줄리가 있다. 네이든은 아버지를 잃은 뒤 자신과 엄마 사이에 담을 더 높이 쌓았다. 엄마는 아들을 돕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지만 번번히 아들은 거친 말을 쏟아내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런 아들을 이해하고자 엄마는 이윽고 수학 공부까지 시작한다. 오직 아들한테 한 걸음 다가서기 위해서다. 영화의 막바지에 네이든은 처음으로 엄마 앞에서 눈물을 보인다. 이런 화해의 과정이 약간 작위적이지만, 아들을 향한 노력은 많은 부모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듯하다.

영화의 원제는 ‘엑스 플러스 와이’(X + Y)로, 영화에는 수학공식이 ‘난무’한다. 고등학교에서 인수분해, 미분·적분을 하면서 고생했던 관객이라면 낯설 수도 있지만, 영화 관람에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 수학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영화에서 ‘양의 정수’가 등장할 때 짜릿함을 느낄 수도 있다. “너의 수학은 아름다워”라는 말도 어렴풋이 이해될 것이다. 영화는 감독이 2007년 영국의 어린 수학천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 다큐 <뷰티풀 영 마인즈>에 등장했던 실존 인물 다니엘 라이트윙의 유년 시절 이야기를 바탕으로 삼았다. 25일 개봉. 12살 이상 관람.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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