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십세기폭스 제공
[리뷰]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돈가방 둘러싼 어깨 힘 뺀 범죄극
감각적 연출…이야기 흐름은 뻔해
돈가방 둘러싼 어깨 힘 뺀 범죄극
감각적 연출…이야기 흐름은 뻔해
임상수 감독이 “어깨에 힘을 뺀” 영화로 관객을 찾아온다. 젊은이들의 좌충우돌 범죄극 <나의 절친 악당들>이다. <돈의 맛>(2012), <하녀>(2010), <그때 그 사람들>(2004) 등에서 영화적 재미와 함께 우리 사회의 이면을 드러내온 임 감독의 기존 작품과는 ‘족보’가 좀 다르다.
한마디로 ‘돈가방을 가지고 튀는’ 액션영화이다. 좁은 고시원 방에 사는 인턴사원 ‘지누’(류승범)는 이동 중인 차량을 미행하라는 직장 상사의 지시에 따라 문제의 차량을 뒤쫓는다. 그런데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차량은 부서지고, 견인차 운전자인 ‘나미’(고준희)가 나타나 차를 폐차장으로 끌고 간다.
이날 밤 지누와 나미, 폐차장 일꾼 ‘야쿠부’(샘 오취리)와 ‘정숙’(류현경) 부부 등 네 명이 폐차장에 모인다. 모두 차량 뒷좌석에 수십억원씩 들어 있는 돈가방 세 개가 있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네 사람은 가방을 사이좋게 나눠가지기로 작당한다. 동시에 돈가방 주인 일당의 표적이 된다. 이들은 돈가방을 지키고 “꼰대”들한테 복수하기 위해 스스로 악당이 된다.
영화는 배우 류승범과 고준희의 매력을 최대한 뽑아내는 데 성공한 듯하다. 류승범은 <베를린>(2013년)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해, 낙천적 젊은이를 잘 표현했다. 여주인공을 육체적, 심리적으로 지원하는 ‘좋은 남자’의 전형을 보인다. 고준희는 억울하게 아빠를 잃었지만 맨발로 견인차를 운전하는 거칠고 솔직하고 씩씩한 여자다. 큰 키에 단발머리로 매력을 발산한다. 영화는 아프리카계 범죄조직의 보스인 ‘음부키’(양익준), 입에 욕을 달고 사는 재벌 회장(김주혁) 등 조연들도 적절히 배치해 극의 재미를 더했다.
배우들의 화려한 면면, 감각적인 연출에도 영화는 뭔가 부족하다. 일단 다음 수가 너무 뻔히 보인다는 게 최대 약점이다. 반전은 없다. 액션도 인물 설정 자체가 아마추어들이니만큼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등장인물도 평면적이다. 4명의 착한 악당들이 갑자기 서로 친해져 돈가방을 사이좋게 나눠갖기로 한다는 설정에 대해서도 아무런 설명이 없다. “예전 작품들은 조금 진지한, 어른들을 위한 영화였다. 이번에는 100분 동안 조금도 지루하지 않은 장르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는 임 감독은 “젊은이들이 충분히 즐기면서도 무력감에서 벗어나 반항의 기백을 품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25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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