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꼬마 호랑이가 주인공 단군신화 한국과 인연 있는듯”
“6일 통도사에 가서 큰 호랑이 그림을 봤어요. 그 앞에서 단군설화를 들었는데 내가 영화로 찍은 두 동물이 모두 건국신화에 등장하더군요. 한국과 제가 특별한 인연이 있나봅니다.” <베어>의 감독 장 자크 아노(62) 감독이 호랑이 영화 <투 브라더스>(2004)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두 꼬마 호랑이가 사람들의 공격을 받아 각각 서커스단과 식민지 총독의 집으로 끌려갔다가 한참 뒤 극적으로 조우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투 브라더스>는 동물의 삶에서 휴머니티를 발견하는 <베어>의 따뜻함과 감동을 다시 한번 맛보게 한다. 배우가 아닌 동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드라마를 만드는 작업은 ‘쉽지 않다’는 표현만으로는 한참 미진한 고된 싸움이다. 우리 안에 카메라와 스탭이 들어가고 밖에 연기자(?) 호랑이들을 풀어놓은 다음 그 밖으로 다시 우리를 치는 등 촬영준비부터 까다로운 동물과의 촬영을 그는 “감독으로서 매우 행복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뛰어난 배우와 영화를 만들 때는 감독이 편한 만큼 창조의 영역이 줄어듭니다. 동물과의 작업은 모든 게 감독의 몫이라 힘도 들지만 그만큼 연출 영역이 넓어지고 잘 완성됐을 경우 만족감도 더 크죠.” 아노 감독은 인터뷰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호랑이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포착하는 기술적 과정을 설명하고 호랑이의 표정과 울음소리까지 직접 내보는 등 60대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열정과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캄보디아 왕이 장 자크 아노 감독을 좋아했던 덕분에 보통 촬영이 허락되지 않는 앙코르와트에서 이번 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아노 감독은 데뷔작 <색깔 속의 흑백>이나 <연인>에서 등장시켰던 식민지 배경을 이 영화에서도 중요한 모티브로 삼았다. “영화학교 졸업 직후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카메룬에서 군생활을 했어요. 그곳에서 프랑스 사람들이 어쩌면 이렇게 파렴치한 행위를 할 수 있을까 충격을 받았죠. 이 영화의 교활한 총독은 본국에서는 보잘 것없는 주제에 식민지에서 대단한 사람인 양 구는 속좁은 백인들과 서구국가의 거만함을 코믹하게 드러내는 인물이예요.” 다른 아시아 국가를 갈 때 한국을 경유했던 적은 여러번이지만 방문은 처음이다. “오기 전부터 한국관객들의 열정적인 반응과 환대에 대해서 익히 들었다”는 그는 “바로 이런 점이 칸영화제와 부산영화제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주말에 서울에 가서 한국을 더 많이 둘러볼 참이라고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는 이 노장 감독의 새영화 <투 브라더스>는 내년 1월쯤 한국 관객과 본격적으로 만날 예정이다. 부산/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올댓시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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