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일흔 노장 터미네이터 “아임 백”

등록 2015-06-30 19:38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2029년→1984년→2017년 시간여행
더 강해진 ‘티-3000’ 터미네이터 새로
‘티-800’은 80년대 장면서 추억 자극
이병헌 ‘액체금속 로봇’으로 20분 나와
돌아온 ‘아널드 위한 영화’ 명예회복?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한 장면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한 장면
1984년 나온 <터미네이터>는 에스에프 액션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장을 대중적으로 연 작품이다. 지금 봐선 흔한 설정이지만, 나약한 인간과 천하무적 기계의 싸움이라는 설정, 그리고 시간여행의 배치는 신선했고 2편의 컴퓨터그래픽 사용은 영화 기술의 새 진화를 보여줬다. 3, 4편을 거치며 시들해졌던 이 시리즈가 2015년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감독 앨런 테일러)로 돌아왔다. 4편에서 빠졌던 ‘원조 터미네이터’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영화의 중심에 다시 섰다. 어쩌면 아널드의, 아널드에 의한, 아널드를 위한 영화라고 할 듯하다. 한국 배우 이병헌의 등장은 우리 관객들한테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스카이넷과 기계가 지배하는 2029년, ‘존 코너’(제이슨 클라크)는 인간 저항군을 이끌고 최후의 공격에 나서 스카이넷을 파괴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스카이넷은 패배 직전에 터미네이터를 1984년으로 보내 존 코너의 어머니인 ‘세라 코너’(에밀리아 클라크)를 죽이도록 한다. 이에 존 코너는 자신의 부하이자 아버지인 ‘카일 리스’(자이 코트니)를 급하게 1984년으로 보내 어머니를 보호하도록 한다. 여기까지는 시리즈 1편과 동일하다.

영화의 두 번째 무대는 1984년이다. 카일 리스는 무사히 과거에 도착했지만, 상황은 완전히 바뀌어 있다. 세라 코너는 이미 그녀를 보호하도록 재프로그래밍 되어 과거로 보내진 ‘티-800’(아널드 슈워제네거)의 보호를 받고 있다. 두 남녀와 티-800은 힘을 합쳐 스카이넷이 보낸 액체금속 터미네이터 ‘티-1000’(이병헌)을 가볍게 물리친다. 이병헌은 표정 변화 없는 로봇으로 20분 정도 영화에 등장한다. 대사도 한 마디 있다. 시리즈 2편(1991)의 세련된 반복이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한 장면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한 장면
스카이넷의 탄생을 막기 위해 세라 코너와 카일 리스는 시간여행을 통해 2017년으로 옮겨가는데, 사실 여기가 이번 영화의 진짜 무대다. 부모가 되는 이들 남녀 앞에 존 코너가 갑자기 등장하는데, 존 코너는 이미 스카이넷에 의해 이때까지의 어떤 터미네이터보다 강한 ‘티-3000’으로 변해 있다. 아들이 어머니와 아버지를 막아 스카이넷을 지키는 위치에 선 셈이다. 그리고 티-800과 티-3000이 한판 싸움을 벌인다. 미래와 운명은 지금의 노력을 통해 바꿀 수 있다는 세라 코너의 집념은 영화가 전달하는 중요한 메시지다.

티-800은 많이 늙었다. 기계라도 인공 피부 조직은 세월에 따라 늙는다고 영화에서 ‘고백’하는데, 무릎과 손이 삐걱거리기도 한다. ‘젊은’ 티-3000과의 싸움은 노익장이라 부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어릴 적부터 세라 코너의 보호자로 살아왔기 때문일까. 세라 코너에 대한 부성애가 은근히 배어 있다. 세라 코너와 카일 리스가 같이 있는 모습을 지켜볼 때는, 영락없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위를 보는 아버지의 눈이다.

영화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몇몇 명장면을 곳곳에 배치해 관객들을 유혹한다. 1984년 무대에서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젊은 시절 얼굴을 한 티-800이 등장해 잠시 추억에 잠길 수도 있다. 또 명대사 “아일 비 백”(돌아오겠다)도 다시 등장하고, 귀에 익숙한 음악이 이어진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한 장면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한 장면
이런 갖가지 영화적 장치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지만, 할리우드 시리즈 영화의 한계 또한 고스란히 엿보인다. 기존의 이야기 틀을 바탕으로 삼아 새롭고 강한 적을 등장시키는 것인데,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한테는 조금 뻔해 보인다.

많은 관객들이 최근 개봉한 <쥬라기 월드>(감독 콜린 트레보로)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이 영화도 1993년 나온 1편의 이야기 틀 위에 ‘인도미누스 렉스’라는 더 강해진 공룡을 얹었다. 이번 터미네이터에 티-3000이 등장한 것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40~50대 관객이 추억에 빠질 만한 요소가 많은 점도 유사하다.

이번 터미네이터는 액션 장면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티-3000의 공격으로 통학버스가 다리 난간 밑으로 떨어지는 와중에 티-800이 세라 코너와 카일 리스를 구하는 장면은 2006년 <수퍼맨 리턴즈>와 구조가 같다. 너무 편한 영화 전개가 아닐까. 2일 개봉. 15살 이상 관람.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