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경표류일기’ 의 한 장면
60~70년대 민초들의 ‘동경표류일기’
지금 보면 무척이나 거칠어 보이는 1960~70년대의 만화풍의 애니메이션영화가 나왔다. 당시 고단한 삶을 살았던 민초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기록한 것인데, 관객들은 왠지 지금도 사정은 변하지 않았다고 느낄 듯하다.
<동경표류일기>(감독 에릭 쿠)는 일본 만화가 ‘다쓰미 요시히로’(1935~2015)의 만화 인생을 바탕으로 삼아, 그의 주요 단편 작품 5편을 중간중간에 끼워넣은 영화다. 다쓰미 요시히로는 어린 시절 ‘우주소년 아톰’의 데즈카 오사무를 존경했고, 만화가의 꿈을 홀로 키웠다. 만화가 아이들이 먹는 불량식품 취급을 받던 시절이었는데, 그는 ‘극화’라고 이름 붙인 어른들을 위한 만화를 처음 고안해냈다. 그의 만화에는 세상살이의 희로애락이 온전히 담겼고, 이에 대중은 그의 만화를 사랑했다.
실제 영화에 등장하는 작품에는 전후 일본의 슬픔이 진하게 배어 있다. 처음 등장하는 ‘지옥’ 편은 히로시마 원폭 현장에서 벌어진 비극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다쓰미 요시히로가 개인적으로 가장 아꼈다고 하는 ‘내 사랑 몽키’ 편은 순박하고 가난한 노동자가 기계에 한쪽 팔을 잃고, 기르던 원숭이까지 잃는 이야기다. 1970년대 서울 구로공단 노동자의 삶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영화는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거나 주목을 끌기도 했다. 다쓰미 요시히로는 영화 초반부에 말한다. “(일본 고도 경제성장기에) 윤택함의 파도는 나나 주변의 서민들한텐 좀처럼 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풍조에 대한 노여움 같은 게 마음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걸 작품으로 토해냈습니다.” 2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안창현 기자, 사진 ㈜영화사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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