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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쥬라기월드 ‘짝퉁’도 쓸데가 있다

등록 2015-07-21 19:24

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가짜 블록버스터 ‘목버스터’
<쥬라기 월드>는 한국 박스 오피스에서 550만 관객을 동원한 뒤 서서히 극장에서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15억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2015년 7월 현재 미국 내 박스오피스와 전 세계 박스오피스 ‘역대 순위’에서 4위에 올라섰다.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어벤져스>(2012)를 당연히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쥬라기 월드>가 어느 정도 이상의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예상은 분명히 했지만 이정도의 역대급 흥행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한 이들은 많지 않다. 이 영화의 흥행 성공으로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이들이 엉뚱한 곳에서 발견되는데, 그것은 바로 ‘짝퉁 블록버스터’인 ‘목버스터(mockbuster)’의 제작자들이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 닷컴에서는 현재 <쥬라식 프레이>라는 제목의 영화 디브이디가 판매되고 있다. 미국에서 <쥬라기 월드>가 개봉하고 두 주 뒤에 발매된 이 영화는 한마디로 <쥬라기 월드>의 흥행에 기댄 가짜 블록버스터다.

영화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관객들이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제목에 의한, 혹은 <쥬라기 월드>를 보고 만족도가 높았던 관객들이 ‘비슷한 영화’를 찾을 수 있다는 매출 가능성을 기대한 영화다. 하지만 그 만듦새는 처참하다. 대충 그려서 오려 붙인 것 같은 컴퓨터 그래픽, ‘애니매트로닉스’라는 말을 붙이기도 미안한 ‘모여라 꿈동산’ 풍의 크리쳐들이 난무한다. 시나리오 완성도나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인간의 기본적인 지능을 가진 모든 이들이 사정없이 비웃을 수 있는 수준으로 채워져 있다. 이런 ‘가짜 쥬라식 월드’는 이 영화 한 편만이 아니다. <쥬라식 프레데터>나 <공룡의 섬> 등 누가 봐도 <쥬라식 월드>를 의식한 목버스터들이 여러 편 존재한다.

이런 현상이 단지 <쥬라기 월드>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이런 ‘목버스터’를 대량 생산하는 영화사도 존재한다. 캐나다에 본사를 둔 어사일럼 영화사는 최근 <샌 안드레아스 퀘이크>라는 영화를 출시했다. 물론 관람 뒤 ‘눈이 썩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무슨 이유인지 이런 영화들을 일부러 골라 보는 특이한 취향의 영화광들도 존재하지만, 이런 목버스터 영화들은 최근 의외의 기능을 하고 있다. 바로 ‘불법 다운로드의 방해물’이다.

조원희 영화감독
조원희 영화감독
<샌 안드레아스>가 아직 부가판권 시장으로 가기 전 <샌 앤드레아스 퀘이크>를 해당 영화인 줄 알고 불법으로 다운받아 보며 시간의 낭비를 한 관객들이 적지 않다. 혹은 불법 다운로드를 방해하기 위한 ‘미끼 파일’로 목버스터를 오히려 활용하기도 한다. ‘짝퉁’의 순기능이 존재한다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조원희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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