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의 배두나가 소개팅에 실패하는 결정적 이유는 단 하나, ”다음!”을 고려하지 못한 데 있었다. '삼식이'가 나와도 흥분하지 말고 '두 번째 만남'을 노려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 '린다 린다 린다' 연출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인터뷰
배두나 주연의 일본 영화 '린다 린다 린다'가 국내 개봉 이전에 부산에서 먼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개막에 앞서 예매 시작 첫날 매진이 된 이 영화는 영화제 초반 부산을 찾은 영화팬들의 입에 '강추'작으로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으며 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디오룸에서까지 대여 순위에서 상위에 오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 배우가 출연한 일본 영화라는 게 분명 '흥행 성공'의 장점이었겠지만 관심의 이유는 이것 만이 아니다. 감독은 '바보들의 배'와 '후나키를 기다리며'에 이어 '린다 린다 린다'로 부산영화제에 3년 연속 초청된 야마시타 노부히로(29). 국내에는 정식 개봉작이 없으면서도 매년 영화제를 통해서 조금씩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10일 오전 만난 노부히로 감독은 부산에서의 좋은 반응에 대해 "기쁘다. 배두나의 덕이 큰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한국 영화에 대해 다른 사람 이상의 관심은 가지고 있지 않던 그가 배두나를 캐스팅한 것은 스스로가 그녀의 팬이기 때문이다. '플란다스의 개'를 보고 배두나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졌던 그는 안 될 것으로 예상하고 막연히 캐스팅 제의를 했고 예상 외로 출연 승낙을 받아냈다.
유명 밴드 '블루 하트'의 카피 밴드 '파란 마음'으로 활동하는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서 배두나가 맡은 역은 이 밴드에 보컬로 참여하는 한국인 유학생. 영화는 여고생들의 성장기를 따뜻하게 담아내고 있다.
영화 속 배두나의 캐릭터는 원래 시나리오에는 없던 부분. 감독은 "배두나가 거절했으면 아마 영화의 내용이 지금과 다를 것"이라며 "완성 후 관객 조사를 해 보니 출연 배우 중 배두나의 인기가 가장 높았을 정도로 캐스팅이 성공적이었다"며 흐뭇해 했다.
함께 작업을 한 뒤 새삼 발견하게 된 배두나의 매력은 '자연스러움'이라고. "실제로 보니 '플란다스의 개'에서와 달리 어른스럽더라"며 "자연스럽게 자신과 다른 모습을 그릴 수 있는 게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76년생으로 벌써 다섯번째 장편 영화를 만든 노부히로 감독은 데뷔 이후 줄곧 인디 영화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최근까지도 동물 인형을 뒤집어 쓰고 편의점 앞에서 풍선을 나눠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고 말하는 그는 "영화를 만들어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제약 없이 원하는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다"며 말했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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