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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길가다 마주치는 회사원들 각별해요”

등록 2015-08-26 19:21수정 2015-08-26 21:17

고아성은 “누군가 ‘회사원으로서 공감이 되지만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불편하기도 했다’는 감상평을 해줬는데, 너무 기뻤다”고 했다. 진짜 내 얘기 같다고 느끼면 공감을 넘어 불편함이 올라오는 법. 그는 “이 영화가 많은 사람에게 그런 느낌을 준다면 성공”이라고 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고아성은 “누군가 ‘회사원으로서 공감이 되지만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불편하기도 했다’는 감상평을 해줬는데, 너무 기뻤다”고 했다. 진짜 내 얘기 같다고 느끼면 공감을 넘어 불편함이 올라오는 법. 그는 “이 영화가 많은 사람에게 그런 느낌을 준다면 성공”이라고 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영화 ‘오피스’ 고아성 인터뷰
“<구타유발자들>이나 <악마를 보았다> 같은 느낌의 스릴러물을 엄청 좋아해요. 들어오는 시나리오 중에도 장르별로 보면 스릴러가 가장 많았죠. 하지만 너무 좋아해서 그런가? 고르기가 정말 힘들더라고요.”

고아성(23)은 다음달 3일 개봉하는 영화 <오피스>로 첫 스릴러에 도전했다. <오피스>는 가족을 무참히 살해하고 종적을 감춘 평범한 회사원 김병국이 회사로 들어오는 모습이 폐회로에 찍힌 뒤 사라지고, 그 후 회사 동료들에게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을 담은 공포·스릴러물이다. 고아성은 미스터리한 사건의 한가운데 서 있는 ‘비정규직 인턴 이미례’ 역을 맡아 불안하고 쫓기는 듯한 눈빛 하나로 영화의 음산한 분위기를 주도한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첫 느낌은 ‘슬프다’였어요. 그다음엔 조직생활 깊숙이 숨어 있는 어떤 폭력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다루는 좋은 영화라고 느꼈죠. 공포보다 스토리가 먼저 다가왔다고 할까?” 25일 만난 고아성은 많은 시나리오 중 <오피스>를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애초 시나리오에는 김병국을 비롯한 회사원들의 인간적인 뒷배경이 훨씬 많이 담겨 있었다고 했다. “시나리오 읽고 촬영을 시작할 때만 해도 미례가 아닌 김병국이 주인공인 줄 알았어요.”

평범한 사회생활을 해 본 적 없는 고아성이 ‘회사원의 고단함’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고아성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사람들이 자꾸 ‘회사원 역에 감정이입을 어떻게 했냐’고 물어요. 장애인, 유가족, 미혼모에 심지어 출산 연기를 했을 때도 그런 걸 묻지 않았거든요.”

사무실 배경 스릴러물에서
비정규직 인턴 역 맡아
친언니·대학동기 자문받기도
“극중 역할 성격과 무척 닮아”

그만큼 평범한 역은 더 연기하기 어려운 법이다. 밤 12시에 광화문 한복판에 나가 야근을 끝내고 나오는 회사원들을 관찰하고, 촬영 당시 인턴 생활을 했던 친언니, 대학 동기를 붙잡고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도 길을 가다가 마주치는 회사원들이 각별하게 느껴져요.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오늘은 김 부장한테 혼나지는 않았을까?’ 상상해요.” 자신은 영화 속 이미례와 무척이나 닮아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제가 미례같이 열심히 살지만 답답한 사람에 대해 연민이 있었는데, 영화를 찍으며 그게 ‘자기연민’이라는 걸 알았어요. 저도 성실함이라는 무기 외엔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거든요.”

<괴물>로 ‘1000만 관객 영화’ 타이틀도 있고, 전세계에 개봉한 영화 <설국열차>도 찍고,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고아성이지만 항상 미례처럼 자괴감에 괴로워한다고 했다. “제 안에는 ‘1%의 자신감과 99%의 자괴감’이 있어요. 늘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해 괴로운 거죠. 어느 순간 알겠더라고요. 나는 영원히 내가 원하는 나는 되지 못할 거란 걸.”

고아성은 또래 연기자들과 달리 폭넓은 연기로 좀 독특한 필모그래피를 그려왔다. 주연과 조연을 오가고, 블록버스터급 영화와 저예산 영화도 오간다. 영화를 고르는 그만의 기준은 뭘까? “어릴 때 연기를 시작해 계획 같은 게 없었어요. 오히려 주변에서 ‘이젠 성인 연기를 할 때가 됐다, 이제 멜로도 해야 해’라는 자극과 요구가 왔어요. 그런 매뉴얼이 지겨웠어요. 다 깨버리고 싶어요.” 좋은 시나리오가 오면, 언제든 다시 교복을 입고 여고생으로 돌아갈 각오가 돼 있단다. 물론 “외모가 허락하는 한”.

“비현실적이어서 오직 상상에 의존해야 했던 <설국열차>를 찍고 나니,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영화가 그리워 <우아한 거짓말>을 선택했고, 다시 모든 걸 발산하는 연기를 하고 싶어 <오피스>를 선택했을 뿐”이라는 고아성. 다음 영화는 한국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소재로 한 건강하고 착한 영화 <오빠생각>이다. “여름엔 겨울이 그립고, 겨울엔 여름이 그리운 것과 똑같아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하하.”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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