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이 1100만 관객을 넘겼다. 현실의 사건을 적나라하게 반영한 재벌의 모습과 이를 끝까지 추척해 응징하는 경찰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통쾌해한다. 한겨레티브이 잉여싸롱에선 경찰과 재벌을 취재해온 이완 <한겨레21> 기자를 초대해 영화와 현실을 비교하며 얘기를 나눴다.
김선영: 재벌 역사가 어느덧 3세대까지 오면서 특권의식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과거 재벌범죄가 주로 형사적 차원이었다면 최근에는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전반적 ‘갑질’로 확대되는 경향이다. <베테랑> 흥행의 원인에는 이런 재벌 횡포사를 압축한 시대의 악역 조태오에 대한 공분과 시원한 응징의 힘이 큰 것 같다.
서정민: ‘사이다 영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량감 넘치고 통쾌하다. 막힌 걸 확 뚫어준다. 그런데 사실 이 정도까지 관객몰이를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만큼 사람들 가슴 속에 꽉 막힌 게 많다는 뜻이다. 조태오로 상징되는 재벌, 자본권력으로 막힌 게 많다. 영화를 계기로 사람들이 경제민주화 문제에 주목했으면 한다.
이완: 박근혜 정부 초반에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기대가 컸다. 김승연 한화 회장,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이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실형을 받았다. 이전 같으면 집행유예를 받았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얼마전 이들이 광복절특사 등으로 다 나왔다. 경제민주화의 상징적 사건들이 하나씩 지워져가고 있다. 조태오도 감방에 들어간들 이후 어떻게 될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승한: <베테랑>은 “내 새끼”를 자주 호출한다. 애가 보는 앞이라고 싸움을 하지 않았던 배 기사, 우리 애들은 그런 세상에서 살면 안 된다 말하는 서도철, 몸을 사리라고 주문하다가 제 식솔이 다치자 무섭게 돌변하는 총경까지. “내 새끼”를 구하지 못한 국가와 시대에 <베테랑>이 던지는 화두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