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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웃겨야 천만, 추리는 조금만

등록 2015-09-15 19:01

권상우·성동일 주연의 추석영화 <탐정: 더 비기닝>은 추석과 잘 어울리는 ‘코믹 추리물’이다. 결혼한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깨알 같은 디테일과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두 캐릭터가 돋보인다.  영화인 제공
권상우·성동일 주연의 추석영화 <탐정: 더 비기닝>은 추석과 잘 어울리는 ‘코믹 추리물’이다. 결혼한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깨알 같은 디테일과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두 캐릭터가 돋보인다. 영화인 제공
김정훈 감독 코믹추리극 ‘탐정’

‘쌍끌이 천만’으로 판 커진 영화판
기선제압 ‘사도’에 도전장 내밀어
‘후까시’ 뺀 권상우, 명불허전 성동일
추리보다는 깨알재미로 연속 ‘잽’
추석 극장가 코미디로 잡을 태세
누가 쌍천만으로 이미 커질 대로 커진 ‘판’을 독차지할 것인가?

한국 영화계는 이미 추석 연휴 관객을 겨냥한 ‘추석대전’에 돌입했다. 국내 3대 투자배급사 중 하나인 쇼박스는 16일 송강호·유아인 주연의 묵직한 정통사극 <사도>를 개봉해 ‘기선제압’에 나선다. 이에 맞서는 씨제이이앤엠의 추석 영화는 ‘코믹 추리물’을 표방한 권상우·성동일 주연의 <탐정: 더 비기닝>(24일 개봉). ‘추석엔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코미디물’라는 전통 공식을 그대로 따른 모양새다. 하지만 <통증>(2011) 이후 오랜만에 국내 스크린에 복귀한 권상우와 주연보단 뒤를 받치는 조연에 더 익숙한 성동일의 만남에 “글쎄…?”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권상우·성동일 콤비는 ‘셜록 홈스와 왓슨’처럼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추석 연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프로파일링 동호회장 출신으로 온라인 미제사건 카페를 운영하는 강대만(권상우)은 늘 “내 안에 셜록 있다”를 외치지만, 실상은 찌질하기 이를 데 없는 남자다. 작은 만화방에서 일하며 틈틈이 불알친구 준수가 일하는 경찰서 강력팀을 기웃거리지만 쫓겨나기 일쑤다. 생활비를 주지 못해 아내(서영희)의 ‘모진 잔소리 폭탄’에 시달리는 일이 일상다반사다. 그런 대만을 한심하게 여기며 “똥파리”라고 면박을 주는 형사 노태수(성동일).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며 한때 ‘광역수사대 식인상어’로 불렸다. 하지만 그 역시 지금은 후배 밑에서 뒤치다꺼리나 하는, 자존심만 남은 처량한 신세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대만의 절친이자 태수의 팀원인 준수가 살인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준수의 무죄를 믿는 대만과 태수는 우여곡절 끝에 힘을 합쳐 합동수사에 돌입한다.

<탐정>의 가장 큰 힘은 전혀 다른 듯 비슷한 대만과 태수라는 두 명의 ‘캐릭터’다. 권상우는 “대한민국 학교 다 좆까라 그래”를 외치며 쌍절곤을 휘두르던 <말죽거리 잔혹사>의 ‘후까시’를 빼고 찌질남으로 완벽히 변신한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청춘만화>에서도 코믹 캐릭터를 맡았지만, 이토록 현실적인 ‘생활연기’를 보여주진 않았다. 산더미 같은 분리수거 쓰레기를 안고 음식물쓰레기봉투는 새끼손가락에 건 채 현관을 나서고, 아내의 감시망을 피해 아이를 둘러업고 수사 현장에 나타나 태연히 똥기저귀를 가는 ‘대한민국 대표 근육남’의 모습에 폭소가 터질 수밖에 없다. 성동일도 마찬가지다. “이런 미친놈”이라며 사사건건 대만을 구박하지만, 알고 보면 ‘공처가’일 뿐이다. 집에서는 호랑이 같은 마눌님의 불호령에 사이즈도 맞지 않는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한다. 서로의 실상을 알게 된 둘은 ‘이심전심’을 외치며 본격적인 ‘버디무비’를 완성해간다. 결혼한 남성이라면 대만과 태수의 이 ‘웃픈 현실’에 공감지수 100점을 줄 수밖에 없을 터다. 김정훈 감독은 “영화를 찍지 않을 때 시나리오를 쓰며 집에서 가사를 했던 경험이 녹아 있다. 대만의 80%는 내 얘기다”라는 말로 영화 속 깨알 디테일의 ‘비밀’을 설명했다.

겉멋을 다 걷어낸 두 배우가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서로 주거니받거니 끌고 가는 ‘코미디’는 합격점을 줄 만하지만 ‘추리물’로서는 조금 아쉽다. 이야기가 얽히고설키면서 너무 복잡하다. 상황으로 보여주기보단 말로 설명하는 추리가 많아 관객이 따라가기엔 조금 버거운 지점도 있다. <셜록 홈스>의 ‘홈스와 왓슨’, <조선명탐정>의 ‘김민(김명민)과 서필(오달수)’처럼 한 명이 주도하고 다른 한 명이 뒤를 받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수사의 주도권을 쥐려다 보니 스텝이 엉켜 다소 산만한 느낌이다. ‘공처가 주인공’이 활약하는 외피와 달리 그 안에 싸인 사건이 ‘잔혹한 아내살인’이라는 점도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죽어사는 남자’와 ‘죽이는 남자’의 간극은 사건을 추적하는 전반부와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는 후반부의 결을 확연히 다르게 만들면서 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권상우·성동일 콤비가 빚어내는 ‘깨알재미’는 권투로 따지면 가벼운 ‘잽’의 연속이다. 반면 송강호·유아인의 <사도>는 시종일관 체중을 실은 무거운 ‘훅’을 날린다. 가벼운 잽이냐, 무거운 훅이냐.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후속편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는 김정훈 감독의 말과 달리 <탐정: 더 비기닝>은 제목처럼 본격 ‘사설탐정의 길’로 나선 두 주인공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잽이 통한다면 내년 추석 즈음엔 <탐정> 2편을 만날 수도 있겠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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