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가 개봉 일주일 만에 2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사도세자의 비극적 죽음의 원인을 두고 기존의 당파싸움 희생론보다 부자관계 자체에 집중해 풀어간 방식이 오히려 새롭다. 송강호·유아인의 연기에 대해서도 호평이 끊이지 않는다. 한겨레티브이 잉여싸롱에서 한가위 연휴에 볼만한 영화로 <사도>를 추천하며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다.
김선영: <사도>에서 가장 지배적인 이미지는 사도가 영조 앞에 납작 엎드린 장면이다. 첫 양위파동 때부터 반복되는 석고대죄의 자세는 그대로 훗날 뒤주 속에 구겨진 육체로 이어진다. 그는 죽어서야 다리를 펼 수 있었다. 구구절절한 말 없이도, 엄격한 권좌의 무게 앞에서 주눅들고 억압당한 심약한 인간의 비극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서정민: <사도>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왕족이라는 사람들은 어찌 보면 참 불행한 사람들이다. 피와 골육상쟁이 있고, 형제·부모·자식이 모두 경쟁자이자 정적이다. 저 사람을 없애지 않으면 내가 죽는 거다. 영조도 그랬고. 그렇게 해서 설사 왕이 된다 해도 나라를 다스리면서 엄청난 결정들을 해야 하는데 그 무게감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이승한: “강남·대치·목동 학부모 관람 필수.” 농담조로 말했지만 농담이 아니다. ‘목동 키드’였던 나는 주변에서 “내가 너 때엔 안 그랬는데 너는 이 좋은 환경에서 왜 공부를 안 하냐”며 애를 궁지로 모는 ‘영조’들을 수도 없이 봤다. 과녁을 잃은 채 허공으로 날아가는 화살을 부러워하는 수많은 ‘사도’들이 지금도 조금씩 미쳐가고 있을 게다. 여전히 공부가 국시인 나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