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화성에 사람이 살 수 있나요?

등록 2015-09-29 17:19

영화 ‘마션’의 한 장면.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마션’의 한 장면.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조난과 SF의 만남 ‘마션’
한 선원이 무인도에 홀로 살아남는다. 가혹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용기와 지혜로 생존에 성공하고, 결국 섬을 탈출한다. 300년 전 영국 작가 다니엘 디포는 이런 이야기를 담은 <로빈슨 크루소>(1719)를 통해 인간의 강한 생명력과 존엄성에 찬사를 보냈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2001년 국내 개봉)에서 톰 행크스는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를 연기했다.

영화 <마션>(감독 리들리 스콧)도 ‘한 사람이 홀로 먼 곳에서 살아남는다’는 이야기의 줄거리 측면에서 이쪽 계보에 충실하다. 그런데, 무대가 ‘무인 행성’으로 갑자기 훨씬 더 멀어졌다. 2억2530만8160㎞, 빛의 속도로 12분이 걸린다는 화성에 홀로 남겨진 것이다. 당연히 주인공은 뱃사람이 아니라 ‘우주인’이다.

탐사중 사고로 화성에 남겨진 ‘마크’
수년간 구조 기다리며 홀로 체류
잘만든 SF영화…심리묘사 아쉬워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화성에 보낸 ‘아레스3’ 탐사대는 화성 탐사 중 엄청난 모래폭풍을 만난다. 화성을 재빨리 떠나야 할 상황인데, 탈출선에 올라타는 과정에서 대원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가 멀리 날아가 버린다. 탐사대는 그가 사망했다고 판단하고 떠나버린다. 홀로 남겨진 와트니는 절망 속에서 가만히 죽어갈 것인가. 식량은 30일치 정도뿐이고, 구조대가 오는 데도 몇 년이 걸린다. 더구나 지구에선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영화 초반 30분 정도는 이 지점까지 군더더기 없이 곧장 달린다. 그리고 와트니의 생존 이야기가 길게 이어진다. 식물학자로서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해 화성에서 감자 농사를 짓고, 산소를 만들고, 지구에 자신의 생존을 알린다. 잘 만든 과학드라마로서 매끄럽게 진행된다.

영화 ‘마션’의 한 장면.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마션’의 한 장면.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마션’의 한 장면.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마션’의 한 장면.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마션’의 한 장면.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마션’의 한 장면.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그러나 영화는 정서적, 감정적 측면에서 많이 ‘가볍다’. 와트니는 홀로 남겨진 뒤 며칠 만에 ‘살아야 한다’고 마음 먹고, 여러 사고가 터지지만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지독히 외로울 터인데, 동료 우주인들의 남기고 간 디스코 음악이면 충분하다. 그가 타고난 낙천주의자이거나 국가가 엄청난 돈과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반드시 자신을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위에 수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고립감 속에서 헉헉대는 걸 알고, 또 국가와 사회는 이에 무관심한 우리 현실을 떠올리는 사람은 분명 감정이입에 어려움을 겪으리라. 영화 후반부, 미국과 중국이 그의 구출을 위해 힘을 합한다는 설정은 미-중 관계의 변화된 현실을 담은 것일 터인데 눈밝은 관객한테는 작위적으로 보일 것이다.

이런 사정에도 에스에프영화로서 일정한 만듦새를 자랑할 만하다. <에일리언>(1987), <블레이드 러너>(1993), 그리고 <프로메테우스>(2012)를 연출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실력 덕분일 것이다. 맷 데이먼과 함께 제시카 차스테인(탐사대장)이 함께 활약을 벌인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출연했던 <인터스텔라>(2014)를 떠올리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영화는 <그래비티>(2013) 쪽에 훨씬 더 가깝다. <인터스텔라>가 우주물리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에 견줘보면, <마션>은 막판에 <그래비티>와 같이 무중력 우주공간의 공포감을 포착해냈다. 10월8일 개봉.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