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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이야기 대신 인물에 몰입하는 작품”

등록 2015-10-08 19:23수정 2015-10-08 21:28

영화 <크로닉>. 사진 ㈜씨네룩스 제공
영화 <크로닉>. 사진 ㈜씨네룩스 제공
영화 ‘크로닉’ 미셸 프랑코 감독

환자에 헌신적인 호스피스 간호사
죽음 곁에서 정작 자신은 ‘황폐화’
“관객 처지 따라 다르게 느끼겠죠”
영화가 얘기하는 것이 결국은 성장, 사랑 그리고 죽음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면, <크로닉>(감독 미셸 프랑코)은 죽음을 정면으로 다뤘다. 말기 환자를 돌보는 남자 간호사가 주인공인데, 올해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작품이다.

미셸 프랑코 감독. 사진 ㈜씨네룩스 제공
미셸 프랑코 감독. 사진 ㈜씨네룩스 제공
이 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미셸 프랑코(36) 감독을 8일 오후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만났다. 그는 “환자한테는 헌신적이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공허해지는 인물을 그렸다. 플롯이나 이야기를 쫓아가는 영화가 아닌, 인물 탐구에 집중한 작품”이라고 이 작품을 소개했다. 감독은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을 위해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데이비드’(팀 로스)는 깡마른 나체의 여인을 욕실에서 씻기고 있다. 그는 호스피스 간호사로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돌본다. 영화에는 모두 네 명의 환자가 차례로 등장하는데, 환자와 간호사가 맺는 여러 형태의 관계를 설명해 준다. 어떤 경우에도 데이비드는 숙련된 기술로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환자의 심리적 고통까지 어루만진다.

영화는 감독의 말처럼 별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다.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고, 환자는 결국 죽는다는 얘기가 여러 차례 변주될 뿐이다. 카메라는 거의 고정돼 있고, 배경음악도 없고, 편집도 단순하다.

하지만, 감독은 영화에서 데이비드라는 복잡하면서 모순적인 인물을 성공적으로 창조해냈다. 그는 섬세하면서도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본다. 언뜻 환자의 연인이나 친구, 가족 같은 느낌마저 준다. 환자 입장에선 이토록 헌신적인 간호사를 만난 것은 행운이고, 그래서 ‘행복한 죽음’을 선물받은 셈이다.

그런데 정작 데이비드 자신은 매일 죽음과 질병의 무게로 점점 황폐해진다. 환자 이외의 다른 세상과는 제대로 관계를 맺지 못한다. 침묵은 깊어진다. 결국 영화를 보면서 누군가는 삶을, 다른 누군가는 죽음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입체적이다. 감독도 “관객 자신의 나이와 처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특히 갑작스런 영화의 결말은 관객들을 충격에 몰아넣는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서 감동이 밀려오는 느낌이다. 프랑코 감독은 “독일 작가 브레히트는 갈등을 쉽게 마무리 짓지 말고 관객들이 계속 생각하게 하라고 했다. 보통 영화는 플롯을 잘게 쪼개서 대단원을 향해 가지만, 나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반영화적’인 접근”이라고 말했다.

감독은 2010년 자신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날 당시 할머니를 돌보던 간호사를 보고 이번 영화의 영감을 떠올렸다고 한다. 멕시코 출신인 감독은 영어 대사에 미국 배우와 배경 등으로 미국 영화를 만들었다. “칸영화제에서 팀 로스와 만난 인연으로 그를 주연으로 한 영화를 만들었을 뿐이다. 할리우드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야망은 없다. 오직 관객한테 가슴속 깊은 감동을 주는 영화를 만들 욕심뿐이다.” 영화는 내년 상반기 국내 개봉 예정이다.

부산/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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