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농촌 총각 비하할 생각 없다”

등록 2005-10-13 17:18

폐막작 '나의 결혼원정기' 기자회견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나의 결혼 원정기'가 폐막을 하루 앞둔 13일 수영만 부산시네마테크에서 언론 시사회와 함께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황우현 튜브픽쳐스 대표를 비롯해 황병국 감독, 배우 정재영ㆍ수애ㆍ유준상이 참석했다.

'나의 결혼 원정기'는 서른여덟 살 농촌 노총각 두 명이 우즈베키스탄으로 맞선을 보러 떠나는 이야기. 10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이전 개-폐막작에 비해 관객과 소통이 용이한 대중적인 작품을 찾는 과정에서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김동호 위원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나의 결혼 원정기'를 폐막작으로 선정했을 때 배우 정재영 씨가 (영화제 징크스를 들어) 흥행이 안되는 게 아닌가 걱정했다"면서 "그러나 오늘 영화를 보신 분들의 평이 좋아 걱정 안해도 좋을 것 같다"고 인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농촌 노총각, 탈북자, 산업연수생 등이 영화에 등장한다. 사회 주변부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 까닭은.

▲원래는 탈북자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실제 농촌 노총각들과 우즈베키스탄에 3주간 가 있었는데, 그때 호텔 TV를 통해 탈북자들이 중국에 있는 독일대사관을 넘어가는 모습을 인상 깊게 봤다. 극중 만택(정재영 분)이 난생 처음으로 프로포즈하는 사람이 라라(수애)인데 잘 안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를 뭘로 할까 생각하다가 라라가 탈북자라는 설정을 하게 됐다. 또 실제로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으로 산업연수생이 많이 온다. 우리가 지금 좀 잘 산다고 남의 나라에 가서 신부를 사 오고 또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에게도 과거 그런 모습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황병국 감독, 이하 황)

--유준상 씨는 극중 망가지는 역할을 했는데 어떤 느낌이었나.

▲촬영을 앞두고 희철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야할지 막막했다. 촬영 당일 경북 예천 미용실에서 파마를 했는데 파마약이 너무 세서 이게 과연 다시 풀릴까 고민했다. 한시간 반 뒤에 뽀글뽀글 파마된 내 머리를 보고 자신감이 생겼다. '이 상태로 뭘 못할까' 하는 자신감이 생겼고 그 다음부터는 거울을 한번도 안 보고 연기했다.(유준상, 이하 유)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작업이 즐거웠나.

▲기온이 50도에 육박해 너무 더웠다. 그러다보니 땀을 많이 흘려서 메이크업도 많이 지워졌다. 특히 정재영 선배의 경우는 뛰는 장면이 많아 고생이 심했다.(수애)

--정재영 씨는 극중 의상이 아주 재미있다. 마음에 드는 옷이 있나.

▲밤색 양복 한 벌 정도인데, 내 의상은 거의 다 시골에서 빌렸다. 오늘 영화를 보니까 계속 입고 나오는 밤색 양복이 친근하게 느껴지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다.(웃음)(정재영, 이하 정)

--외국 관객의 눈에는 '한국 농촌 총각들이 그렇게 장가를 못가느냐'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탈북자 문제도 민감하게 다가갈 것 같다.

▲농촌 총각을 비하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상황의 극대화를 위해서 약간 표현 수위를 올린 것으로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내 친구들도 농촌 총각들이 많은데, 결혼 못한 사람들, 그건 사회현상이지 신기해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우즈베키스탄에 취재갈 때는 일행 중에 서울 노총각도 있었다. 또 우리뿐 아니라 일본ㆍ미국ㆍ영국 등 많은 나라가 신붓감을 외국에서 찾아온다. 탈북자에 대해서는, 5~10년 전에 이런 영화가 나왔으면 크게 부각이 됐겠지만 지금은 북한에서 중국으로 일 년에 몇천 명씩 넘어가고 또 한국에 몇백 명씩 들어오는 상황이라 별 이슈가 될 것 같지 않다.(황)

--경북 예천 사투리를 구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지난 겨울부터 감독님 고향인 예천에 가서 친구분들을 만났다. 깜짝 놀랐던 것은 감독님과 20여 년 만에 만나는 초등학교 동창들이지만 바로 어제 헤어진 것처럼 대해주셨다는 것이다. 영화를 찍는다니까 만사 제쳐놓고 우리를 도와주셨다. 개구리ㆍ사슴ㆍ노루ㆍ너구리 등을 잡으며 무척 즐겁게 사투리를 배웠다. 다행이었던 것은 예천 사투리가 부산이나 대구 사투리처럼 일반적이지 않아 좀 틀려도 표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네분들이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유)

▲사투리 연기는 너무 제대로 해도 알아듣기 힘들다. 특히 먼 지방으로 갈수록 60~70%는 못 알아듣는다. 그런 리얼함을 살리다보면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가게 된다. 특히 예천 사투리는 빠르고 건조하고 투박한데 만택의 캐릭터와는 안 어울린다. 만택은 다른 사람보다 반 박자 정도 느린 사람이라 예천 사투리보다 좀 느리게, 충청도나 강원도에 가까울 수 있게 조절했다.(정)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부산=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