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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가을 소름돋는 계절

등록 2015-10-13 20:37

손현주·엄지원 주연의 ‘더 폰’…살해된 아내 살리려는 타임슬립 소재. 사진 각 회사 제공
손현주·엄지원 주연의 ‘더 폰’…살해된 아내 살리려는 타임슬립 소재. 사진 각 회사 제공
‘10월엔 로맨스 영화를’은 옛말
공포·스릴러 영화 연달아 개봉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공기가 선뜩하다. 따뜻한 로맨스 영화 한 편을 기대했다고? 올 10월엔 스릴러와 공포영화가 스크린 장악에 나선다. ‘공포영화는 여름용’, ‘납량특집’이라는 말이 공식처럼 굳어졌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할리우드는 물론 한국 블록버스터 대작들이 혈투를 벌이던 여름 성수기와 추석 연휴가 지나간 뒤, 심장이 쫄깃해지는 스릴러·공포물이 틈새시장을 노린다. 올 가을엔 <숨바꼭질>(2013)로 560만 관객을 동원했던 손현주 주연의 새 영화 <더 폰>, <식스센스>(1999)로 유명한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더 비지트>, <디 아더스>(2001)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리그레션>이 잇따라 관객의 숨통을 조인다. 공포 영화를 커다란 스크린에서 취향에 따라 골라볼 수 있으니 장르영화 팬들로선 좀처럼 누리기 힘든 호사라 하겠다.

■ <더 폰> 한국형 스릴러 <더 폰>은 1년 전 살해당한 아내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 한 남자가 과거를 되돌려 아내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만 하루 동안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잘나가는 변호사 ‘고동호’(손현주)는 2014년 5월 어느 날, 아내의 전화를 무시한 채 술을 마시다 새벽에 귀가한다. 그러나 아내 연수(엄지원)는 피투성이가 돼 살해된 상태. 범인도 잡지 못한 채 죄책감에 몸서리치던 고동호는 정확히 1년 후 죽은 아내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게 된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장난으로 의심하지만, 곧이어 아내가 살해당했던 날의 일이 데자뷔처럼 반복됨을 알게 된다. 과거의 아내와 현재의 남편 사이에 이어진 전화를 통해 ‘과거를 바꾸면 현재가 바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고동호는 범인을 잡고 아내를 되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실 ‘타임 슬립’은 참신한 소재는 아니다. <프리퀀시>(2000), <나비효과>(2004), <소스코드>(2011) 등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를 통해 이미 ‘타임 슬립’에 익숙한 관객은 <더 폰>의 핵심 줄거리를 예상할 수 있다. 감독도 이 점을 의식한 듯, 범인이 누구인지를 일찌감치 관객에게 공개한다. 그럼에도 ‘믿고 보는 배우’ 손현주와 이에 맞서는 배성우의 연기 대결, ‘휴대전화’라는 생활 밀착형 소재가 주는 몰입감은 관객의 심장을 조였다 풀었다 하며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촬영 중 손현주는 갈비뼈를 다치고 손톱이 빠졌으며, 배성우는 인대가 끊어질 뻔 할 정도로 몰입해 연기를 했다고 한다. 영화 후반부에 이야기가 다소 느슨해지고 ‘찰기’가 떨어지는 점은 조금 아쉽다. 22일 개봉.

다정한 조부모가 실은 무서운 존재 ‘더 비지트’…다큐형식이라 더욱 손에 땀. 사진 각 회사 제공
다정한 조부모가 실은 무서운 존재 ‘더 비지트’…다큐형식이라 더욱 손에 땀. 사진 각 회사 제공
■ <더 비지트> <더 비지트>는 언제나 자상하기만 할 것 같은 할머니·할아버지가 가장 무서운 존재가 된다면 어떨까라는 ‘비전형적 설정’으로 공포영화의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영화다. 똑똑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 ‘베카’와 남동생 ‘타일러’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만나러 미국 펜실베이니아 시골로 향한다. 엄마 없이 둘만이 하는 여행이지만, 외가에 도착하자마자 따뜻한 환대를 받는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첫 날 “밤 9시30분 이후엔 방에서 나오지 말라”, “지하실엔 곰팡이가 많으니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한다. 이윽고 밤이 찾아오고 문 밖에선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외가에서 지내는 날이 거듭될수록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행동은 더욱 이상하고 기괴하게 느껴진다.

<더 비지트>는 두 아이가 외가에서 겪은 일상을 촬영한다는 설정으로 1인칭 다큐 기법을 주로 사용한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알이씨> 등에서 사용된, 일종의 ‘페이크 다큐’ 형식이다. 그러나 다큐가 공포가 되는 순간, 관객을 서서히 공포와 긴장으로 몰아넣는 샤말란 감독의 솜씨는 이런 형식적 익숙함을 단번에 뒤엎는다. 북미에서는 올해 개봉 호러 영화 중 오프닝 수익 1위를 기록했다. 15일 개봉.

에마 왓슨 출연 ‘리그레션’ 악마숭배 집단 실화 배경으로 오싹. 사진 각 회사 제공
에마 왓슨 출연 ‘리그레션’ 악마숭배 집단 실화 배경으로 오싹. 사진 각 회사 제공
■ <리그레션> <리그레션>은 1980년대 미국 전역에서 벌여졌던 악마 숭배 의식과 학대 사건이라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 무엇보다 엠마 왓슨의 성인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이 확실한 보너스인 영화다.

1990년 10월, 미국 미네소타. 겁에 질린 소녀 안젤라(에마 왓슨)가 아버지를 성추행범으로 고발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하지만 경찰에 소환된 아버지는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담당 형사 브루스 케너(이선 호크)는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심리학 박사까지 투입해 수사에 임한다. 그리고 이 사건에 ‘악마숭배 집단’이라는 거대한 배후가 있다고 확신한다. 동료 형사와 안젤라의 할머니, 오빠까지도 용의선상에 올려 수사를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혼돈뿐.

관객은 감독이 흩뿌려놓은 작은 단서를 따라 하나씩 하나씩 퍼즐을 완성해나간다. 이 과정은 마치 관객이 형사 브루스와 함께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이 사건을 수사해 나가는 느낌을 준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계속해서 ‘악마숭배’에 관한 기억을 되살려내고, 미디어는 뿌리를 알 수 없는 공포를 연일 확대 재생산한다.

감독은 러닝타임 내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학으로 포장된 최면요법으로 끄집어 낸 기억은 과연 사실인가?’, ‘당신은 사실과 조작을 분별해낼 수 있을 만큼 논리적인가?’

결국 공포는 공포를 부를 뿐이다. 악마는 바로 우리의 마음 속 공포를 숙주 삼아 자라난다. 15일 개봉.

안창현 유선희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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