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경은 중국 아닌 외국
2. 주인공은 도시남녀
3. 할리우드 뺨치는 ‘때깔’
2. 주인공은 도시남녀
3. 할리우드 뺨치는 ‘때깔’
탕웨이(팡유안 역)가 고혹적인 분위기로 긴머리를 흩날리며 서 있다. 남자를 원망하는 듯도, 더욱 사랑하게 된 듯도 한 애절하고 복잡한 눈빛이다. 남자 주인공 리아오 판(펑달리 역)은 다가가서 귓가에 이렇게 속삭인다. “철분제 먹고 철 좀 들까?” 엽기물도 코믹물도 아니다. 15일 개봉한 로맨스물 영화 <온리 유>의 한 장면이다.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온리 유>는 중국에서 리메이크되면서 원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태어났다. 중국의 로맨틱 코미디물엔 중국만의 색깔, 중국 로맨틱 코미디의 법칙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것이 있다.
■ 사랑은 외국에서
<온리 유>에선 결혼을 앞둔 팡유안이 ‘송쿤밍’을 찾아서 갑자기 이탈리아로 떠난다. 중국이 왜 이 영화를 원작으로 택했는지는 분명하다. 외국 여행과 로맨스는 중국 로맨틱 코미디의 중요한 요소다. <쉬즈더원 1,2>(2008년, 2010년), <시절인연>(2013년), <유일개지방지유아문지도>(2015)…. 최근 중국 로맨틱 코미디 흥행 20위권에 드는 영화 중 4편 이상이 외국에서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해외여행이 젊은 세대의 로망이 된 중국의 현실이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책 <요우커 천만시대 당신은 무엇을 보았는가>에선 1인당 국민소득 3000~1만달러 사이를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소비의 마법구간’이라 규정한다. 1인당 국민소득 6000달러를 넘어선 중국에선 교육받고 경제력 갖춘 소황제 세대 젊은 여성들이 여행문화를 이끌어 가고, 영화에선 바로 이들 여성이 로맨스의 주인공이 된다.
■ 주인공은 세련된 도시 남녀
의사, 건축가, 디자이너. 한결같이 전문직에다 외모도 수려하다. 중국 로맨틱 코미디물 주인공들은 마치 1990년대 한국 영화 속 캐릭터를 보는 듯하다. 우연이 아니다.
한·중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브로콜리 픽쳐스 김형옥 대표는 “중국에선 김의석 감독의 영화 <결혼이야기>가 뒤늦게 히트하면서 로맨틱 코미디 붐이 만들어졌다. 또 <엽기적인 그녀>는 베이징 영화아카데미 교재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90년대 소비자본주의의 만개와 더불어 첨단 분야 도시 남녀의 일상을 본격적으로 영화 소재로 끌어들였던 한국의 사례를 중국이 따라 밟고 있다는 얘기다.
관객과 트렌드를 분석하고 기획된 프로듀서 중심 영화가 대세를 이룬 상황도 배경이 됐다. 2011년 나온 <실연 33일>은 3억5천만명이 봤다. 에스엔에스를 통한 마케팅 전략과 더불어 철저히 중국 젊은층의 입맛에 맞춘 기획의 힘이 컸다.
■ 수려한 영상-촌스러운 줄거리
<온리 유>의 서사는 전형적인 로맨스물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팡유안이 송쿤밍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느닷없고 튄다. 하지만 화면은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진화 중인 대륙의 로맨틱 코미디가 현재 다다른 지점이다.
산업적 성장과 정치적 제약이라는 속사정이 깔려 있다. 중국 공산당은 할리우드 영화를 넘어서는 영화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사회적인 제약들이 여전하다. 2013년 중국에서 개봉했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 분노의 추적자>는 하루 만에 상영이 중단됐다. 성기 노출 장면 때문이다. 로맨틱 코미디는 중국 정부의 심의를 우회할 수 있는 안전한 장르지만, 여전히 이야기 전개에 제약이 따른다. 중국판 ‘3포 세대’의 현실을 묘사하거나 비트는 실험은 금단의 영역이다. 반대로 영화 산업의 성장으로 우수한 인력이 몰리면서 기술적 완성도는 높아지고 있다.
대륙 로맨틱 코미디의 미래도 결국 이런 부조화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씨제이이앤엠 이기연 팀장은 “최근엔 로맨틱 코미디 흥행 요소를 두루 갖춰도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로맨스도 점차 삶의 실제감과 공감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은주 기자, 사진 (주)영화사 빅·자료 <2015중국영화제> 제공
영화 ‘온리 유’에 출연한 탕웨이. 사진 영화 ‘온리 유’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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