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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두 소년의 ‘금지된 첫사랑’…그 성장통의 ‘깊은 울림’

등록 2015-10-30 18:47수정 2015-10-31 10:18

프라이드영화제 단막극 ‘보이즈’
프라이드영화제 단막극 ‘보이즈’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프라이드영화제 단막극 ‘보이즈’
이번주부터 2015년 서울프라이드영화제가 시작된다. 올해로 15년의 역사를 맞이하며 성소수자들의 대표적인 스크린 축제로 자리매김한 엘지비티(LGBT) 영화제가 이름을 바꿔 재출발하는 것이다. 전면에 내세운 ‘프라이드’라는 단어는 “엘지비티라는 용어로 다 담아낼 수 없는 성소수자 그룹을 모두 포괄함과 동시에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을 더욱 드높이”는 의미에서 채택되었다. 올해는 특히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판결로 인해 성소수자 인권 운동사에 역사적인 한해로 기록된 만큼 새롭게 시작하는 서울프라이드영화제에도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 상영되는 35편의 영화들 가운데는 이미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으며 입소문이 퍼졌던 티브이 영화, 즉 단막극도 있다. 네덜란드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십대 소년들의 첫사랑과 성장통을 풋풋하게 그려낸 청춘드라마 <보이즈>(원제 ‘Jongens’)다. 15살 시거(헤이스 블롬)는 계주 선수권대회를 대비해 새로 꾸려진 육상팀에서 예측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마크(코 잔드블릿)를 만난다. 서로의 기록과 연습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진 소년들은 점점 우정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솔직하고 저돌적인 마크와 달리 내성적인 시거는 혼란스러워한다.

<보이즈>는 첫사랑, 방황, 꿈, 스포츠 등 성장 서사의 익숙한 소재와 이야기를 섬세한 퀴어 감수성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전형적으로 보이는 이야기 대신, 금기의 두려움과 사랑의 열기 사이에서 흔들리는 시거의 내면, 그리고 두 소년의 교감에만 집중한 연출이 순도 높은 몰입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서로의 앞에서 주체할 수 없는 심장 박동과도 같이, 소년들은 모든 장면 속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전력으로 뛰고, 높이 도약하며, 자유분방하게 헤엄치고, 무언가를 타고 달린다. 시거와 마크가 함께할 때마다 그 질주의 여운인지, 설렘의 반응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떨리는 숨소리가 화면을 가득 메운다. 별다른 설명과 대화 없이도 둘 사이에 오가는 미묘한 감정과 두근거림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끊임없는 움직임과 고민은 또한 청춘의 특성이기도 하다. 육상 트랙의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밖에 모르던 시거가, 때로는 뒤로 달리고 물구나무를 서기도 하는 마크를 만난 뒤부터 정해진 세계를 점차 넓혀가는 모습은 청춘의 성장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시거는 어느새 자꾸만 엇나가기만 하는 형 에디(요나스 스뮐더르스)의 마음도 공감하게 되고, 나이 들어가는 아버지의 고독도 이해하게 된다. 잠들어야 할 순간에서조차 쉽게 눕지 못하고 뒤척이는 숱한 고민의 밤을 보내면서 소년은 비로소 어른이 되어간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보이즈>는 그렇게 완성도 높은 퀴어드라마이자 눈부신 청춘드라마를 그려낸다. 성소수자 드라마도, 진지한 십대 드라마도 좀처럼 만나기 힘든 이곳에서 더 특별하게 다가올 만한 작품이다.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서울프라이드영화제에서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는 두번의 상영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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