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리뷰]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영화는 끝나고 스크린 전체가 검게 변한다. 그러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41)의 거친 숨소리는 영화관 안에 계속 이어진다. 엔딩 크레딧이 나오기 직전에 잠깐 펼쳐진 상황인데, 영화는 이렇게 한 남자의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감독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는 아들을 죽인 자를 향한 아버지의 복수담을 기둥 줄거리로 했다. 어쩌면 간단한 이야기인데, 마지막에 이르는 과정이 험한 산을 한걸음씩 올라가는 것 같다. 관객들까지 힘겹게 느낄 정도로 강렬하다.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은 물을 지 모른다. 디캐프리오는 왜 저렇게 ‘힘든 영화’만 할까.
19세기 아메리카 대륙, 노련한 사냥꾼인 ‘휴 글래스’(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야생동물의 가죽을 위해 사냥에 나선 백인 무리들을 안내해 요새로 후퇴하게 된다. 다른 백인 사냥꾼들에게 딸을 납치당한 인디언 부족의 총공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글래스는 새끼를 지키려는 회색곰의 공격을 받아 큰 상처를 입는다.
19세기 미국 서부 대자연 배경
대사 없이 거친 숨소리만으로
디캐프리오 ‘생존투쟁’ 명연기 이에 동료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는 ‘죽기 전까지 글래스를 돌본 뒤 장례를 치르면 큰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죽어가는 글래스와 함께 뒤에 남는다. 글래스의 아들 ‘호크’와 함께 남은 피츠제럴드는 글래스를 몰래 죽이려 하고, 이를 막으려는 호크의 목숨을 빼앗는다. 그리고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글래스를 땅에 반쯤 묻고 떠난다. 글래스는 아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 사력을 다해 무덤을 기어나온다. 영화는 1823년 회색곰에게 공격당해 다쳤음에도 오지에서 홀로 살아 돌아온 휴 글래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삼았다. 미국 서부의 혹독한 추위, 찢겨진 몸, 인디언 부족의 추적 등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글래스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살아남는다. 한 고비를 넘기면, 다음 고비가 또 찾아오는 식이다. 글래스가 벌이는 기나긴 ‘생존투쟁’을 지켜보는 관객들도 함께 힘이 들 정도다. 긴 상영시간(2시간36분) 동안, 배우 디캐프리오는 대사 없이 거친 숨소리만 계속 내쉰다. 얼음물 속으로 뛰어들고, 눈밭을 맨손으로 기고, 물고기를 생으로 뜯어먹는다. 인디언과 모피사냥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다. 인디언 부족의 습격 장면은 미국식 서부개척영화의 작법으로 백인우월주의를 보이는 듯하지만, 영화는 인디언들이 피해자임을 점차 확인해준다. 당시 큰 돈벌이였던 백인들의 모피사냥은 인간의 또다른 폭력성을 폭로한다. 촬영감독의 성취일 것 같은데, 카메라의 움직임이 신선하고 독특하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장면이 중간에 계속 이어진다. 또는 피사체에 아주 가깝게 들어가는 바람에 카메라에 배우의 입김이 끼기도 한다. 곰의 입김도 카메라에 서리는데, 원 테이크 기법으로 촬영된 곰의 공격 장면은 미국 영화제작 기술에 대한 부러움을 느끼게 만든다. 14일 개봉, 15살 이상 관람.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대사 없이 거친 숨소리만으로
디캐프리오 ‘생존투쟁’ 명연기 이에 동료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는 ‘죽기 전까지 글래스를 돌본 뒤 장례를 치르면 큰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죽어가는 글래스와 함께 뒤에 남는다. 글래스의 아들 ‘호크’와 함께 남은 피츠제럴드는 글래스를 몰래 죽이려 하고, 이를 막으려는 호크의 목숨을 빼앗는다. 그리고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글래스를 땅에 반쯤 묻고 떠난다. 글래스는 아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 사력을 다해 무덤을 기어나온다. 영화는 1823년 회색곰에게 공격당해 다쳤음에도 오지에서 홀로 살아 돌아온 휴 글래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삼았다. 미국 서부의 혹독한 추위, 찢겨진 몸, 인디언 부족의 추적 등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글래스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살아남는다. 한 고비를 넘기면, 다음 고비가 또 찾아오는 식이다. 글래스가 벌이는 기나긴 ‘생존투쟁’을 지켜보는 관객들도 함께 힘이 들 정도다. 긴 상영시간(2시간36분) 동안, 배우 디캐프리오는 대사 없이 거친 숨소리만 계속 내쉰다. 얼음물 속으로 뛰어들고, 눈밭을 맨손으로 기고, 물고기를 생으로 뜯어먹는다. 인디언과 모피사냥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다. 인디언 부족의 습격 장면은 미국식 서부개척영화의 작법으로 백인우월주의를 보이는 듯하지만, 영화는 인디언들이 피해자임을 점차 확인해준다. 당시 큰 돈벌이였던 백인들의 모피사냥은 인간의 또다른 폭력성을 폭로한다. 촬영감독의 성취일 것 같은데, 카메라의 움직임이 신선하고 독특하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장면이 중간에 계속 이어진다. 또는 피사체에 아주 가깝게 들어가는 바람에 카메라에 배우의 입김이 끼기도 한다. 곰의 입김도 카메라에 서리는데, 원 테이크 기법으로 촬영된 곰의 공격 장면은 미국 영화제작 기술에 대한 부러움을 느끼게 만든다. 14일 개봉, 15살 이상 관람.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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