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엔 꿈-어른엔 위안을 주다”
31년 만화인생.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작품 하나쯤은 거들 수 있을 만큼 그는 장수 인기작가이다. 30년 전에 발표한 <각시탈>에서 오늘의 <타짜> <식객>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성업 중인 허영만. 그는 한국현대만화의 작은 역사이자 한 정점이다.
침침한 만화방 구석에서 침 묻히고 있던 어린 독자들에게 일제의 앞잡이들을 무찌르던 <각시탈>의 뛰어난 권법은 한마디로 환상이었다. 기절초풍할 만한 권법으로 동네깡패를 패주고 예쁜 여학생과 사귀는 공상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독자들의 환호에 30권이 넘는 시리즈로 나왔던 <각시탈>은 허영만의 작품 철학인 “만화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의 시작이었다. 이 어린 독자들이 20대가 됐을 무렵인 80년대 중반, <무당거미> <카멜레온의 시>에서 주인공 ‘이강토’는 좀 더 비장해졌다. <무당거미>에서 복수를 위해 25kg이나 감량하고 복싱에 나선 이강토는 매 경기마다 체중조절로 끝없이 고통 받으며 승리를 갈구하고, <카멜레온의 시>에서 강토는 가질 수 없는 욕망의 대상인 ‘장미’와 몰아닥친 불행의 칼날에 점차 극단으로 몰려간다. 어른 독자들은 절망과 비극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한국현대사의 비극인 이데올로기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오, 한강>은 이 시기 가장 빛났던 걸작이다.
‘변화’는 허영만의 또 다른 명제였다. 1994년 발표된 <비트>는 허영만의 오랜 팬들을 놀라게 했다. 허영만의 만화라고 하기엔 전혀 달라보이던 그림들, 변화는 불안을 동반했지만 허영만은 흔들리지 않았다. 날렵한 뉴 페이스의 반항아 ‘이민’과 속도감 있는 연출로 사회에 막 발 딛으려는 세대들의 아픈 성장과정을 성공적으로 그려냈다. 그는 <날아라 슈퍼보드> <망치>로 어린 독자들 곁으로 다시금 찾아갔고, 일일 서정시 같았던 <사랑해>를 툭 내놓기도 했다.
허영만의 방대한 만화세계는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감독들이 오래전부터 눈독 들여올 정도로 중요한 원천이다. 영화와 드라마에서만도 <비트>(1997년)를 비롯해 <48+1> <미스터 Q> <아스팔트 사나이> 등의 작품이 재탄생되며 큰 폭발력을 보여주었다. 만화와 영화의 만남에는 남 다른 친밀감이 있다. 만화의 영화적 상상력을 북돋아주고, 개성있는 캐릭터들의 대립과 갈등을 축으로 하는 스토리 구조는 영화 시나리오에 버금간다.
허영만의 2000년대 대작 <타짜>는 만화의 영화화에 큰 기대를 걸게 하는 기대주이다. 1부 ‘지리산 작두’에서 4부 ‘벨제붑의 노래’까지 4년 동안 연재되며 열독과 아우성을 몰고 온 <타짜>는 인간의 욕망을 정면으로 그린 대작이다. 인생은 한번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억누르고 침묵하는 우리들에게, 사실 ‘노름’쯤 해도 괜찮은 거 아니냐며, 손가락이 좀 잘려도, 가난한 누나의 전 재산을 하룻밤에 날려 죽을 것 같이 미안해도, 사실은 괜찮다며 만화는 우리 인생을 다독거려 준다. 아니 모범생 흉내는 그만 내고 복수는 두 배로 해야 한다며 우리에게 충고한다. 인생은 사실 야수들이 득실대는 밀림 아닌가. 허영만과 스토리 작가 김세영이 일구어낸 이 최고의 작품은 전체 41권을 삼일 밤 꼬박 새워 읽게한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이용철/부천만화정보센터 학예팀장
‘만화-영화’ 가까이, 더 가까이
코믹스, 할리우드-충무로의 보석창고로 <슈퍼맨>에서 <스파이더맨>까지 만화는 늘 새로운 이야기거리를 찾는 할리우드에서 물 좋은 수원지 역할을 했다. 원작으로 활용될 뿐 아니라 아니라 <매트릭스>처럼 표현양식에서 적극적으로 만화가 차용되면서 ‘만화적인’이라는 표현이 영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 올해 개봉한 <씬 시티>에 이르면 아예 영화 자체가 스크린에 옮겨진 만화로 바뀌어버릴 정도로 만화와 영화는 가까워지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의 보석창고, 코믹스=1941년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최초의 실사영화 <캡틴 마블의 모험>이 등장한 이후 코믹스(이야기 만화)는 50년대부터 영화로 꾸준히 만들어져왔다. 주로 초인적 능력을 가진 영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코믹스 중 영화로 성공한 첫작품은 <슈퍼맨>(1978)으로 개봉 당시 1억3천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코믹스 업계의 침체와 애국주의적 영웅에 대한 대중의 식상함으로 별 재미를 못보던 만화의 영화화는 1988년 팀 버튼 감독이 만든 <배트맨>에서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한다. 영웅담이지만 슈퍼맨과 달리 어두운 반영웅적 풍모를 풍기는 <배트맨>은 극장 수익만 2억5천만 달러 이상 거뒀고 갖가지 컴플렉스를 가진 변종 영웅의 도래를 알리기 시작했다. 이런 ‘심난한 영웅’들의 인기는 2000년대 들어 <블레이드> <엑스맨> <헐크> <스파이더맨> 등의 흥행 성공으로 이어졌다. 특히 스스로 ‘쫄쫄이 스타킹’을 빨아입어야 하는 신세의 영웅 <스파이더맨> 1, 2편은 역대 흥행순위 6위와 9위에 올랐다. 이밖에 <스폰> <헬보이> <씬 시티>등이 영웅이 사라진 시대의 ‘마이너리티’ 영웅을 등장시키며 흥행에 성공했다. 또한 <엑스맨>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과 <슈퍼맨> 1편의 리처드 도너 감독을 제작자로 끌어들여 슈퍼맨의 부활을 꿈꾸는 <슈퍼맨 리턴즈>가 제작중이다.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비트>까지=충무로가 본격적으로 만화와 악수한 건 이현세 원작, 이장호 감독의 <공포의 외인구단>(1986)에서다. 제목의 ‘공포’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이장호의 외인구단>으로 제목이 바뀌어 개봉됐던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주제가도 큰 인기를 모았다. 이 영화를 기점으로 이현세의 <지옥의 링>, 박봉성의 <신의 아들>, 허영만의 <카멜레온의 시> 등이 당대 대표 만화가의 작품들이 줄줄이 영화로 제작됐으나 졸속 제작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후 잦아든 만화의 영화화는 허영만 원작, 김성수 감독의 <비트>(1997)가 만들어지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방황하는 10대의 풍경을 그렸지만 연소자 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10대 관객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비트>는 90년대를 대표하는 청춘영화로 손꼽힌다. 충무로 만화 전성시대 열리나=2000년대 들어 충무로는 본격적으로 만화계에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김혜린 원작의 판타지 시대극 <비천무>가 김희선 주연으로 만들어졌으며, 2003년 문화방송에서 드라마로 제작, 방영돼 ‘다모폐인’을 만들었던 방학기의 <다모>가 이명세 감독의 영화 <형사:듀얼리스트>로 새롭게 만들어졌다. 또 같은 작가의 원작인 <바람의 파이터>가 비교적 좋은 흥행성적을 냈다. 특히 올해 들어 만화의 영화화 작업이 두드러진다. 인터넷에 연재됐던 엽기만화 <다세포 소녀>가 이재용 감독의 연출로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으며 <순정만화>로 인터넷 최고 인기 만화가가 된 강풀(강도영)의 작품은 <순정만화>를 비롯해 <아파트> <바보> <타이밍>등 무려 4작품이 동시에 제작 준비중이다. 허영만 원작의 <식객>도 드라마화와 영화화가 함께 추진되고 있다. 김은형 기자
이용철 부천만화정보센터 학예팀장
‘만화-영화’ 가까이, 더 가까이
코믹스, 할리우드-충무로의 보석창고로 <슈퍼맨>에서 <스파이더맨>까지 만화는 늘 새로운 이야기거리를 찾는 할리우드에서 물 좋은 수원지 역할을 했다. 원작으로 활용될 뿐 아니라 아니라 <매트릭스>처럼 표현양식에서 적극적으로 만화가 차용되면서 ‘만화적인’이라는 표현이 영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 올해 개봉한 <씬 시티>에 이르면 아예 영화 자체가 스크린에 옮겨진 만화로 바뀌어버릴 정도로 만화와 영화는 가까워지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의 보석창고, 코믹스=1941년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최초의 실사영화 <캡틴 마블의 모험>이 등장한 이후 코믹스(이야기 만화)는 50년대부터 영화로 꾸준히 만들어져왔다. 주로 초인적 능력을 가진 영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코믹스 중 영화로 성공한 첫작품은 <슈퍼맨>(1978)으로 개봉 당시 1억3천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코믹스 업계의 침체와 애국주의적 영웅에 대한 대중의 식상함으로 별 재미를 못보던 만화의 영화화는 1988년 팀 버튼 감독이 만든 <배트맨>에서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한다. 영웅담이지만 슈퍼맨과 달리 어두운 반영웅적 풍모를 풍기는 <배트맨>은 극장 수익만 2억5천만 달러 이상 거뒀고 갖가지 컴플렉스를 가진 변종 영웅의 도래를 알리기 시작했다. 이런 ‘심난한 영웅’들의 인기는 2000년대 들어 <블레이드> <엑스맨> <헐크> <스파이더맨> 등의 흥행 성공으로 이어졌다. 특히 스스로 ‘쫄쫄이 스타킹’을 빨아입어야 하는 신세의 영웅 <스파이더맨> 1, 2편은 역대 흥행순위 6위와 9위에 올랐다. 이밖에 <스폰> <헬보이> <씬 시티>등이 영웅이 사라진 시대의 ‘마이너리티’ 영웅을 등장시키며 흥행에 성공했다. 또한 <엑스맨>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과 <슈퍼맨> 1편의 리처드 도너 감독을 제작자로 끌어들여 슈퍼맨의 부활을 꿈꾸는 <슈퍼맨 리턴즈>가 제작중이다.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비트>까지=충무로가 본격적으로 만화와 악수한 건 이현세 원작, 이장호 감독의 <공포의 외인구단>(1986)에서다. 제목의 ‘공포’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이장호의 외인구단>으로 제목이 바뀌어 개봉됐던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주제가도 큰 인기를 모았다. 이 영화를 기점으로 이현세의 <지옥의 링>, 박봉성의 <신의 아들>, 허영만의 <카멜레온의 시> 등이 당대 대표 만화가의 작품들이 줄줄이 영화로 제작됐으나 졸속 제작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후 잦아든 만화의 영화화는 허영만 원작, 김성수 감독의 <비트>(1997)가 만들어지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방황하는 10대의 풍경을 그렸지만 연소자 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10대 관객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비트>는 90년대를 대표하는 청춘영화로 손꼽힌다. 충무로 만화 전성시대 열리나=2000년대 들어 충무로는 본격적으로 만화계에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김혜린 원작의 판타지 시대극 <비천무>가 김희선 주연으로 만들어졌으며, 2003년 문화방송에서 드라마로 제작, 방영돼 ‘다모폐인’을 만들었던 방학기의 <다모>가 이명세 감독의 영화 <형사:듀얼리스트>로 새롭게 만들어졌다. 또 같은 작가의 원작인 <바람의 파이터>가 비교적 좋은 흥행성적을 냈다. 특히 올해 들어 만화의 영화화 작업이 두드러진다. 인터넷에 연재됐던 엽기만화 <다세포 소녀>가 이재용 감독의 연출로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으며 <순정만화>로 인터넷 최고 인기 만화가가 된 강풀(강도영)의 작품은 <순정만화>를 비롯해 <아파트> <바보> <타이밍>등 무려 4작품이 동시에 제작 준비중이다. 허영만 원작의 <식객>도 드라마화와 영화화가 함께 추진되고 있다.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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