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리뷰] 영화 ‘데드풀’
악당 퇴치도 개인적 복수일 뿐
웃음 부르는 저질 유머까지
악당 퇴치도 개인적 복수일 뿐
웃음 부르는 저질 유머까지
엑스맨으로 대표되는 미국 만화 ‘마블 코믹스’의 영웅들 가운데 아주 독톡한 ‘놈’이 영화 관객을 찾아온다. 그동안 보아왔던 ‘모범생 영웅’이 조금 지겹다면 제대로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주의하시라. ‘조금’ 질이 떨어지는 화장실 농담이 가득하다. 영화 <데드풀>(감독 팀 밀러)은 시작과 함께 자동차가 질주하는 도로 위 액션 장면이 곧바로 펼쳐진다. 총알 단 12발로 악당들을 물리쳐야 하는데, 공중제비로 솟구쳐 올라 악당 셋을 총알 한 방으로 한꺼번에 쓰러뜨리는 등 갖가지 묘기를 부린다. 빨간색 쫄바지에 두건을 쓴 ‘데드풀’의 이색적인 스크린 등장이다. 영화는 이어 데드풀의 탄생 사연을 풀어낸다. 전직 특수부대원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놀즈)은 푼돈을 받고 일하는 찌질이 해결사이다. 거리의 여자 ‘바네사 칼리슨’(모레나 바카린)과 사랑에 빠지는데, 갑자기 말기암 선고를 받는다. 암 치료를 위해 비밀 실험에 참여했다가, 강력한 신체능력을 갖게 된다. 다만, 초능력을 얻는 대신 얼굴이 아주 흉칙하게 변한다.
데드풀도 헐리우드의 다른 초능력 영웅과 마찬가지로 악당들을 통쾌하게 물리치지만, 두 가지가 완전히 다르다. 먼저 데드풀은 책임감이나 정의감은 손톱만큼도 없다. 악당을 쫓는 것도 개인적 복수의 일종일 뿐이다. 마지막까지 영웅의 길을 거부하고, 그냥 사랑하는 여자친구랑 알콩달콩 살고 싶어할 뿐이다.
또 데드풀은 바탕이 나쁜 건 아니지만 ‘저질’이다. 웨이드 윌슨 시절부터, 데드풀이 되고 나서도 온갖 성적 농담이 넘쳐난다. 영어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그가 입에 달고 사는 미국식 저질 유머에 킥킥 웃음이 나올 것이다. 우리말 자막으로 옮긴 사람이 대견할 정도다. 영화가 끝나고 데드풀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 짧게 흐르는데, 유니콘이 등장하고 이어 무지개가 뜨는 장면은 영화 전체를 한 장면으로 압축한 듯 하다. 이런 사정 탓인지 영화는 기획된 뒤 실제 완성까지 11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라이언 레놀즈는 새로운 캐릭터 창조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찌질한 해결사에서 거리의 여자를 사랑하는 로맨틱 가이로, 말기암에 고통스러워하는 젊은이로, 드디어 수다쟁이 초능력 인간까지 계속 변신한다. 영화에서 음악은 데드풀의 캐릭터 완성을 돕는데,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2015)에서 음악을 담당했던 ‘정키 엑스엘(XL)’의 솜씨다.
다만, 캐릭터 만들기에 힘을 쏟은 탓인지 전체 이야기는 단순함의 함정을 피하지 못했다. 액션도 처음 도로 장면과 마지막에 악당을 물리치는 장면 두 부분이 사실상 전부이다. 악당 ‘아약스’(에드 스크레인)도 별 매력이 없다. 17일 개봉, 19살 이상 관람.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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