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이봉우씨가 대표를 맡은 일본 영화사 시네콰논의 첫 한국 직영극장 ‘씨큐엔(CQN) 명동’ 개장을 위해 리모델링 공사 중인 서울 명동 밀리오레 부근 건물.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시네콰논, ‘씨큐엔 명동’ 개장…투자·제작 참여도
일본 영화사의 직영 극장이 한국에 처음으로 문을 연다. 또 이 극장의 스크린 한 곳은 일본영화만 상영하는 전문관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재일동포 이봉우(45)씨가 대표를 맡은 일본 영화사 시네콰논은 내달 4일 서울에 ‘씨큐엔(CQN) 명동’을 개장한다고 20일 발표했다. 명동 밀리오레 부근에 있던 극장 ‘캣츠21’을 인수해 현재 리모델링 공사 중인 이 극장은 90~140석의 스크린 5개를 갖춘 멀티플렉스다. 시네콰논은 별도로 한국법인을 만들어 극장을 운영하는 한편, 이 법인을 통해 한국영화 투자나 제작에도 직접 참여할 계획이다.
1989년 유럽예술영화 배급사로 출발한 시네콰논은 94년 <서편제>와 2000년 <쉬리>를 일본에서 개봉해 히트시키는 등 일찍부터 한국영화를 일본에 소개해 온 영화사다. 이봉우 대표는 이 때문에 지난 200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시네콰논은 지난해와 올해에도 <오아시스> <살인의 추억> <복수는 나의 것> <남극일기> 등을 잇따라 일본에서 개봉하면서, 이른바 ‘한류스타’ 중심의 상업영화와는 다른, 독특한 한국영화를 소개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최근 들어 일본에서 메이저 영화사들에 도전하는 영화제작사로도 탄탄하게 자리잡았다. <아무도 모른다> <박치기> 등 대중성과 작품성 양쪽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영화들을 제작했고, 지난해엔 시부야에 있는 직영 극장 2곳 외에 도쿄 중심가에 씨큐엔 유락초 극장을 추가했다.
시네콰논 코리아를 책임질 이애숙 이사는 “그동안 시네콰논이 해왔던, 일본에 한국영화를 소개하는 구실은 어느 정도 다 했다고 생각한다”며 “이젠 영화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동시에 한국에 일본영화를 영화에 ‘알맞은 방식’으로 소개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98년 <하나비> 이래 일본영화들이 차츰 한국에 소개되고 있지만, 한국 극장들의 상업논리에 밀려 수입이 돼도 몇 년씩 필름 창고에 쌓여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씨는 “지금까지처럼 수십개관에서 동시개봉해 1주일만에 간판을 내리는 방식이 일본영화에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적은 스크린 숫자라도 몇주 이상 장기상영을 하는 방식으로 일본영화를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3~4개관에서만 영화를 개봉해 몇 달씩 장기상영을 하는 ‘단관계’ 개봉 방식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 이씨는 “일본 영화 제작자들 사이에서도 안정적으로 한국에 신작들을 소개하는 극장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고 전했다.
시네콰논은 1년에 4~5차례 감독특별전 등의 형태로 그동안 한국의 일본영화 수입제한 탓에 소개되지 못했던 일본의 이전 영화들을 상영하는 한편, 그 사이에 일본 최신작들을 들여와 관객들에게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이봉우 대표는 “단순한 양국의 영화 소개가 아니라 진정한 영화교류가 가능케 하는 역할을 시네콰논이 맡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도쿄/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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