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AP 연합뉴스
영화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4전5기’ 끝에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디캐프리오는 28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진행된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함께 후보에 오른 <대니쉬 걸>의 에디 레드메인, <스티브 잡스>의 마이클 패스벤더 등을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디캐프리오가 아카데미상 후보에 처음 오른 것은 스무살이던 1994년이었다.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1993)에서 10대 정신지체 장애아 역을 맡은 그는 아카데미 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상은 그의 차지가 아니었다. 이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1996), <타이타닉>(1997) 등으로 헐리우드의 최고 청춘스타이자, 흥행 보증수표로 떠오른 그는 아카데미 첫 도전 10년만인 2005년 <에비에이터>(2004)로 다시 아카데미상에 도전했으나, 시각장애인 뮤지션 레이 찰스를 연기한 <레이>의 제이미 폭스에게 졌다. 2년 뒤인 2007년 <블러드 다이아몬드>, 2014년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 로 생애 4번째 아카데미 수상에 도전했다.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최고의 연기’라는 극찬을 받아 수상 기대감이 높았으나 트로피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디캐프리오는 지난해 아들을 죽이고 자신을 산 채로 땅에 묻은 동료에게 복수하려는 일념으로 거친 땅에서 살아남은 모험가 휴 글래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레버넌트>에서 눈밭을 맨몸으로 뒹굴거나, 살아있는 물고기를 생으로 뜯어먹는 등 피에 젖은 연기를 했다. 이로 인해 시카고 비평가협회상,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미국배우조합상, 영국 아카데미 등을 휩쓸어 아카데미상 수상이 유력시됐지만, 그의 20여년에 걸친 아카데미 ‘불운’ 탓에 이번에도 장담은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10대 때 출연한 영화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그가 결국 이날 42살의 중년이 되어서야 아카데미상을 차지할 수 있게 됐다.
디캐프리오는 이날 시상식에서 “다른 후보자 모든 분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레버넌트>는 훌륭한 출연진과 제작진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레버넌트의 제작은 자연과 호흡하는 과정이었다. 지난해는 세계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북극에서 얼음이 녹고 있는 해였다. 인류 모두가 직면한 위협이기에 인류가 함께 행동에 나서야 한다. 욕망의 잔치 속에서 목소리가 묻힌 이들에게 힘을 줘야 한다”며 환경보호와 관련된 발언을 했다. 디캐프리오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자신을 ‘영화배우 겸 환경운동가’로 소개하고 있고, 자신의 이름을 딴 환경보호재단도 만들었다. ‘디캐프리오 재단’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세계 기후변화 및 환경보호에 기여한 공로로 상을 받기도 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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