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문3: 최후의 대결'. 사진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영화 ‘엽문3’ 6년만에 관객 찾아
아내 지키는 인간적 면모도 보여
아내 지키는 인간적 면모도 보여
전쯔단(견자단)의 ‘엽문’이 6년 만에 관객들을 찾는다. 영춘권의 위력은 여전하고, 이번에는 인간적으로 더욱 깊어진 쿵푸 고수를 만날 수 있다.
<엽문3: 최후의 대결>(감독 예웨이신)에서 엽문(전쯔단)은 홍콩에 정착해 최고수의 대우를 받으면서 평화롭게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겸손하면서도 올곧은 성품으로 이웃들의 존경도 한몸에 받는다.
그런 엽문 앞에 두 적수가 연달아 나타난다. 암흑가의 우두머리이자 부동산 개발업자인 ‘프랭크’(마이크 타이슨)는 학교 부지를 강제로 빼앗으려 하고, 이에 엽문은 마을 아이들을 위해 학교 지키기에 나선다. 이어 인력거꾼으로 일하는 숨은 고수 ‘장천지’(장진)는 영춘권의 정통을 계승했다면서 엽문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엽문은 두 사람의 도전을 물리치고 마을의 평화와 자신의 명예를 지킬 것인가. 당연히 지킨다.
앞서 엽문은 <엽문>(2008)에서 1937년 일제 강점기를 무대로 일본의 가라테 고수와 승부를 다퉜고, <엽문2>(2010)에서 훙진바오(홍금보)와 원탁 위에서 인상적인 대결을 펼치면서 홍콩에 정착한 바 있다. 1, 2편 모두 전쯔단과 감독 예웨이신(엽위신) 감독이 호흡을 맞췄는데, 이번 3편은 엽문 시리즈의 완결판이라고 한다.
영화는 중반부, 엽문이 홍콩의 건달들을 거쳐 최종적으로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대목은 그동안 이 영화 시리즈가 걸어왔던 길을 되밟는다. <엽문2>에서도 서양 권투선수와 한판 붙는데, 이번에는 타이슨으로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외세에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에서 중국식 애국주의가 느껴진다. 상대와 바짝 붙어 좁은 공간에서 빠른 손과 발로 위력적인 타격을 가하는 영춘권의 묘미를 다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무술영화 애호가라면 와이어액션 없는 사실적 타격감에 푹 빠져들겠지만, 일부 관객은 기시감이나 단순함을 느낄 수 있다. 영화의 무술감독은 <매트릭스>, <와호장룡>, <킬 빌> 등의 위안허핑(원화평)이 맡았다.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영화는 엽문의 인간적인 면모를 표나게 앞세웠다. 아름다운 아내(슝다이린)가 암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엽문은 세상이 뭐라 하든 아내의 곁을 지킨다. 엽문 시리즈를 보면서 나이를 먹어온 30~40대 관객이라면, 뛰어난 무술 실력으로 악당을 물리치는 것보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엽문의 인간적인 모습에 더 깊은 인상을 받을 것이다. 특히, 엘리베이터 안으로 갑자기 들이닥친 악당에 맞서 아내를 보호하는 장면은 엽문 시리즈의 명장면 가운데 하나로 여겨질 것이다. 악당을 물리치는 화려한 무술 실력보다, 병에 걸린 아내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화면 가득 담겼다.
첫 장면과 후반부에 잠깐 ‘리샤오룽’(이소룡)이 등장해 엽문의 제자가 되고 싶다고 나서는 장면은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일 것이다. 엽문(1893~1972)은 이소룡의 실제 스승이며, 이소룡의 절권도는 그의 영춘권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또 엽문의 무술을 현대에 살려낸 전쯔단은 ‘제2의 이소룡’이 되고자 했단다. 황비홍과 함께 중국 무협영화의 최고 캐릭터인 엽문은 이렇게 배우들의 삶에도 깊은 흔적을 새겨놓은 셈이다. 10일 개봉. 12살 이상 관람.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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