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하게 쫓은 폭력시대의 종말
그때 그사람들(K2 밤11시5분)=10·26사태가 벌어졌던 하루를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재구성한 드라마. 1979년 10월26일 오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궁정동 안가를 중심으로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움직임을 스크린에 재현했다. 이 영화는 박정희와 김재규라는 두 인물의 스토리로만 기억되던 10·26 사태 주변에서 의미도 목적도 없이 희생됐던 인물들에게 고루 조명을 비춘다. 안가의 연회 도중 ‘거사’를 결심한 김 부장(백윤식)은 심복인 주 과장(한석규)과 민 대령(김응수)를 끌어들이고 여기에 영문도 모르고 호출된 운전기사와 경호원들이 현장을 목도한다. 영화는 총격사건이 벌어진 뒤 우왕좌왕하는 김 부장을 비롯해 관료들의 모습을 하나씩 비추면서 상식이 존재하지 않던 폭력의 시대가 어떤 식으로 어처구니없이 막을 내리게 됐는지 냉정하게 보여준다. 박정희의 아들인 박지만씨가 개봉 전 제작사를 상대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서 법원이 다큐멘터리가 삽입된 영화의 앞부분을 삭제하라고 명령하는 바람에 절름발이 상태로 개봉을 했다. 이번 텔레비전 방송에서도 이 상태로 방영된다. 19살 이상 시청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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