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의 검열에 항의하는 젊은 연극인들의 공연예술제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 킥오프 행사가 25일 오후 서울 대학로 연구소극장에서 열렸다. 예술인들이 극장 벽에 검열에 항의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 선언
6월부터 5개월간 공연 등 행사
6월부터 5개월간 공연 등 행사
문제는 다시 ‘검열’이다. 25일 젊은 연극인들은 정부의 문화예술인 검열 의혹에 항의해 공연예술제 ‘권리장전(權利長戰) 2016 검열각하’를 연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가 정부에 비판적인 연극인에 대해 지원을 배제하고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공연을 방해하면서 정부의 검열 파문이 촉발됐다. 이어 최근 류재준 작곡가의 서울국제음악제 지원 탈락,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정치적 개입 등이 맞물리면서 검열 파문이 다시 쟁점화하고 있다.
오는 6월9일~10월30일 다섯달 동안 열리는 ‘검열각하’ 행사 동안 20개 극단 21개 작품이 서울 대학로 연우소극장과 야외공간 무대에 오른다. 연극뿐 아니라 예술검열 공부방, 예술검열 격월 토크, 비평 아카이빙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참여 극단들은 이날 공동성명서를 내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자행된 외압, 국립국악원에서의 일방적 프로그램 취소, 부산시가 영화제에 가해온 부당한 간섭과 압력, 각종 정부지원 심의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합리한 탈락”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현 정부의 권력과 자본이 공공의 영역에 가하는 치사하고 유치한 행패에 우리는 극심한 굴욕감과 고통을 체감한다. 하여 우리는 오늘 여기 이 극장 안에서 극장 밖으로의 싸움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검열각하’에는 현재 대학로의 가장 주목받는 극단, 연출, 작가들이 두루 참여한다. 6월9~12일 극단 드림플레이테제21(김재엽 연출)의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을 시작으로 16~19일 극단 신세계(김수정 연출)의 <그러므로 포르노>, 23~26일 극단 달나라동백꽃(부새롬 연출)의 <안티고네>, 30일~7월3일 극단 돌파구(전인철 연출)의 <해야 된다> 등이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이어진다.
지난해 예술위가 지원금을 매개로 검열을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공연예술제는 후원금 모금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4300만원을 목표로 정하고 시민모금사이트 텀블벅(tumblbug.com/projectforright)을 통해 후원금을 받기로 했다. 공동발기인인 윤한솔 연출은 “지난해 박근형 연출과 세월호를 기억하는 안산순례길 행사에 대한 지원 배제 등 검열 사태를 접하면서 창작자들이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정부의 검열뿐 아니라 창작자의 자기검열과 자세 등으로 주제의 외연을 넓혔다. 제작비도 없는데,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극단들을 보면서 검열에 항의하는 열기에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한편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지난 18일 서울특파원 기사를 통해 “한국의 표현 자유가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의 검열로 연극, 영화, 전시 등 한국 문화예술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직·간접적인 응징이 가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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