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새 조직위원장. 연합뉴스
부산시-영화제 집행위, 김동호 조직위원장 위촉 합의
전반적인 정관 개정문제는 영화제 뒤로 미뤄 ‘불씨’ 여전
전반적인 정관 개정문제는 영화제 뒤로 미뤄 ‘불씨’ 여전
세월호 구조문제 등을 다룬 다큐영화 ‘다이빙벨’로 촉발된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등사태가 1년 8개월여 만에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원회 간 합의로 일단락됐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 예술에 대한 자율성·독립성 침해 논란과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영화제의 투명성 요구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올해 영화제 보이콧 등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다.
하지만 부산시민과 영화인들이 맨땅에서 20년간 일궈낸 소중한 결실인 부산국제영화제를 이대로 사장되게 할 수는 없다는 대의에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의견을 같이하면서 올해 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는 영화제 성공개최의 상징적인 인물로 부산영화제를 출범시켜 지금의 위상으로까지 발전시키는데 공로가 큰 김동호 부산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을 새로운 조직위원장으로 위촉하기로 했다.
김 명예위원장은 영화계와 지역에서 두루 신망이 두터운 인사로 2014년 9월부터 끌어온 영화제 갈등사태를 원만하게 봉합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국내외 영화계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누구보다도 올해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이끌 적임자로 꼽힌다.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는 김 명예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위촉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정관만 이달 중으로 개정하기로 했다.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맡아 온 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민간에 이양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정관 개정만 우선 처리하고, 부산국제영화제의 향후 발전을 이끌 변화와 혁신을 담은 전반적인 정관개정 문제는 올해 영화제 이후로 일단 미뤘다.
이 같은 합의를 바탕으로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일단 외형적으로는 정상적인 개최를 할 수 있게 됐다.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 부산시민, 영화계의 하나된 목소리에다 김동호 새 조직위원장의 리더십과 영향력이라면 5개월의 시간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영화제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는 올해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뒤 부산국제영화제의 향후 20년 발전을 위한 전반적인 정관 개정 문제는 올해 영화제가 끝난 11월부터 집중 논의해 연말까지 합의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는 새로운 정관에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은 철저히 보장하고, 그에 따른 책임성은 강화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또 시민과 전문가로 구성한 평가위원회를 만들어 지역 참여성과 전문성을 높이기로 했다.
지금의 불합리한 의사결정구조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예산편성과 결산 시기를조 정하는 한편 검사와 감독규정도 명문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처럼 큰 틀의 정관개정 방향에는 합의를 했지만 세부 규정 손질 작업에 들어갈 경우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원회 간 이견이 완전히 해소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합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영화인연대 등 영화예술계를 대표하는 단체 등에서 이를 인정할지도 장담할 수 없다.
부산 시민단체와 지역 문화예술인, 부산시민 등도 부산영화제의 새로운 출발에는 이견이 없지만 구체적인 사항에서는 또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이 모든 우려를 불식하고 부산국제영화제가 앞으로의 20년 발전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담기 위해서는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원회의 노력에 더해 김동호 새 조직위원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산영화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김 위원장은 영화계의 요구와 부산시의 주장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내야 한다.
부산시와 영화계도 정관 개정의 큰 방향대로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전폭적으로 받아들이고 따를 때 이번 합의가 부산국제영화제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부산지역 문화계 한 관계자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며 “부산시와 영화계 모두 부산국제영화제의 발전만을 생각하는 초심으로 돌아가 정관개정 작업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영화제 이후로 미뤄놓은 정관개정 작업이 차질을 빚거나 무산될 경우 이번 합의는 올해 영화제를 개최하기 위한 미봉책에 그쳤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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