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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서정의 쏴라 - 웃음보 쏴라

등록 2005-10-26 17:47수정 2005-10-27 15:49

가을엔 멜로? 서부극 두편 ‘도전장’-오픈 레인지, 황야의 마니투
가을엔 멜로? 서부극 두편 ‘도전장’-오픈 레인지, 황야의 마니투
[영화] 오픈 레이지 · 황야의 마니투

오랜만에 서부영화 두편이 개봉관을 찾는다. <늑대와 춤을> <와이어트 어프>의 카우보이 케빈 코스트너가 서부극 <오픈 레인지>(27일 개봉)로 돌아왔다. 이 영화가 ‘정통’ 서부극의 계보를 잇는다면, 독일 영화 <황야의 마니투>(28일 개봉)는 독일어를 쓰는 총잡이라는 설정만큼이나 뜬금없고 황당한 서부극의 코믹변주다.

<오픈 레인지>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를 연상시킨다. <워터 월드>와 <포스트맨>으로 형편없이 찌그러진 케빈 코스트너와 작가 반열에 오른 이스트우드를 비교하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오픈 레인지>는 두 전작으로 망가진 코스트너의 위신을 어느 정도 복원시켜줄 만한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용서받지 못한 자>에 비하면 낭만주의가 많이 남아 있지만 자신이 몸 담았던 세계에 환멸을 느끼는 쇠락한 총잡이 주인공, 그리고 사실적인 총격전 연출 등은 두 영화를 겹쳐 보이게 한다.

총잡이 생활을 은퇴한 뒤 ‘보스’(로버트 듀발)와 소떼를 몰면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찰리(케빈 코스트너)는 한 마을의 악덕 농장주(마이클 갬본)와 농장주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보안관과 부딪히게 된다. 이들의 공격으로 동료가 죽자 보스와 찰리는 전면전을 선포하고 오랫동안 녹슬어 있던 총을 장전한다.

농장주와 찰리 일행의 갈등이 진행되는 앞부분은 다소 쳐지지만 <오픈 레인지>의 클라이맥스인 총격전은 이를 상쇄시킨다. 백발백중이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총구에서 나온 총알은 좀처럼 상대방의 급소를 뚫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헛발만 날리는 총격전이 길게 그러나 긴장감 있게 이어진다. 이것이 서부극의 상투적인 판타지를 깨면서 드라마의 사실성을 보완한다. 뒷부분에 이어지는 찰리와 마을 간호사 수(아네트 베닝)의 로맨스는 군더더기같지만 아네트 베닝의 근사한 미소로 나름의 무게감을 얻는다.

독일 영화 <황야의 마니투>의 무대는 미국 서부영화 속 서부와 닮은, 실제로는 어딘지 불분명한 ‘서부’다. 거기서 토착민들이 독일어를 쓰고 멜로와 뮤지컬 장르까지 천연덕스럽게 버무렸으니, 이름하여 ‘펑키 웨스턴’이다.

아파치족의 마지막 추장 아바하치(미카엘 헤르비그)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백인 총잡이 레인저(크리스티안 티라미츠)와 의형제를 맺는다. 두 사람은 부족의 미래를 위해 창업을 모색하고, 토끼부족의 황금을 빌려 술집을 내기로 한다. 하지만 악당의 속임수에 넘어가 황금을 날리고 토끼부족에게 쫓기게 된다. 두 사람은 빚을 갚기위해 ‘마니투의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나고, 이 길에 아바하치의 쌍둥이 형인 게이 위니터치(미카엘 헤르비그)가 동행한다.

<황야의 마니투>는 2001년 독일 개봉 당시 12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히트작이다. 하지만 감독·각본·제작·주연·조연 등 1인5역을 소화해낸 미카엘 헤르비그의 독일식 유머감각이 한국에서도 그대로 먹힐지는 의문이다.


“월마트에서 하나 산 게(도끼가) 보증기간 지나자마자 깨졌다” 식의 황당한 멘트들이 간혹 웃음을 자아내지만, 기대했던 박장대소는 터질듯 말듯 좀처럼 터지지 않는다. 제대로 웃기기에는 이미 살짝 식상한 유머들인데다, 한 박자씩 늦거나 늘어지기 때문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영화랑·백두대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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