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성수기…영화보다 재밌는 대진표
블록버스터 ‘부산행’ 첫 스타트
160억 들인 ‘인천상륙작전’
9년만에 돌아온 ‘제이슨 본’
7월 말 동시 출격하며 관객몰이
8월 초중순 반전을 꿈꾸는
‘터널’ ‘덕혜옹주' 대결 가능성
블록버스터 ‘부산행’ 첫 스타트
160억 들인 ‘인천상륙작전’
9년만에 돌아온 ‘제이슨 본’
7월 말 동시 출격하며 관객몰이
8월 초중순 반전을 꿈꾸는
‘터널’ ‘덕혜옹주' 대결 가능성
때론 영화 그 자체보다도 대진표가 흥미롭다. 극장가 최고 성수기인 7~8월을 앞두고 진용이 짜였다.
<부산행>으로 시작해 <인천상륙작전>과 <터널>을 거쳐 <덕혜옹주>로 달리게 될 한국 대형영화들이 출격 채비를 마쳤다. <나우 유 씨 미2>(7월13일), <제이슨 본>(7월28일) <수어사이드 스쿼드>(8월4일) 등 전작과 원작의 흥행을 업고 달릴 외화들도 개봉일이 결정됐다. 쌍천만에 들떴던 지난여름을 기억하는 한국 영화와 예전보다 더 큰 화력을 장전하고 돌아온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전력을 점검해본다.
■ 첫 출발은 ‘부산행’ <명량>(2014년 7월30일 개봉), <암살>(2015년 7월22일 개봉) 등 최근 2~3년 새 여름마다 천만영화가 나오면서 개봉일을 둘러싼 자리다툼도 치열했다.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일찌감치 7월20일, 지난해의 <암살>을 잇는 자리를 선점했다.
한순호 영화마케터는 바로 이 ‘자리’가 중요하다고 본다. “<해운대>는 우리나라 최초의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자리잡은 결과 큰 성공을 거뒀다. <부산행>은 첫번째 여름 블록버스터면서 첫번째 한국형 대형 좀비영화로서 ‘첫 주자’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행> 배급사 뉴의 박준경 영화사업부 이사는 “또 다른 최초 기록도 있다. 실제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속 300㎞로 달리며 미리 촬영한 풍경을 촬영 현장에서 300개의 후면 영사 엘이디(LED) 패널에 쏘는 방식을 도입한 것도 처음”이라며 흥행 성공을 자신했다. 영화평론가들 사이에선 애니메이션 출신 감독이 실사 영화에서 성공하긴 어렵다는 우려와 <부산행>이 공간의 속도감과 폐쇄성을 제대로 살린 만큼 올해 가장 많은 관객을 싣고 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 ‘인천’과 ‘제이슨 본’ 빅매치 7월 마지막주엔 올해의 빅매치가 열린다. 160억원 제작비에 할리우드 스타 리엄 니슨이 맥아더 역으로 출연하는 영화 <인천상륙작전>과 9년 만에 돌아온 본 시리즈 <제이슨 본>이 같은 날 개봉한다. 지난해엔 <암살>이 7월 셋째 주에, <미션임파서블5 로그네이션>이 그 다음주에 개봉하면서 극장가가 한국 영화와 외화 관객으로 나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2주 뒤 <베테랑>이 나왔다. 올해는 <부산행> 개봉 바로 다음주에 올여름 최대 블록버스터인 두 영화가 나란히 시작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의 전세를 바꾸어놓은 결정적인 전투 묘사에 더해 두 명의 병사가 전선의 마지막을 사수한 영흥도 첩보전 등의 실화를 아우르며 비운의 영웅들을 재조명하는 내용이어서 한국적 영웅 스펙터클의 여러 요소들을 고루 포괄할 것으로 보인다. <제이슨 본>을 배급하는 유니버설픽처스는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주연 맷 데이먼의 결합만으로도 ‘본 시리즈’의 40~50대 팬을 우선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한다. 제작자 프랭크 마셜은 미국에서 내부 시사를 마친 뒤 “이번 영화는 본 시리즈 중 최고의 추격신을 보여줬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극장가에선 <인천상륙작전>의 흥행 성공을 점치는 전망이 우세하다. 영화평론가 이용철은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으로 보면 <인천상륙작전>은 <명량>(1760만), <국제시장>(1420만), <히말라야>(770만)와 비슷한 기조의 영화”라며 “올여름 가장 흥행 가능성이 높은 영화”라고 예측했다. 한순호 마케터도 “최근 <포화 속으로>(338만), <연평해전>(604만) 등 보수정권 아래에서 보수적 영화가 잇단 흥행을 거두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로 그 부분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용철 평론가는 “한국전쟁이 지금 세대에겐 너무나 멀게 느껴지는 역사고, 맥아더가 친근감을 느끼기 어려운 영웅상이라는 점은 약점”이라고 꼽았다. 한순호 마케터는 “남북한 대결구도나 보수적 기조에 젊은 관객이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다. 반공영화가 아니라 대규모 전쟁 블록버스터로 포장하는 것이 영화의 살길”이라고 말했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 권미경 한국영화사업본부장은 “<명량>의 경우에도 사건 자체는 누구나 알지만 실제 전투가 어떻게 벌어졌는지 모르는 관객이 많았던 것처럼 <인천상륙작전> 또한 우리 국민 누구나 아는 사건이지만 어떻게 작전이 성공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스크린을 통해서 궁금증을 풀려는 관객들이 많을 것”이라고 흥행을 기대했다.
■ 여성 관객 노리는 ‘덕혜옹주’ 8월엔 지난해 <베테랑>의 성공을 꿈꾸는 새로운 영화들이 찾아온다. 조선의 마지막 황녀 이덕혜를 배우 손예진이, 덕혜옹주를 고국으로 데려가는 임무를 맡은 독립운동가 김장한을 박해일이 연기하는 <덕혜옹주>는 8월 첫 영화다. 베스트셀러 원작에 <8월의 크리스마스> <외출>의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에 대해선 낙관과 비관이 엇갈린다. 한순호 마케터는 “상업영화 성수기에 무거운 주제 역사극은 불리하다. 한-일 관계 이슈가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비관 쪽에 섰다.
그러나 이 영화가 성공한다면 여성 단독 주연 영화의 새로운 성공 사례를 남길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 또한 높다. 투자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는 500명 여성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 조사에서 “올여름 가장 보고 싶은 영화 1위로 뽑혔다”며 극장가의 핵심층인 여성 관객들을 중심으로 관객몰이에 나설 예정임을 시사한다. 다른 영화들보다 인지도가 높다는 점도 유리하다. 허진호 감독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은 것을 느낀다”며 “영화는 실제 인물이 주는 감동의 울림을 바탕으로 소설보다도 액션이 많이 더해졌다”고 말했다.
■ ‘터널’에서 새 강자 만날까 8월 초·중순 개봉하는 <터널>은 <덕혜옹주>와 대결할 가능성이 높다. <터널>에선 배우 하정우가 갑자기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한 남자로 나오며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이 집요한 재난의 서사를 그려낸다. 배두나, 오달수 등 터널 바깥의 배우들도 흥행 요소다.
터널 안 남자의 사투 못지않게 터널 밖에서 재난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중요한 영화라는 것 외엔 <터널>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투자배급을 맡은 쇼박스 김도수 한국영화본부장은 “퇴근길에 갑자기 무너진 터널 안에 갇힌 평범한 가장과, 그를 구하기 위해 터널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줄 것”이라며 “현실적인 재난 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용철 평론가는 “배우 하정우는 <터널>의 강점이자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작 <더 테러 라이브>처럼 재난 속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힘을 보여준다면 성공하겠지만 적어도 영화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밀폐된 공간의 느낌이 배우를 압도한다면 외면당할 가능성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재난에 질식당하지 않고 사회 안팎의 풍경을 그려내는 새로운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올여름, 막판까지 극장에서 눈을 뗄 수 없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각 배급사 제공
영화 <부산행>
영화 <인천상륙작전>
영화 <덕혜옹주>
영화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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