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워즈>에서 ‘로봇 아르투-디투’(R2-D2·오른쪽) 역으로 유명한 배우 케니 베이커(왼쪽)가 13일 별세했다. 향년 81.
베이커를 간병하던 그의 조카 드루 마이어스코프는 그가 영국 프레스턴 자택에서 수년간 앓아온 숙환으로 숨졌다고 이날 확인했다.
신장 1.1m인 베이커는 1977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원조 ‘스타워즈’에서 원통 로봇 아르투-디투로 분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원통 로봇 속에서 그는 한마디 대사도 없고 얼굴도 드러내지 않았으나, 몸짓과 신호만으로도 감정이 이입되는 로봇 연기를 완벽하게 펼쳤다. 아르투-디투와 함께 등장한 시-스리피오(C-3PO)는 그 뒤 ‘스타워즈’ 시리즈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영국 버밍엄에서 태어난 그는 16살 때인 50년 서커스의 광대와 팬터마임으로 공연 활동을 시작했다. 77년 아르투-디투 배역을 제안받은 그는 애초 감독 조지 루커스에게 “로봇 안에서 갇혀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거절했다. 하지만 루커스가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없고, 당신만이 할 수 있다”고 호소하자 못내 승낙했다. 그는 “(로봇) 안에 들어가자, 그들은 나를 삶은 계란처럼 뚜껑을 닫아버렸다”고 회상했다.
베이커는 <엘리펀트 맨>, <시간 도둑들>에도 출연했다. 그는 ‘배우’보다는 ‘공연자’라는 호칭을 좋아했다.
그는 ‘스타워즈’ 마지막 시리즈 <깨어난 포스>에서는 아르투-디투 역을 다른 이에게 양보하고 자문을 맡았다.
‘스타워즈’를 제작한 루커스필름 회장 캐슬린 케네디는 그를 애도하는 성명에서 “아르투-디투가 없다면 스타워즈도 없다”며 “케니는 아르투-디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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