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련 설정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는 상영이 불허된 <고스트버스터즈>. 컬럼비아픽처스 제공
#1. <고스트버스터즈>에서 애비(멀리사 매카시)는 중국집 배달부에게 화를 내며 등장한다. 배달된 만둣국 속에는 만두가 고작 하나 둥둥 떠 있다. 새롭게 결성된 ‘고스트버스터즈’가 사무실을 얻어간 곳은 그 중국집 2층이다. 영화의 끝 장면 ‘칭다오’가 새겨진 건물을 훑고 내려오면서 임무를 마친 ‘고스트버스터즈’ 팀들을 비춘다. 애비는 임무 수행의 선물로 만두가 가득 들어 있는 만둣국을 배달받는다.
#2. <인디펜던스 데이: 리서전스>의 달기지 사령관과 그의 조카 레인(안젤라베이비)은 중국인이다. 둘은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레인은 실력으로 외계인 대항 비행팀에 소속되고 팀 내의 백인 조종사와 러브라인이 그려진다. 우주인 기지의 상품에는 영어와 함께 중국어가 쓰여 있다.
3년 안에 미국을 누르고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영화시장에 대한 할리우드의 ‘구애’는 오래되었다. <쿵푸팬더>처럼 일찌기 중국 시장에 맞는 소재를 개발한 경우가 있고, 2014년의 <트랜스포머4>는 스토리가 망가지는 것을 불사하고 중국 현지 촬영 장면과 중국인들의 활약상을 집어넣는 등 중국 시장 입맛에 맞게끔 영화를 만들었다. 지난해 개봉한 <마션>에서도 중국은 화성에 홀로 남은 미국 우주인의 구조를 적극적으로 돕는 존재로 묘사된 바 있다. 이밖에도 할리우드 영화사 쪽은 중국 쪽의 배급 승인을 받기 위해 만리장성을 부수는 장면을 들어내거나(<픽셀>), 중국에 대한 부정적 언급을 삭제(<월드워Z>)하는 등 대본을 수정하고 편집하는 경우가 잦았다.
결과적으로 <트랜스포머4>는 중국 흥행 수익(3억2000만달러)이 미국 흥행 수익을 앞서면서 할리우드를 미소짓게 했다. 하지만 최근의 사례를 보면 이런 구애에도 중국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중국 시장을 겨냥한 설정 등을 넣은 <인디펜던스 데이: 리서전스>는 중국 흥행에 실패했고 <고스트버스터즈2>는 중국 내 상영이 아예 불허되었다.
<인디펜던스 데이: 리서전스>의 경우 중국 마케팅 전문가들의 지침에 따라 스토리의 추가나 수정이 이뤄졌다고 미국 온라인 전문지 <아이비타임스>(IBTimes)가 지난 6월 분석한 바 있다. <인디펜던스 데이> 1편은 중국에 할리우드 영화가 상영되기 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전혀 모르는 영화다. 중국 마케팅 전문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인은 ‘롤란트 에머리히(감독), 폭발, 홍콩 배우 안젤라베이비’에 관심을 보이니 이를 강조하라”는 마케팅 포인트를 지적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인디펜던스 데이2>는 7월 말 중국에서 8000만달러에 못 미치는 흥행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고스트버스터즈>도 중국집 2층으로 사무실을 옮기는 등 중국에 대한 구애로 볼 수 있는 대목들을 삽입한 데 더해 중국 제목에서 귀신을 뜻하는 단어를 빼기까지 했지만, 중국 당국은 결국 ‘미신 조장’을 이유로 상영 불허 결정을 내렸다. 중국 검열 당국은 ‘유령’ ‘귀신’ 등이 직접 등장하는 콘텐츠 상영을 불허한다.
임대근 외국어대 교수(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는 “중국 영화시장은 외국 영화 수입 편수 제한, 세 차례에 걸친 당국의 검열 심사 등 여러 형태의 ‘문지방’을 두고 있기에, 외국 영화들도 이에 맞추다 보면 상상력이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사례들은 할리우드조차 중국 시장의 눈치를 보는 현실을 보여준다. <고스트버스터즈>의 결말 부분에서 애비는 만두가 가득한 만둣국을 보고 “내가 원하는 것은 적절한 비율로 만두가 들어 있는 만둣국”이라고 항의한다. 중국에 비위 맞추는 할리우드 영화를 향해 관객들이 하고 싶은 말도 비슷할 것 같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중국에서 인기 있는 홍콩 배우 안젤라베이비(사진)를 캐스팅하고, 외계인 퇴치의 주요한 파트너로 중국을 등장시키지만 흥행에 실패한 <인디펜던스 데이: 리서전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