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그렇다면 당신은, 적인가 동지인가

등록 2016-08-28 20:42수정 2016-08-29 17:32

김지운 감독 ‘밀정’ 내달 7일 개봉
누구도 믿지 말라. 미래가 불확실한 일제강점기 누구도 믿지 못하는 시대가 추리극의 형태로 재현된다. 왼쪽부터 김우진 역의 공유, 하시모토 역의 엄태구, 이정출 역의 송강호.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누구도 믿지 말라. 미래가 불확실한 일제강점기 누구도 믿지 못하는 시대가 추리극의 형태로 재현된다. 왼쪽부터 김우진 역의 공유, 하시모토 역의 엄태구, 이정출 역의 송강호.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김지운 감독, 송강호·공유 주연의 기대작 <밀정>이 공개됐다. 최근 블록버스터 한국 영화들이 즐겨 다루는 일제강점기가 배경이다. 아나키스트 독립운동단체 의열단 단원들이 중국 상하이에 모은 폭발물을 경성으로 밀반입하려는 작전이 주요한 줄거리다. <아가씨>의 시대를 재현하려 한 미학적 욕심이 느껴지는 <밀정>은 추리극 형식에 지난해 천만 영화 <암살>의 시대적 슬픔과 액션을 담았다. 영화는 장르를 종횡하며 2시간19분을 달린다.

■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사람에 대한 동물적 의심만 남았다.” 의열단 단장 정채산으로 특별출연한 이병헌은 말한다. <밀정>의 드라마를 끌고 가는 주요 요소는 ‘의심’이다. 기미년 대한독립만세운동이 실패로 끝난 뒤 독립을 염원하던 이들이 패배감에 젖어든 시대가 배경이다. ‘문화정치’라고 칭해진, 회유와 협박을 동시에 구사하는 일제의 이중적 지배정책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시대를 만들어냈다.

미래도 의심스럽다. “독립을 할 것 같나.” 경성 경무관 이정출(송강호)은 의열단원 김장옥(박희순)을 생포하기 위해 이런 말로 그를 회유하려 한다. 이정출은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통역관으로 일한 적이 있지만, 이제는 경성의 일본 경찰이 되었다. 살기 위해 거짓말로 본심을 숨기고, 미래를 알 수 없으니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 심리극부터 액션까지 배우들의 힘 김장옥 의사의 검거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김장옥 의사를 모델로 한 김상옥 의사는 일본군의 추격을 신출귀몰하게 따돌렸고 결국 1천여명의 일본군이 그를 검거하기 위한 작전에 동원됐다고 역사에 기록되었다. 김지운 감독은 “과장이 있었을 법한 역사 기록보다는 더 리얼하게 묘사하고자 했다”며 검거 장면의 미장센에 공을 많이 들였다. 희뿌연 하늘 아래 기와지붕 위를 뛰는 경찰과, 문과 집 사이로 도망치는 김장옥 의사의 추적 신이 영화의 출발을 숨가쁘게 연다.

임정에서 일하다가 경성의 경무관이 된 이정출의 복잡한 내면을 보여주는 연기는 김지운 감독의 오래된 파트너 송강호가 맡았다.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임정에서 일하다가 경성의 경무관이 된 이정출의 복잡한 내면을 보여주는 연기는 김지운 감독의 오래된 파트너 송강호가 맡았다.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시대는 관객들을 고심에 빠뜨리는 추리물로 녹아든다. 의열단원 김우진(공유)은 이정출을 회유하는 낚시를 벌인다. 경성 안 일본의 주요 기관과 요인을 공격할 작전을 위해 경성에 폭발물을 들여올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

실제 이정출이 그 미끼를 입에 물고 있는지, 삼켰는지는 영화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드러나지 않는다. 속고 속이는 김우진과 이정출의 심리전이 팽팽하게 영화를 끌고 나간다. 관계의 충돌,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의 힘이다. 처음으로 시대극 연기에 도전한 공유는 전형적 독립운동가 김우진의 캐릭터에 현실감을 더하고, 송강호는 이정출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고 힘있게 연기하면서 관객들의 감정을 들었다 놨다 한다.

의심에 의심이 겹친 추리극은 중반 ‘열차 액션’과 결합해 절정으로 달려간다. 드디어 폭발물을 운반할 열차 안에 탄 의열단원 가운데 일본 경찰의 밀정이 있다는 첩보가 들어온다. 일본 경찰의 수색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우진은 의열단원 사이를 오가며 누가 밀정일지 색출해야 하는 긴장된 액션 추리극이 벌어진다.

■차갑게 시작해 뜨겁게 이어지다 김지운 감독은 시사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콜드 누아르’라는 스파이물에 매료되어서 시작했다가 점점 뜨거워졌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영화가 차갑기도 하고 뜨겁기도 한 이유다. “서구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콜드 누아르’와 일제강점기는 역사가 판이했다. ‘콜드 누아르’는 강대국들의 파워게임이지만, 일제강점기는 잃었던 것을 되찾아오기 위해 독립운동가들이 초개같이 목숨을 던지는 이야기다.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놈놈놈> 등에서 일제 때 만주를 단지 장르물을 잘 펼칠 배경으로 삼았던 김지운 감독은 “이번 영화는 스타일이나 자의식을 버리고 만들었다. 나라를 걱정하고 생각하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나에게는 유니크하고 소중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한 나라가 불합리하고 비정상이라면 개인마저도 위협당할 수 있다는 게 메시지 아닐까. 밀정을 찾아간다기보다는 밀정이 될 수밖에 없는 시대의 질곡을 다뤘다.” 9월7일 개봉.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