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고산자 어느 하나도 허투루 그리진 않았다”

등록 2016-09-14 18:54

강우석 감독, 김정호 이야기로 첫 사극
독도~백두산 실제 풍경에 감독 해석 담아
“가장 고생했고 가장 아끼는 영화 될 것”
<고산자> 강우석 감독.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고산자> 강우석 감독.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스무 번째 개봉이라…” <고산자> 개봉 소감을 물은 데, 이렇게 말을 시작한 강우석 감독은 잠깐 말을 끊었다가 덧붙였다. “제일 긴장된다. 30대 초반 자신감밖에 없을 때는 만들었으니까 봐라, 무조건 재밌게 볼 것이다는 확신이 있었다. 이제는 관객을 의식하면서 만들게 된다.” <고산자>로 다시 관객 앞에 선 강우석 감독을 영화가 개봉하던 지난 7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카페에서 만났다.

<고산자>는 <투캅스> <실미도> <공공의 적> <이끼> 등을 만든 감우석 감독의 스무 번째 영화이자 첫 사극이다. “<왕의 남자> <신기전> 등 사극 제작에 많이 참여했던 바람에 막상 내가 그동안 사극 연출을 안했던 줄은 몰랐다.” 강 감독은 처음으로 만드는 역사속 세계에 공을 많이 들였다. “여느 사극에서 보았을 법한 익숙한 공간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미술팀이 죽어났다. 민속촌 같은 데 들어가지 않고 시장, 김정호 집 등을 모두 새로 지었다. 산을 깎고 나무를 베고 절벽에서 물을 끌어내려서 연못을 만들었다.”

<고산자>는 소설가 박범신의 원작이 있다. 하지만 영화는 여러 가지로 설정을 바꾸었다. 흥선대원군은 책에는 두 페이지 나오는 게 다지만 영화에서는 주요한 인물로 설정되었고, 당시의 어지러운 정쟁을 영화 속 주요 사건으로 가져왔다. 고산자 김정호가 탐방을 떠난 곳도 소설에선 간도였지만 영화는 독도가 됐다. “박 선생님한테 ‘이 소설 저 주십시오’ 하자 첫 부탁이 ‘강우석의 고산자를 만들어 달라’였다. 당신 소설이 영화화된 게 많은데 대부분이 원작 위주의 영화화였다. 이번에는 원작에 짓눌리지 말고 감독의 상상력이 나왔으면 좋겠다, 고 말하더라.”

특히 고산자가 독도를 여러 번 탐방하게 한 것은 감독의 역사관이 녹아 있다. “오늘이 독도 강치의 날이다.” 강 감독은 그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검색해보라 재촉했다. “원래 독도에 강치가 살았는데 일본 어부들이 다 잡아서 멸종시켰다고 하더라. 영화에 나오는 강치는 미국 캘리포니아 해변에 사는 강치를 찍어와서 한국 동해 바다와 합성한 것이다.” 독도에 대한 울분은 계속된다. “초판본 대동여지도에는 독도가 없다. 그런데 일본에 남아 있는 대동여지도에 독도가 그려져 있다. 실측을 해야 지도에 그려넣는 사람이었으니 그가 독도를 탐방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데 무리가 없지 않겠는가.”

영화는 대동여지도가 목판 활자로 만들어진 점에 주목해,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자의 긴 걸음을 민중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인본주의’ 투쟁으로 해석했다. “왜 목판이었을까 궁금했고, 경쾌하게 답을 찾고 싶었다. 예술가의 인생은 내가 찍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지루한 영화가 나올 것 같더라. 젊은 애들이 <서편제> 같은 영화인 줄 알았는데 재밌는 영화네요, 라고 하더라.” 사극에 내비게이션이나, 삼시세끼 농담 등을 넣어 요즘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려 했던 그는 자신이 관객 눈높이를 알고 있다고 확신했다. “기자 시사회에선 웃어줘야 말아야 되나 그런 개그지만, 어제 일반 시사회 반응을 살펴보니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 같다’고 하더라. 극장 가서 확인해보라. 영화가 관객들과 어떤 지점에서 만나는지 확인해달라. ”

줄곧 흥행하는 대중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에게 백두산에서 독도까지 전국의 아름다운 산천을 담기 위해 사계절을 돌아다닌 <고산자>는 관객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실미도>이나 <공공의 적>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고생했다. 만드는 일이 너무 아파서 사랑니를 뽑은 기분이다. 촬영 중간 중간 어려운 결정을 많이 했는데, 그런 결정을 할 때마다 다른 영화가 되었다. 백두산이나 독도 강치 등 그런 것들이 의미 있게 영화에서 쓰였으면 좋겠다. 지금껏 만든 영화 중 가장 만족스럽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백두산을 오른 고산자(차승원). 영화의 모든 장면은 씨지없이 실제 촬영했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백두산을 오른 고산자(차승원). 영화의 모든 장면은 씨지없이 실제 촬영했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