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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아수라’ 정우성 “유리 씹을 때도 본능적으로…”

등록 2016-09-27 15:24수정 2016-09-28 12:01

생계형 비리 형사 한도경 역 맡아
우유부단하고 박쥐 같은 모습에
처음에는 잘 이해 안가 고민도
리액션 계산 않고 캐릭터 속으로
“잘생긴 배우 수식어 뛰어넘은 듯”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잘생겼다.’ “오늘도 잘생겼다”는 덕담에 “이 얼굴이 어디 가겠나”라고 받아쳐도 다들 고개를 끄덕일 정도다. “잘생겨서 나쁠 건 없다”는 그지만 ‘잘생긴’이라는 수식어를 뛰어넘는 일은 늘 숙제였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43)은 “영화 <아수라>로 그 숙제를 푼 것 같다”고 말했다. ‘인생 캐릭터’를 만난 배우의 자신감이 엿보였다.

‘생계형 비리 형사’ 한도경은 정우성이 22년간 써 내려온 ‘캐릭터 열전’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다. 정우성은 도경을 일컬어 ‘보통 영화에서는 주인공으로 삼지 않을 인물’이라고 했다. 도경은 “약자에게 강하고, 우유부단하며 박쥐 같은 남자”다. “몸은 멀쩡하지만 세상 모든 질병과도 같은 상황에 병들어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9), <무사>(2001)를 함께 작업한 김성수 감독을 믿고 시나리오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출연을 약속했건만, 막상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한도경이라는 인물을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던 이유다.

캐릭터에 한발 다가서게 된 건 첫 촬영 때였다. “편집본에서는 빠졌지만 황인기 반장 장례식 버스 안에서 한도경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찌든 남자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 영정을 든 꼬마를 아무런 감정 없이 바라본다. 황 반장의 죽음은 그가 원치 않는 사고였다. 이를 태연히 감추려고 하는 한도경의 심리는 엄청난 스트레스 그 자체겠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사나이픽처스 제공
사나이픽처스 제공
저보다 더한 놈들한테 이리저리 치이는 도경의 스트레스를 표현하느라 영화 찍는 내내 인상을 쓰고 있었더니 “기분 괜찮냐”는 질문을 계속 받기도 했단다. 그뿐만이 아니다. “난생처음 자다가 내 이 가는 소리에 깼다. 이가 얼얼하더라. 심하게 잠꼬대를 하기도 했다.”

계산된 연기보다는 치열하게 한도경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감독이 생각하는 세계관 속에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연기다. 어떤 리액션이 나올지 나도 궁금할 정도였다. 유리컵을 씹어먹는 장면에서도 본능적으로 움직여졌다.”

액션도 사전 ‘액션스쿨’ 연습 없이 현장에서 바로 맞춰보고 찍었다. “액션에 감정이 묻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도경이 스트레스로 치열하게 몸부림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함께 액션 장면을 소화한 주지훈은 정우성을 ‘액션 대가’라 부르며 자신을 배려해준 선배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정우성은 “한도경이 문선모를 아끼듯이 내가 주지훈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지 않겠냐”고 했다.

사나이픽처스 제공
사나이픽처스 제공
‘악인들의 지옥도’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촬영 현장은 어느 영화보다 즐거웠다. “황정민, 곽도원 등 다들 개성 있는 배우들이지 않나. 두루두루 맛볼 수 있어 좋았다. 정민이 형이 소름 끼치는 연기를 할 때 나 역시 같이 노는 것 같았다.”

‘폭력성이 과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현실에서 주먹질은 안 하지만 우아를 떨면서 폭력을 자행하는 사람들 많지 않나. 불특정 다수, 국민에게 행하는 그런 폭력이 더 무섭다. <아수라>는 보이지 않는 시스템 속 폭력을 물리적인 폭력으로 극대화시켜 보여줄 뿐이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정우성과 영화 <아수라>, 못다 한 이야기

Q. 김성수 감독과의 첫 인연이 궁금합니다.

: 사실 <비트> 이전에 감독님이 다른 작품 시나리오를 들고 찾아오셨어요. 당시 한국 영화 같지 않은 새로운 영화였는데 할리우드 느낌도 나고 이게 한국에서 찍을 수 있는 건가 싶었죠. 서울극장 옆 호프집에서 만나서는 “못 하겠다”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감독님이 “알았다. 이제부터 말 놓을게. 맥주나 한잔하고 들어가자” 하시더라고요. 진탕 마시고 헤어졌죠. 보통 자기 작품을 거절한 배우를 다시 찾지 않는데 <비트> 시나리오를 들고 오셔서는 “이건 너랑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마침 <비트> 속 정서가 저의 10대 시절 정서와 맞아떨어져서 같이 하기로 했던 거죠. 사실 <아수라> 이전에 <태양은 없다>, <무사>도 시나리오 안 보고 출연을 결심했던 작품들입니다.

Q. 15년 만에 김성수 감독과 작업해보니 어떠셨나요?

: <비트>를 찍을 때 감독님과의 작업 자체가 너무 즐거웠어요. 계속해서 나한테 뭔가를 요구하고 질문하셨죠. 의견을 말하면 묵살하지 않고 좋은 건 좋은 대로 포용해주시기도 하고. “이거 우성이 아이디어야” 하시면서 주변에 자랑도 해주셨죠.

15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정~말 독해요. 생각해보니 옛날에도 그랬네요. 오히려 더 성실해지고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셨어요. 배우들한테 “이거 말고 딴건 없어?” 이런 식으로 말씀하세요. 이번에 한도경 캐릭터가 워낙 스트레스가 많은 인물이잖아요. 감독님이 자꾸 다른 뭔가를 요구하셔서 속으로 “뭐, 내가 못 보여줄 줄 알아?” 이런 마음을 품기도 했죠.

Q. 이전에 김성수 감독과 함께 만든 영화 주인공들과 한도경을 비교한다면요?

: <무사> 여솔에게는 멋스러움이 있었고, <태양은 없다> 도철은 현실에 있을 법한 청춘이었죠. <아수라>는 안남시라는 가상 도시에 어둡고 추악한 인간들을 몰아넣는데 한도경은 어떤 누아르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주인공이에요.

Q. <아수라>는 ‘치열한 영화’라고 하셨는데….

: 촬영 현장에서 했던 고민들과 배우들 사이 건전한 경쟁들이 결국은 다 화면에 담긴다고 생각해요. 영화산업이 발전하면서 무수히 많은 영화들이 제작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관습적이고 시나리오 역시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아요. 화면을 보면 관습적인 행태와 촬영 현장이 보이죠. 김성수 감독님과의 작업은 정말 갖고 있는 능력의 한계치를 쏟아붓는 현장이었어요. 배우뿐만 아니라 촬영, 조명, 미술 등 모든 제작진이 작품에 미쳐 있었죠. 그런 현장 분위기를 관객분들께 전달하고 싶었어요. 다행히 브이아이피 시사회 끝나고 나서 동료·후배들이 “부럽다”고 하더라고요. 부럽다는 말에는 ‘저렇게까지 몰아붙이는데 어떻게 캐릭터들이 살아있지' 하는 것부터 모든 뜻이 다 포함되어 있겠죠. <아수라>에서 문선모가 말하잖아요. “형, 부러우면 지는 거야.” 부러워하니까 <아수라>는 이긴 거 아닌가요?(웃음)

Q. 청소년관람불가인데, 흥행 걱정은 안 하세요?

: 예매율 봐서는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요.(웃음)

Q. 대사 절반이 욕이던데….

: 이제까지 한 역 중에서는 욕을 가장 많이 하죠. 욕하니까 후련하긴 했어요.

Q. 실제 성격은 어때요?

: 집에 있는 것도 즐기고요, 남하고 어울리는 것도 좋아해요. 원래 흥이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어린 시절에 집에 혼자 있고 그런 버릇들이 남아 있어서 나하고 흥이 안 맞는 사람들이 있는 자리는 또 어색해하고 그래요. 아무 데나 갈 수 없는 내 직업이 그런 어색함을 더 만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무한도전>에서는 열심히 했다기보다 그냥 재밌게 놀고 싶었어요.

Q. 결혼 계획은?

: 삶이 계획대로 되던가요. 흠… 부모님이 한 말씀 하실 때마다 생각이 많아지긴 해요.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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