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비리 형사 한도경 역 맡아
우유부단하고 박쥐 같은 모습에
처음에는 잘 이해 안가 고민도
리액션 계산 않고 캐릭터 속으로
“잘생긴 배우 수식어 뛰어넘은 듯”
우유부단하고 박쥐 같은 모습에
처음에는 잘 이해 안가 고민도
리액션 계산 않고 캐릭터 속으로
“잘생긴 배우 수식어 뛰어넘은 듯”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사나이픽처스 제공
사나이픽처스 제공
정우성과 영화 <아수라>, 못다 한 이야기
Q. 김성수 감독과의 첫 인연이 궁금합니다.
: 사실 <비트> 이전에 감독님이 다른 작품 시나리오를 들고 찾아오셨어요. 당시 한국 영화 같지 않은 새로운 영화였는데 할리우드 느낌도 나고 이게 한국에서 찍을 수 있는 건가 싶었죠. 서울극장 옆 호프집에서 만나서는 “못 하겠다”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감독님이 “알았다. 이제부터 말 놓을게. 맥주나 한잔하고 들어가자” 하시더라고요. 진탕 마시고 헤어졌죠. 보통 자기 작품을 거절한 배우를 다시 찾지 않는데 <비트> 시나리오를 들고 오셔서는 “이건 너랑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마침 <비트> 속 정서가 저의 10대 시절 정서와 맞아떨어져서 같이 하기로 했던 거죠. 사실 <아수라> 이전에 <태양은 없다>, <무사>도 시나리오 안 보고 출연을 결심했던 작품들입니다.
Q. 15년 만에 김성수 감독과 작업해보니 어떠셨나요?
: <비트>를 찍을 때 감독님과의 작업 자체가 너무 즐거웠어요. 계속해서 나한테 뭔가를 요구하고 질문하셨죠. 의견을 말하면 묵살하지 않고 좋은 건 좋은 대로 포용해주시기도 하고. “이거 우성이 아이디어야” 하시면서 주변에 자랑도 해주셨죠.
15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정~말 독해요. 생각해보니 옛날에도 그랬네요. 오히려 더 성실해지고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셨어요. 배우들한테 “이거 말고 딴건 없어?” 이런 식으로 말씀하세요. 이번에 한도경 캐릭터가 워낙 스트레스가 많은 인물이잖아요. 감독님이 자꾸 다른 뭔가를 요구하셔서 속으로 “뭐, 내가 못 보여줄 줄 알아?” 이런 마음을 품기도 했죠.
Q. 이전에 김성수 감독과 함께 만든 영화 주인공들과 한도경을 비교한다면요?
: <무사> 여솔에게는 멋스러움이 있었고, <태양은 없다> 도철은 현실에 있을 법한 청춘이었죠. <아수라>는 안남시라는 가상 도시에 어둡고 추악한 인간들을 몰아넣는데 한도경은 어떤 누아르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주인공이에요.
Q. <아수라>는 ‘치열한 영화’라고 하셨는데….
: 촬영 현장에서 했던 고민들과 배우들 사이 건전한 경쟁들이 결국은 다 화면에 담긴다고 생각해요. 영화산업이 발전하면서 무수히 많은 영화들이 제작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관습적이고 시나리오 역시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아요. 화면을 보면 관습적인 행태와 촬영 현장이 보이죠. 김성수 감독님과의 작업은 정말 갖고 있는 능력의 한계치를 쏟아붓는 현장이었어요. 배우뿐만 아니라 촬영, 조명, 미술 등 모든 제작진이 작품에 미쳐 있었죠. 그런 현장 분위기를 관객분들께 전달하고 싶었어요. 다행히 브이아이피 시사회 끝나고 나서 동료·후배들이 “부럽다”고 하더라고요. 부럽다는 말에는 ‘저렇게까지 몰아붙이는데 어떻게 캐릭터들이 살아있지' 하는 것부터 모든 뜻이 다 포함되어 있겠죠. <아수라>에서 문선모가 말하잖아요. “형, 부러우면 지는 거야.” 부러워하니까 <아수라>는 이긴 거 아닌가요?(웃음)
Q. 청소년관람불가인데, 흥행 걱정은 안 하세요?
: 예매율 봐서는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요.(웃음)
Q. 대사 절반이 욕이던데….
: 이제까지 한 역 중에서는 욕을 가장 많이 하죠. 욕하니까 후련하긴 했어요.
Q. 실제 성격은 어때요?
: 집에 있는 것도 즐기고요, 남하고 어울리는 것도 좋아해요. 원래 흥이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어린 시절에 집에 혼자 있고 그런 버릇들이 남아 있어서 나하고 흥이 안 맞는 사람들이 있는 자리는 또 어색해하고 그래요. 아무 데나 갈 수 없는 내 직업이 그런 어색함을 더 만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무한도전>에서는 열심히 했다기보다 그냥 재밌게 놀고 싶었어요.
Q. 결혼 계획은?
: 삶이 계획대로 되던가요. 흠… 부모님이 한 말씀 하실 때마다 생각이 많아지긴 해요.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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