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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폭력과 죽음의 쳇바퀴…‘인간은 살 수 없는 도시’

등록 2005-11-02 17:15수정 2005-11-03 14:45

영화 - 시티 오브 갓
철저히 실화에 뿌리를 둔 이 영화를 직시하는 일이 결코 편하진 않다. 장난감 대신 아이들 손에도 무감각적으로 쥐어져 발사되는 권총 부리와 도처의 이유없는 죽음을 대면할수록, 우리가 서있는 세상이 ‘시티 오브 갓’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알량한 안위와 종국에 지구촌 어느 지점이든 선택과 희망이 부재한 ‘시티 오브 갓’을 닮았다는 근원적 회의를 갈마쥐게 하는 탓이다.

시티 오브 갓(City of God).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루의 서쪽. 기실 어느 도시도 신의 것은 아니지만, 굳이 ‘신의 도시’의 도시라고 명명한 건 확연히 인간은 버린 도시라는 뜻일 터다. 1960년대, 마을이 여기저기서 내몰린 빈자들로 덩치를 키우면서 한편으론 점점 게토화 되어갈 때, 질서를 잡아 가는 이는 공권력이 아닌 갱단, ‘텐더 트리오’다. 내키는 대로 강도는 하되 살인은 하지 않는다는 그들의 원칙은 차라리 ‘인간적’이었을까. 하지만 그 마지막 ‘인간미’마저 어린 갱단 출신 ‘제 빼게노’가 총과 마약으로 마을을 지배하면서 이내 사라진다.

폭력은 더 큰 폭력을 잉태하기 마련. 아이들조차 살기 위해선 누군가의 편(이 선택만이 이 마을 유일한 자유다)이 되어 총을 쥐어야 한다. 결국 세력 간이나 그들에게 총을 대주며 돈을 갈취했던 경찰들과의 다툼에서 70년대 갱이 모두 죽어버린 황무지에서, ‘한줄기 희망(?)’처럼 고개를 내민 이는 그 어느 갱보다 잔혹한 소년 갱단 ‘꼬맹추’(현재 리오에서 가장 흉악하다고 알려진 ‘레드 코맨드’의 모태)다.

죽이지 않으면 죽고, 달아난대도 어차피 죽음 옆이다. 영화의 미덕은 그 현실에 대한 냉정한 시선이다. 웬만해선 죽은 이를 클로즈업하지 않는다. 죽은 이의 비극보다 죽인 자, 또는 폭력을 대물림한 자의 새 등극을 축하하는 듯, 카메라는 재빠르게, 심지어 경쾌하게 이동한다. 이 영화의 음악적 뼈대인 삼바 리듬에 맞춰서.

8년 동안 브라질 슬럼가에서 자란 파울로 린스가 10년에 걸쳐 실제 ‘시티 오브 갓’의 ‘비극적 연대기’를 파헤쳐 쓴 동명 소설(1997년)을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브라질 상파울루)이 옮겼다. 2004년 아카데미 감독상, 각색상 등 4개 부문에 걸쳐 노미네이트됐었다.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 배우들 대개가 현지 슬럼가 출신 아마추어들이란 사실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어쩌면 그들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슬럼가 출신 한 배우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슬럼가가 정말 영화와 같은지 묻는 다른 배우들에게 나는 말했다. 불행하지만 상황은 더 나쁘다고.” 11월4일 개봉.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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