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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필름없는 ‘시네마 천국’

등록 2005-11-02 22:18수정 2005-11-03 14:39

필름없는 ‘시네마 천국’
필름없는 ‘시네마 천국’
루커스 “필름없는 영화시대” 불구 상영설비 비용 부담 커 진척은 더뎌 할리우드 영화사들 디지털화 재촉 “필름 복사비 절감” 도 장점으로 촬영 기술·노하우 축적은 과제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 속편 시리즈를 만들면서 개막을 선언했던 “필름 없는 필름(영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될까. 한국에서는 2005년과 2006년을 기점으로 ‘디지털 혁명’을 최소한 맛 볼 수는 있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시대 진척의 가장 큰 난제로 여겨지던 디지털 상영이 양대 극장 체인인 씨지브이와 메가박스를 중심으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내년까지 전 상영관을 디지털화하겠다는 두 극장의 계획이 차질없이 현실화된다면 관객들이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화질과 음질의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게 된다.

요란한 출발, 더딘 진척

조지 루카스가 디지털을 통한 전세계 배급 상영을 선언했던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협>이 나온 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 전세계 극장의 디지털화 수준은 미미한 편이다. <에피소드1> 역시 디지털 영사시설을 갖춘 극소수 극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극장에서 필름으로 전환, 상영됐다. 2004년 말까지 디지털 영사 장비 도입율은 전세계 12만여 개 스크린 가운데 530개 정도로 0.5% 수준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이제 디지털에 대해 불평을 그만두길 바란다.”
(조지 루카스, <스타워즈> 감독)

루카스의 호언이 무색하게 디지털 상영 진척이 더뎠던 이유는 디지털화 설비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 부담을 두고 제작·배급사와 극장간의 실랑이가 오랫동안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2004년 <브라더 베어>가 최초로 디지털 상영된 뒤 <스타워즈> <투모로우>같은 블럭버스터 영화나 <인크레더블> <슈렉> 등의 애니메이션이 간간이 디지털로 상영됐지만 디지털 영상시설을 갖춘 상영관은 현재 전체 1300여 스크린 가운데 8개로,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서도 보급률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럼에도 씨지브이와 메가박스가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전 상영관 디지털화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극장이 각각 씨제이 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라는 제작·배급사를 가지고 있어 그만큼 자체 투자가 쉽기 때문이다.'

디지털 영화의 열쇠말 ‘원 소스, 멀티 뷰’

디지털 영화는 촬영부터 상영까지 디지털로 일원화한 방식과 필름을 디지털로 전환해 상영하는 방식, 두가지를 포함한다. 일원화한 디지털 제작 상영은 세계적으로도 <스타워즈>나 <콜래트럴> 같은 극소수 실사영화나 3차원 애니메이션 정도에 불과하지만, 필름 촬영된 영화를 디지털로 전환해 상영하는 방식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12월 초 개봉하는 <해리 포터의 불의 잔>을 비롯해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도 2006년부터 한 해 열편 이상 디지털 전환 상영을 예고했으며, 애니메이션 강국 디즈니는 몇 년 안에 필름 배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우리는 셀룰로이드 필름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
(릭 매컬럼, <스타워즈> 프로듀서)

이처럼 필름으로 찍었건,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했건 디지털 영화의 핵심은 상영방식에 있다. 디지털로 인코딩한 하나의 소스를 중앙 송출 센터에서 위성이나 광통신망으로 극장의 서버로 전송하면 각 상영관의 디지털 프로젝터를 통해 스크린에 투사하는 식이다. 루카스는 이 방식을 통해 전세계 동시 개봉을 기대했지만 디지털 상영 인프라의 부족으로 좌절했다. 서버 구축이 걸음마 단계에 있는 지금의 디지털 상영은 각 상영관의 디지털 프로젝터에 영화가 입력된 하드디스크를 걸어놓는 식이다. 엄밀히 말하면 ‘원소스 멀티뷰’라는 디지털 상영 원리의 중간단계인 셈이다. 지난 10월 광통신망을 통해 세계 최초로 <유령신부>가 미국에서 일본의 몇몇 극장에 실시간으로 전송, 상영하는 실험이 이뤄져 본격적인 의미의 디지털 상영이 첫 걸음마를 뗐다.

필름은 사라질 것인가

디지털 대세론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다. 네트워크를 통한 디지털 상영이 안착될 경우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이 프린트 비용이다. 최근 300~400개관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영화의 경우 한벌 프린트에 200만원 정도 드는 프린트 비용을 6억~8억원 정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산출되는 배급비 절감이 국내에서 연 600억원, 할리우드는 20억달러에 이른다. 2003년부터 필름 생산이 미국에서 ‘공해산업’으로 분류될 정도로 필름이 가진 환경오염 문제를 디지털이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극장이 아닌 촬영 현장에서 필름이 사라질 날은 멀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거칠마루>를 디지털로 작업한 데 이어 <즐거운 나의 집>의 에이치디(HD) 디지털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 김진성 감독은 “필름의 경우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정답이 나와 있지만 디지털은 그런 노하우와 기술이 거의 전무에 가까운 상태이기 때문에 데이타를 쌓고 축적하고 공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에이치디 작업을 위해 <즐거운 나의 집>을 대부분 세트 촬영으로 준비했다. <스타 워즈>가 100% 세트 촬영으로 가능했던 것처럼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낮시간에 디지털 카메라에 적합한 조명을 설치하는 것은 아직 할리우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난제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에서 추진하는 에이치디 프로젝트의 첫 작품인 <짝패> 역시 본래의 취지와 달리 슈퍼 16mm 필름으로 촬영하고 있다. “고감도 액션을 찍기 위한 프레임 조절에 현재의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이 따라오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게 씨제이쪽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디지털화는 움직일 수 없는 대세라는 게 일반론이다. 필름 촬영을 계속 해왔지만 에이치디 카메라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 파나소닉의 바리캠 에이치디 카메라 작업을 해오고 있는 김영철 촬영감독은 “디지털이 필름 특유의 감을 따라올 수 없다는 이른바 ‘필름룩’은 허상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문자 세대와 영상 세대가 나뉘듯 필름과 디지털에 대한 판단 역시 무엇에 익숙하냐에 따라 호감도나 향수가 생기는, 세대의 문제일 수 있다. 디지털에 대한 경험이나 기술의 성숙이 디지털화를 가속시킬 것은 틀림없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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