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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설연휴 한국영화 대작 혈투, 뭘 봐야 하나

등록 2017-01-24 14:25수정 2017-01-24 14:39

같은 날 개봉한 조인성 <더 킹> 대 현빈 <공조>
대결은 벌써 시작됐다. 설날을 1주 앞두고 지난 18일 현빈·유해진 주연 <공조>와 조인성·정우성의 <더 킹>이 동시에 개봉하며 관객몰이에 나섰다. 지난해 <검사외전>이 970만, 2015년엔 <국제시장>이 천만을 넘긴 겨울시장의 승자는 누가 될까? 일단 개봉 첫 주말을 보내며 <더 킹>이 185만, <공조>가 115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지만, 본격 승부는 이제부터다. 속도 빠른 액션물(<공조>)과 복고풍의 정치드라마(<더 킹>) 각자의 장점을 찾아봤다.

<더 킹>이 강하다

<더 킹> 뉴 제공
<더 킹> 뉴 제공

한국 영화는 <부당거래> <베테랑> <검사외전> <내부자들> 등을 거치며 검찰, 경찰과 언론인, 정치가 등은 모두 양아치(조폭)나 다름없다는 공식을 확립했다.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 내부를 그린 한재림 감독의 <더 킹>은 양아치들로 혼탁한 세상에서 결국 그중 한 ‘양아치’가 사회정의를 이룩하는 사회고발 계열에 속한 것처럼 보인다. 누아르 분위기를 풍기는 비장한 화면과 적당한 액션, 코믹한 대사 등으로 고발 영화의 흥행요소를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그런데 한 가지 태도에서만은 다르다. 영화의 해피엔딩이 곧 사회정의라고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라도 출신에 별 볼 일 없는 집안으로 검사가 된 박태수(조인성)는 검찰 내부에도 1%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재계 회장을 쥐락펴락하고 대통령도 바꿀 수 있는 검사장(그리고 영화에선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검찰총장)을 향해 가는 황금 라인에 올라타기 위해 자존심도 죄책감도 버렸다. 물론 아무리 다 버려도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치가 요동칠 때마다 라인은 출렁이고 자칫 손을 놓쳐 낙오되기 십상이다.

다섯 번의 대선을 포함한 한국 정치사에 대한 공들인 자료화면, 현직 정치인들을 묘사한 듯한 영화 속 캐릭터에다가 주인공조차도 우병우냐 김기춘이냐는 질문이 나올 만큼 세세한 고증을 거친 걸 보면 이 영화는 사실적 정치영화를 추구한 듯 보인다. 그러나 <더 킹>의 골격은 <파우스트>라는 고전에 더 가깝다. 영화에서 양동철(배성우)이 박태수에게 양심 버리고 라인에 들어오라고 권하는 장면은 영락없이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가 유혹하는 장면이다. 박태수가 시간을 되돌릴 수 없을까 고민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조직폭력의 세계, 친구와의 우정 등은 다른 사회고발 영화들의 요소를 상투적으로 조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지만 어찌 보면 이 영화는 대한민국 정치검찰에 대한 우화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넣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더 킹>은 부러 모든 것이 판타지이고 꾸며낸 이야기라는 것을 자꾸 주장하며 관객들에게 묻는다. 이 우화를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다른 사회고발 영화들은 나쁜 놈이 누군지를 찍어주는 게 목표인 것처럼 보였다. 비열한 재벌2세, 썩은 언론인, 보수 야당의 정치인들, 그리고 아마도 현실에서 그들 뒤에 있을 최고 권력자. 그런데 <더 킹>의 손가락은 자꾸 우리 자신을 향한다. 검사장 한강식(정우성)과 박태수는 도덕적으론 차이가 없다. 박태수는 한강식처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할 뿐이다. 우리 대부분도 비슷한 욕망을 품고 있다. 진심으로 주인공 편을 들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더 킹>은 기대한 만큼 흥행을 못 누릴지도 모르지만 다른 사회고발 영화보단 훨씬 정직하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공조>가 강하다

<공조>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조>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조>는 적정함의 영화다. 장르 영화는 기본적으로 적정한 수준에서, 적정한 이야기를, 적정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다. 종종 적정함의 경계를 성공적으로 부숴버린 영화들도 있지만, 대개는 균형을 잃고 추락한, 차마 회피하지 못한 것이 한스런 영화들이 장르 영화란 이름으로 횡행한다. 그래서 그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고, 2시간의 유희를 안락하게 즐기는 표준적 태도가 만들어진다. 누구도 매번 행운이 찾아오길 기대하진 않는다. 대체로 불운하지 않길 바라는 것이야말로 당대를 살아가는 표준 시민의 태도다.

<공조>의 이야기 구조는 정말 표준적이라고 할 만큼 익숙하다. 피를 토하고 죽을 만한 일을 겪은 북한의 특수요원이 있다. 안개 속에서 코트 깃을 세우고 있는 남자 사람이 얼마나 멋있는지를 입증했던 <만추>의 훈, 아니 현빈이다. 피를 토하고 죽으려고 해도 도무지 그럴 수 없는 남편, 아빠 사람 형사도 있다. 바깥양반, 아니 15년차 생계형 형사 유해진이다.

<공조>는 그 자체로 블랙 코미디인 이 두 남자의 ‘버디무비’다. 의도치 않게 짝꿍이 된 이 둘은 당연히 고난과 갈등을 겪고, 서로를 의심하며 성장하고, 결국 화해하곤, 끝내 위기를 함께 극복해낸다. 여기에 한국 영화의 익숙한 갈등 장치인 남북 분단 상황이 보태지고, 모든 액션 영화의 동기라고 할 사랑의 슬픔이 더해진다. 고가도로에서 ‘여고계단식’ 하강 액션을 보여주는 현빈의 몸놀림은 액션물의 도약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준수하다. 유해진은 사실상 떠드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해내는데 그 말놀림 역시 완숙미가 있다.

<국제시장> <히말라야> 등 겨울 시장의 익숙한 강자인 제이케이필름은 이 익숙한 패턴을 별로 지루하지 않게 조합해냈다. 유쾌한 코미디를 기대하는 감정에 적당히 호응하고, 호쾌한 액션을 요구하는 바람을 상당히 충족시키며, 극장을 빠져나오며 이해 가능한 통쾌한 결론을 품고 싶은 마음도 기꺼이 위무한다. 그건 너무 안전한 ‘꽃길’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공조>의 어떤 위험천만한 장면들은 아슬아슬하고 능란하게 당신을 붙든다.

<공조>는 분명 당신의 인생에 기록할 만한 영화는 아니다. 어떤 부분은 너무 허술하고, 무엇을 기대하건 평균치 이상은 아니다. 액션에 존재해야 하는 설득력을 상당 부분 현빈의 ‘슈트발’과 애절한 눈빛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다만, 이 영화는 그 모든 요소들을 적당히 섞어 2시간을 충분히 볼만한 무엇으로 만들어냈다. 필사적으로 집중해 봐야 할 이유가 없는 대신 어떤 장면도 남루하지 않다. 곤란한 서사보다는 진화된 액션으로 남는 영화다. 치고받음의 활력이야말로 명절 영화의 미덕이 아닌가.

김완 <한겨레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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