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에서 김향기(왼쪽)와 김새론이 열다섯살에 위안부로 끌려가는 소녀로 나온다. 엣나인필름 제공
3월 일본군 위안부 소재 극영화와 다큐멘터리가 관객을 찾는다. 극영화 <눈길>이 3월1일, 다큐멘터리 <어폴로지>가 3월16일 개봉한다. <눈길>과 같이 삼일절에 개봉하는 영국 극영화 <아이히만쇼>는 수익금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눈길>은 소녀의 우정을 여성의 시선으로 따라간다. 한 마을에 사는 종분(김향기)과 영애(김새론)는 집안 환경과 성격이 다른 동갑내기 소녀다. 가난한 집안의 종분은 한글도 읽지 못하지만 영애 오빠 영주가 준 <소공녀>를 소중하게 간직한다. 영애는 독립군 아버지를 원망하며 ‘천황 폐하’에 충성한다. 어머니가 놋그릇을 팔러 장에 간 사이 종분은 일본군에 납치당하고, 종분이 탄 열차에 “일본 간다” 큰소리치던 영애도 붙들려온다. 일제 강점기 이야기와 평행하게 ‘영애’로 살고 있는 종분(김영옥)의 현재 삶이 비춰진다. 지금 종분과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불량소녀 은수(조수향)는 위기의 순간에 종분에게 도움을 구한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의 ‘여성의 연대’를 비치면서 그들의 삶을 자극적으로 비추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나정 감독은 “끔찍한 폭력의 순간을 ‘영화적 스펙터클’로 이용하지 않으려 주의했다”고 13일 영화 시사 뒤 연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맨 처음 기획안을 냈던 류보라 작가는 “그 시대 소녀들의 꿈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이효리의 노래 ‘날 잊지 말아요’로 예고편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2015년 삼일절 특집 2부작으로 방영된 <한국방송>(KBS) 드라마를 영화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고, 2015년 전주영화제와 지난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출품되었다. 이나정 감독은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등을 연출했다.
<어폴로지>에서 한국의 길원옥 할머니가 수요집회에 참가한 장면. 그램 제공
<어폴로지>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국제적인 연대에 집중한다. 중국계 캐나다 여성 감독 티파니 슝은 중국, 필리핀, 한국의 피해 할머니를 6년간 카메라에 담았다. 각국의 상황은 다르다. 한국에서는 적극적인 활동가 길원옥 할머니를 따라가면서 20년간 이뤄진 수요집회가 1천회를 맞는 장면 등을 보여준다. 필리핀에서는 2010년대 아델라 할머니 등이 자신의 피해를 증언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차오 할머니는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기억을 되살린 경우다. 숨겨진 비밀을 털어놓자 딸은 충격을 받고 눈물을 터트린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뤄달라는 각국의 청원이 유엔 인권회의로 향하는 장면에서 연대는 절정을 이룬다.
영화 <아이히만쇼>의 예고편. 1961년 생중계된 화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디스테이션 제공
<아이히만쇼>(폴 앤드루 윌리엄스 감독)는 1961년 4월11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 주범 아돌프 아이히만이 이스라엘 법정에 출두하는 ‘세기의 재판’을 전세계 최초로 생중계했던 제작진의 이야기를 다룬 영국 영화다. 다국적 제작진은 생방송 중계를 위해 예루살렘에 도착하고, 이스라엘 당국의 까다로운 요구에 맞추기 위해 분투한다. 영화는 재판 생중계 화면을 동시에 배치했다. “기소 절차상 전 무죄입니다”라고 말하는 아이히만의 뻔뻔한 모습은 최근의 한국 상황을 상기시킨다.
<눈길>은 마지막 자막으로 “2017년 1월1일 현재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한 239분 중 199분이 돌아가시고 40분만이 생존해 있다”고 말한다. <어폴로지>의 아델라 할머니는 촬영 기간 중 유명을 달리한다.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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