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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엘리자베스 타운’ 절망 끄트머리에 선 남자, 희망을 만나다

등록 2005-11-09 17:07수정 2005-11-10 15:18

이야기 다소 산만하지만 아름다운 풍광·음악 ‘보너스’
<제리 맥과이어>의 카메론 크로 감독의 새영화 <엘리자베스 타운>은 산만해서 관객의 정신을 빼놓지만 사랑스러운 구석도 꽤 많은 영화다. 가족코미디이면서 동시에 로맨틱코미디인 이 영화는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따라가다 보면 소화불량에 걸릴 지경이지만 그 버거운 수다에는 삶에 대한 낙관과 세상에 대한 선의가 흐른다. 비위에 맞지는 않아도 미워할 수는 없는 친구같다.

잘나가던 운동화 디자이너인 드류(올란도 볼룸)는 잘못된 디자인으로 회사를 망하게 했다는 이유로 처참하게 쫓겨난다. 자살을 하려던 그의 발목을 잡는 건 아버지의 부음. 고향 친척들을 만나러 갔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해야 하는 임무가 그에게 떨어지고 그는 편치않은 여행을 떠난다. ‘엘리자베스 타운’은 아버지가 태어나고 숨진 시골 동네의 이름이다.

아버지의 고향으로 가는 비행기 속에서 드류는 상냥한 승무원 클레어(커스틴 던스트)를 만난다. 클레어를 필두로 해 드류가 여행에서 만나는 모든 인물들은 조증(躁症)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클레어는 비행기에서 한번 만난 드류를 위로하기 위해 그와 기꺼이 밤샘 통화를 하고, 친지들은 대단한 마을 축제를 준비하는 것처럼 드류 아버지의 장례식을 준비한다. 드류가 회사에서 잘리는 첫 장면부터, 클레어의 안내로 드류가 혼자 자동차 여행을 하는 마지막 장면까지 이 영화는 감정의 과잉으로 넘쳐난다. 한 때 밴드였던 드류의 사촌형이 옛 멤버들과 추억의 명곡 <프리 버드>를 연주하다가 사고로 불이 나는 추도식의 마지막은 이 영화의 과잉상태가 어떤 경지에 오르는 클라이맥스로 그 난장판은 어처구니없지만 영화의 따뜻한 진심을 드러낸다.

드류가 클레어의 안내 지도와 음악을 따라 여행을 떠나는 영화의 마무리 부분은 전체적 맥락으로 보면 그 역시 ‘오버’지만 음악광 출신의 크로 감독과 ‘독대’하는 기분으로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시간이다. 아름답게 펼쳐지는 미국의 변두리 풍경과 거기에 걸맞춰 블루스에서 록까지 다채롭게 변주되는 세련된 음악들이 어떤 관객에게는 <엘리자베스 타운>을 마지막 10분만으로도 볼만한 영화로 기억하게 할 것 같다. 18일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유아피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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