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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엉뚱생뚱 ‘네모’ 의 꿈…영화 ‘소년, 천국에 가다’

등록 2005-11-09 17:56수정 2005-11-10 15:22

<소년, 천국에 가다>(윤태용 감독)의 ‘소년’ 네모(김관우)는 미혼모의 열 세살 난 아들이다. 엄마가 안스런 나머지 ‘미혼모의 남편’이 되는 게 네모의 꿈이 돼버렸다. 엄마가 자살하자 네모는 스무살 나이차를 뛰어넘어 서른 세살 미혼모 부자(염정아)에게 일편단심 뜨거운 사랑을 바친다. 사랑을 고백했던 날, 네모는 기적처럼 서른 세살 어른(박해일)이 된다.

그날 이후 네모는 하루에 1년씩 나이를 먹는다. 아흔 세살이 되는 60일 뒤 ‘크리스마스’에 천국에 가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는 다시 소년이 되는 길 대신 부자와 그 아들을 위해 빨리 살다 가는 생을 택한다. 그리고 ‘네모 아빠’를 사칭해 부자에게 접근한 뒤 변하지도, 식지도 않는 진정한 사랑을 나눈다.

이 영화는 꼬마가 몸만 어른이 된 상태에서 사랑에 빠지는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빅>과 발상이 같지만, 내용이나 화면에서 훨씬 더 노골적으로 판타지를 추구한다. 인간과 천사가 공존하고 지상과 천국을 넘나드는 이야기, 그리고 스크린을 물들이는 화려한 색깔과 인공적인 세트들…. 하지만 몸만 어른인 소년의, 동심처럼 맑은 순정의 여로를 썩 잘 그려내지는 못한다.

몇몇 디테일을 눈여겨 볼 때 영화는 달리 읽히기도 한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네모의 민주화 투사 아버지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1980년대다. 그 시절을 모나게 살다가 남편 구실, 애비 구실도 못해 본 아버지는 그래도 둥글둥글하게 살지는 말라고 아들 이름을 ‘네모’라 지었다. 또 네모를 갑자기 어른으로 만든 비밀의 열쇠 역시 아버지가 쥐고 있다. 어른이 된 네모가 ‘네모 아빠’를 사칭한 뒤 네모 엄마가 하던 시계방 자리에 만화방을 차린 또다른 미혼모에게 사랑을 바치는 데 이르면, <소년…>은 1980년대를 감옥에서 보낸 어느 아버지가 자신의 분신인 창살 밖 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미안한 아내에게 써바친 판타지 소설처럼 읽히기도 한다. 11일 개봉.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싸이더스 에프엔에이치(FN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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