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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맘대로 안되지, 그게 인생이야
뉴욕의 젊은 코미디 작가 제리(제이슨 빅슨)는 아만다(크리스티나 리치)를 만나 첫눈에 반하고 사랑고백을 한다. 그게 통해 둘이 함께 살게 되지만 그렇다고 제리의 삶이 나아진 건 없다. 아만다의 어머니가 집에 들어와 빌붙어 사는 것도 그렇고, 아만다가 수개월동안 자신과 섹스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렇다. 제리의 친구인, 늙은 코미디 작가 도벨(우디 앨런)이 아만다를 보고는 바로 제리에게 충고한다. “아만다는 바람 피우고 있어. 분명해!” 제리가 알아본 즉 사실이었다. 아만다의 태연한 변명. “너와 왜 섹스가 안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른 남자와) 잔 거야. 하지만 마음 속엔 늘 널 생각하고 있었어.”
우디 앨런이 2003년에 감독한 <애니씽 엘스>는 만사가 뜻대로 되지 않는, 아니 뜻대로 하지 못하는 순해빠진 제리가 자기 인생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이게 코미디가 되는 건 제리를 둘러싼 대책없는 캐릭터들의 행태 때문이다. 수시로 다른 남자와 자면서 제리에겐 늘 제리만 생각한다고 말하는 아만다, 무능력하면서도 뻔뻔한 매니저 스토커드(대니 드 비토)…. 유일하게 도움이 되는 건 도벨이다. 그는 제리에게 자기 몫의 인생을 남에게 내주고 살지 말라고 강력하게 충고한다. 독설가이고, 매사에 불평불만인 도벨이 내뱉는 장광설은 이 영화를 대사 중심의 우디 앨런표 코미디로 자리매김시킨다.
영화는 인생이 자기 맘대로 되지 않는 데 대한 투정에, 세상 일이 다 그렇게 흘러간다는 위로를 담백하게 곁들인다. 재치있는 대사, 상반되는 캐릭터간의 충돌에서 오는 유머가 여기저기 배치돼 있지만 전체적으로 순하고 무난하게 흘러가는 소품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도벨 역을 맡아 쉴 틈 없이 떠들고, 부당한 일 앞에 분개하고, 그러면서 항상 짜증이 서려있는 표정으로 일관하는 우디 앨런이다. 왠지 그는 실제로도 똑같은 표정과 말투를 쓰면서 이 영화를, 그리고 앞으로 다른 영화를 연출해갈 것같다.
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동숭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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