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 기자
현장에서
“과거 <친구> 같은 영화에서 학생들이 조직폭력배와 같은 언행을 하는 것이 주제가 됐습니다. 이를 수백만 학생들이 관람했고, 이런 행동이 미화되는 분위기에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이 문제입니다.”(지병문 열린우리당 제6정책조정위원장)
14일 오전 11시, 국회 기자회견실에서 당정협의 결과 브리핑을 듣고 있으니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의 한 인터뷰 장면이 떠오른다. 지상파 텔레비전에 자주 등장한다는 영화 속의 한 전문가는 “원인은 헤비메탈이죠. 폭력영화, 사우스파크, 비디오게임, 메릴린 맨슨, 메릴린 맨슨…”이라고 이야기한다.
두 10대 소년이 난사한 900발의 총알에 12명의 학생과 교사 한 사람의 목숨이 사라져간 99년 콜럼바인 고등학교 참사 원인이 <사우스파크>라는 폭력영화(정확하게는 애니메이션)와, 메릴린 맨슨이라는 ‘악마주의’ 록가수 탓이라고? 마이클 무어 감독은 영화 전체를 통해 그것이 ‘절대’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드러내 준다.
이날 아침 열렸던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열린우리당과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협의에서는 ‘교복 입은’ 학생들의 폭력장면 표현 등이 학교폭력 예방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관련 법령을 개정해서라도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결론을 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대중문화는 그 사회의 ‘거울’이다. 영화는 단지 현실을 좀더 ‘드라마틱’하게 연출할 뿐이다. 거울을 깬다고, 거울을 가린다고 거울에 비치던 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영화’란 거울을 ‘법’이란 주먹으로 치면 거울도 깨지고 자기 손도 다친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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