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의 충무로와 대학로를 오가는 활약이 늘어나면서 연극배우와 영화배우라는 구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문성근, 박광정, 강신일 등이 출연하는 극단 차이무의 10주년 기념작 <마르고 닳도록>의 연습현장.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설경구 황정민 정재영 신하균…
연극무대서 연기력 쌓아 스크린서 스타로 떠올라
김갑수 박광정 오달수…중견배우들엔 대학로가 고향 지난 11일 저녁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습실은 극단 차이무의 창단 10주년 기념작 <마르고 닳도록>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문성근, 박광정, 박원상 등 연극을 전혀 모르는 관객에게도 익숙한 배우들이 눈 앞에 왔다갔다 한다. 영화 <미스터 소크라테스> 무대 인사 때문에 이날 연습에 빠진 강신일이나 차이무 창단 멤버로 이 작품에 참여하려고 했다가 <괴물> 촬영 때문에 막판에 출연을 포기한 송강호까지 끼었더라면 이게 영화 촬영 현장인지 연극 연습 현장인지 헷갈릴 것같다. 문성근은 이미 개봉한 <오로라 공주>에 출연했고, 박광정은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박원상은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촬영을 최근 마쳤다. 요즘 문성근과 함께 출연하는 <한반도>와 <도마뱀> 촬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강신일은 충무로와 대학로를 통틀어 가장 바쁜 배우 중 하나다. 이날의 연습현장은 이제 배우라는 낱말 앞에 ‘영화’ 또는 ‘연극’을 붙이는 게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는 최근의 흐름을 대변하는 듯 했다. 차이무의 모태가 된 연우무대는 90년대 초반부터 단원 배우들의 충무로 진출이 유독 활발했던 극단이다. 설경구, 황정민, 조승우, 장현성 등은 차이무처럼 연우무대에서 갈라져 나온 학전 출신배우들이다. 연우무대와 차이무를 이끌어온 <마르고 닳도록>의 이상우 연출가는 “극단마다 각자의 연기의 스타일이 생기면서 연우무대 배우들이 좀 일찍 영화감독들의 관심을 모은 것같다”고 말한다. 이창동 감독은 가장 먼저 연극 무대에 관심을 뒀던 영화 감독 중 하나다. 그는 차이무의 히트작 <비언소>에서 송강호를 발견해 <초록물고기>의 인상적인 악역 판수로 캐스팅했고, 송강호는 이 작품을 통해 <넘버3>에 캐스팅되면서 스타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요즘에는 작품할 때마다 보통 7~8명의 영화 감독들이 연극을 보러 와 캐스팅에 대한 상의를 하고 간다”는 게 이씨의 전언. 성지루, 정원중, 박희순, 유해진 등을 배출한 극단 목화나 정재영, 신하균, 임원희 등이 활동하는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의 이른바 ‘장진 사단’ 역시 충무로의 배우진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해왔다. 극단 목화의 열혈팬임을 자타가 인정하는 임상수 감독은 조연출 시절부터 대학로 배우들을 적극적으로 캐스팅해왔다. 임 감독은 “대학로에서 실력을 쌓은 배우들 덕에 주연 뿐 아니라 조연진이 탄탄해지면서 영화의 만듦새가 좋아진다는 걸 감독이나 제작자가 알기 때문에 대학로 배우, 충무로 배우라는 경계는 점점 더 사라져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무로가 대학로 배우들을 주목하면서 신인 배우들이 연극 무대를 단순한 ‘발판’ 정도로 생각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중견배우들에게 여전히 대학로는 고향이고 집이고 일터다. 김갑수, 박광정, 오달수 등은 극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버는 돈이 음으로 양으로 극단 운영에 도움이 됨은 물론이다. 2000년 세운 대학로 극단 신기루만화경을 이끌고 있는 배우 오달수는 박찬욱, 김지운, 류승완 등 스타급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는 배우로 최근 한석규와 함께 <음란서생>(김대우 감독)을 촬영중이다. 많은 대학로 중견배우들을 그렇듯 그 역시 ‘알바’ 삼아 영화일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영화와 연극 어느 곳에서도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촬영장에서 만나는 대학로 후배들이 영화 촬영장 특유의 배역별 ‘대접’ 차별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자기역할을 해내는 걸 보면 기특하다면서 “가족적인 분위기의 대학로에서 느끼기 힘든 그런 경험들도 배우들의 자생력이나 프로 근성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같다”고 말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영화데뷔때 연극판에서 ‘배신자’ 라 욕먹어” 배우이자 연극연출에 영화가독까지 넘보는 박광정 이제는 낡은 구분이지만 그래도 굳이 한다면 연극배우이자 영화배우이며 탤런트이자 연극연출가이며 영화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는 박광정(43). 연우무대에서 활동하던 92년 이장호 감독의 <명자, 아끼꼬, 소냐>로 영화에 데뷔한 그는 동료 권해효, 선배 최종원 등과 함께 영화와 연극의 경계를 넘나는 대학로 ‘선발대’ 그룹에 속한다. 극단배우들 생계 어려움
영화계 진출 폄하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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