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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연극배우-영화배우, 아직도 구분하세요?

등록 2005-11-16 18:29수정 2005-11-17 13:13

배우들의 충무로와 대학로를 오가는 활약이 늘어나면서 연극배우와 영화배우라는 구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문성근, 박광정, 강신일 등이 출연하는 극단 차이무의 10주년 기념작 <마르고 닳도록>의 연습현장.
 강재훈 기자 <A href=\"mailto:khan@hani.co.kr\">khan@hani.co.kr</A>
배우들의 충무로와 대학로를 오가는 활약이 늘어나면서 연극배우와 영화배우라는 구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문성근, 박광정, 강신일 등이 출연하는 극단 차이무의 10주년 기념작 <마르고 닳도록>의 연습현장.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설경구 황정민 정재영 신하균…
연극무대서 연기력 쌓아 스크린서 스타로 떠올라
김갑수 박광정 오달수…중견배우들엔 대학로가 고향

지난 11일 저녁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습실은 극단 차이무의 창단 10주년 기념작 <마르고 닳도록>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문성근, 박광정, 박원상 등 연극을 전혀 모르는 관객에게도 익숙한 배우들이 눈 앞에 왔다갔다 한다. 영화 <미스터 소크라테스> 무대 인사 때문에 이날 연습에 빠진 강신일이나 차이무 창단 멤버로 이 작품에 참여하려고 했다가 <괴물> 촬영 때문에 막판에 출연을 포기한 송강호까지 끼었더라면 이게 영화 촬영 현장인지 연극 연습 현장인지 헷갈릴 것같다.

문성근은 이미 개봉한 <오로라 공주>에 출연했고, 박광정은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박원상은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촬영을 최근 마쳤다. 요즘 문성근과 함께 출연하는 <한반도>와 <도마뱀> 촬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강신일은 충무로와 대학로를 통틀어 가장 바쁜 배우 중 하나다.

이날의 연습현장은 이제 배우라는 낱말 앞에 ‘영화’ 또는 ‘연극’을 붙이는 게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는 최근의 흐름을 대변하는 듯 했다. 차이무의 모태가 된 연우무대는 90년대 초반부터 단원 배우들의 충무로 진출이 유독 활발했던 극단이다. 설경구, 황정민, 조승우, 장현성 등은 차이무처럼 연우무대에서 갈라져 나온 학전 출신배우들이다. 연우무대와 차이무를 이끌어온 <마르고 닳도록>의 이상우 연출가는 “극단마다 각자의 연기의 스타일이 생기면서 연우무대 배우들이 좀 일찍 영화감독들의 관심을 모은 것같다”고 말한다. 이창동 감독은 가장 먼저 연극 무대에 관심을 뒀던 영화 감독 중 하나다. 그는 차이무의 히트작 <비언소>에서 송강호를 발견해 <초록물고기>의 인상적인 악역 판수로 캐스팅했고, 송강호는 이 작품을 통해 <넘버3>에 캐스팅되면서 스타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요즘에는 작품할 때마다 보통 7~8명의 영화 감독들이 연극을 보러 와 캐스팅에 대한 상의를 하고 간다”는 게 이씨의 전언.

성지루, 정원중, 박희순, 유해진 등을 배출한 극단 목화나 정재영, 신하균, 임원희 등이 활동하는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의 이른바 ‘장진 사단’ 역시 충무로의 배우진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해왔다. 극단 목화의 열혈팬임을 자타가 인정하는 임상수 감독은 조연출 시절부터 대학로 배우들을 적극적으로 캐스팅해왔다. 임 감독은 “대학로에서 실력을 쌓은 배우들 덕에 주연 뿐 아니라 조연진이 탄탄해지면서 영화의 만듦새가 좋아진다는 걸 감독이나 제작자가 알기 때문에 대학로 배우, 충무로 배우라는 경계는 점점 더 사라져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무로가 대학로 배우들을 주목하면서 신인 배우들이 연극 무대를 단순한 ‘발판’ 정도로 생각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중견배우들에게 여전히 대학로는 고향이고 집이고 일터다. 김갑수, 박광정, 오달수 등은 극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버는 돈이 음으로 양으로 극단 운영에 도움이 됨은 물론이다. 2000년 세운 대학로 극단 신기루만화경을 이끌고 있는 배우 오달수는 박찬욱, 김지운, 류승완 등 스타급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는 배우로 최근 한석규와 함께 <음란서생>(김대우 감독)을 촬영중이다. 많은 대학로 중견배우들을 그렇듯 그 역시 ‘알바’ 삼아 영화일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영화와 연극 어느 곳에서도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촬영장에서 만나는 대학로 후배들이 영화 촬영장 특유의 배역별 ‘대접’ 차별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자기역할을 해내는 걸 보면 기특하다면서 “가족적인 분위기의 대학로에서 느끼기 힘든 그런 경험들도 배우들의 자생력이나 프로 근성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같다”고 말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영화데뷔때 연극판에서 ‘배신자’ 라 욕먹어”

배우이자 연극연출에 영화가독까지 넘보는 박광정

이제는 낡은 구분이지만 그래도 굳이 한다면 연극배우이자 영화배우이며 탤런트이자 연극연출가이며 영화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는 박광정(43). 연우무대에서 활동하던 92년 이장호 감독의 <명자, 아끼꼬, 소냐>로 영화에 데뷔한 그는 동료 권해효, 선배 최종원 등과 함께 영화와 연극의 경계를 넘나는 대학로 ‘선발대’ 그룹에 속한다.

극단배우들 생계 어려움
영화계 진출 폄하 않기를

“처음에는 연극판에서 욕도 많이 먹었어요. 배신자라고(웃음). 그래도 제가 단원으로 있던 한양 레퍼터리나 연우무대는 자유롭고 열려있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부담없이 오갈 수 있었던 거죠.” 최근 2~3년 동안은 스크린 활동이 뜸했다 싶었는데 그는 “불러주는 데가 없었어요”라고 말한다. 그만큼 그가 해오던 ‘감초’ 연기를 대신할 대학로 배우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라 별 불만은 없다. “활동 초기만 해도 영화계와 연극계가 서로를 은근히 무시하던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연극하고 온 배우들을 충무로에서 더 높게 평가하죠.”

충무로가 대학로의 배우들을 빼간다는 우려와 달리 그는 최근의 흐름을 반갑게 생각한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배우들의 생계 문제다. “극단 단원 생활로 아이들 키우면서 생활하기 힘든 걸 누구나 아는데 영화 활동을 안좋은 시선으로 보는 건 너무 편협한 시선”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비교적 분위기가 완고한 연극계에서는 10년 정도 해야 신인배우상 후보에 오르는데 젊은 배우들이 무대를 1~2년 정도 경험하면서 충무로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생각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 게 안타깝다”고 말한다.

영화 관객이나 텔레비전 시청자들에게 박광정은 배우로 알려져있지만 그의 전공은 연출에 가깝다. 초연 때 송강호가 출연했고 지난해에는 충무로 스타 류승범이 출연을 자청했던 차이무의 대표작 <비언소>를 연출했고 지금은 자신의 극단 파크를 이끌면서 근래 몇년 동안 연기보다 연출 작업에 집중했다. 내년에는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 “몇년 전에 무대에 올렸던 <진술>을 먼저 영화로 만들려고 했는데 제작사 사정으로 엎어졌어요. 극단도 운영해야 하고 출연 제의도 계속 있어서 흐지부지됐죠.(웃음) 그런데 같이 연극하던 방은진씨가 여러번 엎어지는 것도 굴하지 않고 독하게 영화를 밀어붙이는 거 보면서 내가 너무 쉽게 도망만 다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의 감독 데뷔작이 될 <가마다 행진곡>(가제, 싸이더스 제작)은 일본 현대연극의 대표작가인 쓰카 고헤이의 작품을 일본 감독 후카사쿠 긴지가 영화로 만들었던 작품이다. <아트>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이자 극작가인 유연수가 각색을 하고 있다. “연극배우 이야기니까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고, 또 배우로 영화판을 왔다갔다 했으니 완전 초보보다는 좀 수월치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죠.” 연극 <마르고 닳도록>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영화 작업에 매달릴 생각이다. 많은 배우들과 친하니 캐스팅은 쉽겠다고 말했더니 돌아오는 대답. “배우들은 만나기 수월한데 매니저를 만나기가 힘들어서요.(웃음)”

글·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대학로는 늘 배고프다

배우들 평균연봉 50만원정도 점심값 없어 도시락 싸 다니고 개런티 지하철 정기권 받기도

연봉 500만원 이상을 받는 연극배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평균 연봉이 50만원 정도라고 보면 될 거라는 게 연극계의 전언이다. 보통 사람들과 비교해도 ‘0’이 한 두개는 적다.

연극배우들의 가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상대적 박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똑같이 ‘연기’로 먹고 사는 영화 쪽과의 차이가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영화 쪽의 러브콜만 받으면 언제든지 뛰어갈 수밖에 없다. 특히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 30대 이상 남성 배우의 경우 더욱 그렇다.

유서깊은 극단에 속하는 ㅁ극단은 배우들의 개런티를 지하철 정기권으로 준다. 그나마 밥이라도 챙겨주는 극단은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ㅊ극단의 경우 밥 해줄 돈이 없어 배우들이 도시락을 싸들고 다닌다. 연극계 한 관계자는 “국내 최고의 배우라는 평가를 받는 배우 ㅇ씨가 최근 상연된 한 대작 연극에 출연을 의뢰받으면서 제안받은 개런티가 고작 200만원이었다”고 전했다.

연극은 영화에 견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능동적인 관객을 필요로 한다. 소극장 위주의 공연이 많아 객석 수입도 ‘쥐꼬리’ 수준이다. 그나마 웬만한 작품의 경우엔 유료 판매율이 50%를 넘기기 힘들다. 문화예술위원회나 자치단체에서 주는 지원금은 워낙 소액(대개 2천만원 가량)이어서, 음악이나 무대, 의상 등 기본 경비에 쓰고 나면 배우들에게 돌아갈 몫이 없다. 작품에 쓰이는 소품을 직접 만들어 쓰는 극단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얼굴이 알려진 스타 배우의 출연은 연극계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올해 초 배우 양동근이 출연한 ‘극단76’의 <관객모독>(연출 기국서)은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다. 양동근은 이 작품을 통해 “연극배우 출신이 아니면서도 관객들의 호흡을 읽어낼 줄 아는 창조력 있는 배우”라는 찬사를 받았다. 스타와 연극계의 대표적인 상생 사례였던 셈이다.

“연극계가 워낙 어렵잖아요. 영화배우들이 연극에 출연하면 연극계에 큰 도움이 되죠. 배우 자신에겐 연기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구요. 또 연극배우가 영화에 출연하면 영화가 훨씬 좋아진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영화와 연극이 서로 유기적으로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면 좋겠습니다.”(기국서)

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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