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26일 개봉)는 220억원이라는 큰 스케일의 제작비, 일제강점기의 잊힌 역사라는 소재의 화제성, 류승완이라는 스타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 등 때문에 크랭크인을 하기도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영화팬을 기대감에 부풀게 하는 것은 이 영화를 통해 내로라하는 톱배우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작품 안에서 서로 다른, 그러나 존재감 확실한 연기를 펼친 두 주연배우 소지섭·송중기를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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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결혼 이야기가 많이 나와 당황스럽죠. 아, 서로 호칭요? ‘중기야~ 혜교야~’라고 해요. 하하하. (결혼이) 배우로서 몰랐던 걸 알아가고 더 성장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계기가 될 것 같아 기대돼요. ‘해보니 어떠냐’고 몇 년 뒤에 한 번 더 물어주실래요? 하하하.”
송중기(32)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조심스러웠다. 5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인데다 반드시 ‘1000만 고지’를 넘어야 하는 대작인 <군함도> 개봉을 앞에 두고 ‘송혜교와 결혼’이라는 이슈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어떤 질문도 피하지 않았고, 솔직하고 담담하게 답했다. 예의 그 모범생다운 성실함으로.
그는 류승완 감독과 함께 작업하고 싶어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감독님의 <주먹이 운다>라는 영화를 정말 좋아해요. 제대 전부터 감독님 차기작을 같이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어요. <군함도> 시나리오를 봤을 때, 사람들에게 들려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실화가 가지는 알맹이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고, 긴장감의 연속인 전개도 맘에 들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준비 과정과 촬영 과정 전체가 32살 젊은이 송중기에게도 큰 배움의 기회였네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과 영화 <늑대소년>으로 얻은 꽃미남 이미지를 <태양의 후예>를 통해 남성미로 바꿔낸 영리한 배우 송중기. 이번엔 <군함도>에서 조선인의 신망을 받는 독립운동가 구출 임무를 부여받고 군함도에 잠입한 광복군 요원 ‘박무영’ 역을 맡았다. 얼핏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 대위가 오버랩된다. 두 배역 모두 군인이고, 둘 다 멋지다. “<태양의 후예> 촬영 중 제안을 받은 거라 감독님이 그 작품 때문에 저를 선택하신 것은 아닐 거예요. 언론에서 (유시진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해서 그제야 그런가 싶었어요. 평가가 그렇다니 곱씹어 볼 필요가 있겠네요.” 아쉬운 평가에도 그의 태도는 겸손하다.
무영은 후반부 조선인의 탈출을 주도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계획과 동선을 짜고, 무리를 이끈다. 배우 중 막내지만 배역의 비중은 절대 작지 않다. 하지만 그는 ‘비중’에 다른 해석을 내놨다. “어린아이까지 고사리손으로 다리를 놓기 위해 밧줄을 끌어당기고,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그 장면이 감동적이더라고요. 무영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작전에 참여한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여서 이뤄진 신인 듯해요.”
<군함도>는 송중기에게 ‘치열함’이란 말로 등치된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찍었다. “시나리오상으론 탈출신이 정말 힘들 줄 알았는데, 실전에서는 탄광신이 제일 힘들었어요. 좁은 갱도를 기어 다니며 촬영하는데, 훈도시(일본 전통 남성 속옷)만 입고 있으니 보호장구도 착용할 수 없었죠. <국제시장> 때 이미 경험을 해본 황정민 선배님이 경고했을 때 각오했어야 했는데…. 하핫.”
봉사·기부·재능기부가 잦아 ‘미담 배우’라고도 불리는 송중기. 그는 이런 수식어가 “배우에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배우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사회적으로 민감하니 자유롭지 못해요. 다들 더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도 갖게 되고요. 이제 미담 배우 자리는 (박)보검이한테 물려줘도 될 것 같아요. 하하하. 결혼을 하고 나면 어떤 부분에서는 좀더 자유로워질 것 같은데, 아닌가요?” 유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