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죽음과 여자 8명, 범인은?
8명의 여인들(K2 밤 11시5분)=현대 프랑스 영화계의 젊은 감독 가운데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프랑수아 오종의 스릴러 뮤지컬. 카트린 드뇌브, 이자벨 위페르, 에마뉴엘 베아르, 그리고 주목받는 신예인 루디빈 사니에르 등 여러 세대에 걸친 최고의 프랑스 여배우들이 한 작품에 모이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폭설로 고립된 저택의 크리스마스 아침. 이집의 가장인 아버지가 살해된 채로 발견된다. 전화선까지 끊겨 경찰에 연락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건의 유일한 단서는 개들이 밤새 짖지 않았다는 사실뿐이다. 즉 침입자가 아닌 내부자의 소행으로 남자의 아내와 두 딸, 장모와 처제, 여동생, 그리고 두명의 하녀 모두가 용의자가 된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쥐덫>을 연상시키는 플롯이지만 감독의 관심사는 누가 범인인가보다 전날 밤의 시간을 재구성하면서 양파껍질 벗기듯 드러내는 가족의 비밀이다. 전작들에서 중산층 가족 이데올로기를 신랄하게 야유해왔던 오종은 이 작품에서 코믹한 분위기의 뮤지컬을 도입해 경쾌하게 자신의 주제를 변주해낸다. 15살 이상 시청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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