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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성추행 논란 피하기, 사전 합의대로 찍기가 ‘답’

등록 2017-11-12 15:41수정 2017-11-12 19:50

“겁탈 장면을 찍는 과정에서 남자 배우에게 추행을 당했다” “감독의 지시와 콘티대로 했을 뿐, 억울하다.”

최근 불거진 영화계 성추행 논란을 둘러싼 공방은 점점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2015년 한 멜로영화 촬영 도중 옷을 찢고 성폭행을 하는 장면에서 여배우가 상대 배우인 조덕제씨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고소를 하면서 시작됐는데요. 조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유죄(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선고가 내려지자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나섰죠.

여성단체와 영화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남자 배우 조덕제씨가 성폭력 사건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을 환영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단체와 영화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남자 배우 조덕제씨가 성폭력 사건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을 환영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회견과 맞대응 기자회견, 메이킹 필름 공개에 이어 감독이 “조씨에게 그런 연기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사건은 점점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조씨는 지난 7일에도 일부 스태프와 함께 추가 기자회견을 열어 눈물로 무고함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양쪽의 주장이 첨예한 가운데 재판이 진행 중이라 누구도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영화의 완성도’를 명분으로 누군가의 소중한 인권이 짓밟히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더불어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중요한 지점이 또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촬영장에서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인데요. 사실 영화계의 성폭력 사건은 잊을 만하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불과 몇달 전에도 방송인 겸 배우 곽현화씨의 노출 장면 무단 공개와 김기덕 감독의 여배우 폭행·강요 문제가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런 사건은 우리나라 영화 촬영 현장이 얼마나 후진적인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영화계에서 오래 일한 한 스태프는 “특히 저예산 영화의 경우 시나리오에는 없지만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신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시나리오에 있었지만 현장에서 사라지는 신이 많다. 상황 논리에 따라 바뀌는 주먹구구식 촬영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민감한 장면일수록 촬영 전 감독과 배우들 사이에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고, 이것을 시나리오나 계약서 등의 문서에 정확히 기재해야 하는데도 이런 중요한 과정이 관행적으로 무시되면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다는 거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영화계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를 돌아보고 바로잡으려면 문제적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합의된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영화계는 물론 관련 부처와 단체가 함께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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