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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할로~ 인니! ‘컬처 로드’ 방향타 돌린 한국영화

등록 2017-11-17 05:00수정 2017-11-17 08:10

사드로 중국 ‘한한령’ 수난 겪자
동남아 최대시장 인도네시아에 눈길
‘군함도’ 등 직배 통해 가능성 발견

‘사탄의 숭배자’ 등 합작영화 대박
CGV·롯데시네마 극장 오픈 줄이어
씨제이이앤엠이 인도네시아와 합작한 <사탄의 숭배자>. 씨제이이앤엠 제공
씨제이이앤엠이 인도네시아와 합작한 <사탄의 숭배자>. 씨제이이앤엠 제공
#1. ‘410만명. 올해 인도네시아 흥행 순위 1위, 역대 로컬영화 흥행 순위 4위.’

씨제이이앤엠(CJ E&M)이 인도네시아 제작사 ‘라피 필름’과 공동제작한 공포영화 <사탄의 숭배자>가 이뤄낸 놀라운 흥행성적이다. 이 작품은 지난 9월 개봉 뒤 3주 동안 인도네시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킹스맨> 등 쟁쟁한 외화와 로컬영화를 압도했다. 인도네시아영화제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으며, 촬영상·미술상 등 7개 부문을 석권했다.

#2. ‘2018년 1월11일.’

쇼박스 유정훈 대표는 “이날은 해외진출 사업에서 뜻깊은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쇼박스가 인도네시아 파트너와 공동제작한 영화 <포에버 홀리데이 인 발리>의 개봉일이기 때문이다. <포에버…>는 한국 아이돌 스타가 우연히 만난 인도네시아 여대생의 도움으로 발리섬을 여행하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인도네시아판 <수상한 그녀>를 연출한 오디 하라합이 감독을, 엠블랙 출신 천둥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됐다.

한국 영화업계가 해외 진출의 방향타를 인도네시아로 돌리고 있다.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경색됐던 한-중 관계가 해빙 모드로 접어들고 있다지만, 정치적 이슈 탓에 ‘컬처 로드’마저 봉쇄당하는 뼈저린 경험을 한 영화업계는 명확한 교훈을 얻었다. “중국 시장에만 의존하는 해외 진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한한령’(한류제한령)이 맹위를 떨치는 동안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한 곳이 바로 인도네시아다.

<사탄의 숭배자> 씨제이이앤엠 제공
<사탄의 숭배자> 씨제이이앤엠 제공
■ 인도네시아 진출 역사와 성과 인도네시아 진출에 가장 발 빠른 움직임과 성과를 보인 곳은 씨제이이앤엠이다. 2013년 <늑대소년>으로 인도네시아 직배 사업을 시작한 씨제이이앤엠은 지난 5년 동안 <감기>, <설국열차>, <명량>, <국제시장> 등 총 35편의 한국 영화를 인도네시아에 소개했다. 특히 지난여름 개봉한 <군함도>는 누적 관객 20만명을 넘어서는 성적을 거두며 인도네시아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흥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렇게 직배 사업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적응한 씨제이이앤엠은 지난해부턴 인도네시아와 합작영화를 만들면서 현지화 전략을 펴고 있다. 임명균 영화사업부문 해외사업본부장은 “작년 2월 첫 합작영화 <내 마음의 복제>를 시작으로 10월 메디컬 로맨스 <차도 차도>를, 올해엔 <스위트 20>(인도네시아판 <수상한 그녀>)와 <사탄의 숭배자>까지 잇달아 개봉했다”며 “<스위트 20>도 10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해 올해 인도네시아 개봉영화 흥행 7위에 이름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자료: 씨제이이앤엠, 영화진흥위원회
자료: 씨제이이앤엠, 영화진흥위원회
극장업계도 인도네시아를 향해 잰걸음을 옮기는 중이다. 2013년 1월 현지 극장 체인 블리츠메가플렉스를 위탁 경영하며 인도네시아에 뛰어든 씨제이씨지브이(CGV)는 올해 1월 씨지브이로 브랜드를 전환했다. 그리고 9개월 만에 관객 1천만명 돌파 기록을 세웠다. 씨지브이는 공격적인 시장 공략으로 진출 당시 9개 극장, 76개 스크린에 불과했던 사업 규모를 5년 만에 35개 극장, 233개 스크린으로 늘리며 현지 2위 극장사업자로 자리를 굳혔다. 1980년대부터 독과점을 유지해온 현지 극장사업자 시네마21의 점유율을 70%까지 하락시켰다. 김경태 씨지브이 인도네시아 법인장은 “2020년까지 100개 이상의 극장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롯데시네마도 올해 인도네시아 극장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내년 중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동남아에 극장 15개를 추가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상한 그녀>의 인도네시아판 <스위트20> 씨제이이앤엠 제공
<수상한 그녀>의 인도네시아판 <스위트20> 씨제이이앤엠 제공

■ 왜 하필 인도네시아인가? 영화업계가 인도네시아에 눈독을 들인 이유는 바로 ‘거대한 시장 규모’와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인구수는 한국의 5배인 2억6천만명으로 세계 4위다. 지난해 영화 시장 규모는 2억8천만달러(3천억원 이상), 연 관람객수는 1억명을 웃돈다. 이는 동남아시아 영화 시장 중 최대, 세계 15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1인당 연평균 영화관람 횟수는 0.4회에 그쳤다. 영화관 수도 턱없이 부족해 전체 스크린이 1461개(올해 8월 기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인구수를 고려할 때 인도네시아의 영화관은 앞으로 1만5천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미 인도네시아의 스크린 수는 5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현재보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더 큰 셈이다.

로컬영화 성장세가 점차 가속화되는 것도 합작을 통해 현지화를 꾀하는 우리 기업들엔 호재다. 지난해 로컬영화의 박스오피스 점유율은 32%를 기록해 20%대였던 최근 몇년에 견줘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개봉 편수도 2014년 100편을 넘기 시작해 2015년 111편, 2016년 121편으로 늘었다. 100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로컬영화도 2015년까지 평균 2~3편 정도였지만, 지난해엔 10편을 기록했다.

<차도 차도> 씨제이이앤엠 제공
<차도 차도> 씨제이이앤엠 제공
자료: 씨제이이앤엠, 영화진흥위원회
자료: 씨제이이앤엠, 영화진흥위원회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가 영화 시장을 전면 개방한 것도 우리 영화업계가 인도네시아 진출을 가속화한 이유가 됐다. 임명균 본부장은 “인도네시아가 대통령령을 통해 ‘투자 네거티브 리스트’에서 영화산업 분야를 제외하면서 외국인 투자가 100% 가능하도록 시장을 개방한 것이 투자 환경을 급변하게 했다”고 짚었다. 쇼박스의 <포에버…> 역시 시장 개방 뒤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한 인도네시아 합작영화 포럼을 통해 추진됐다.

인도네시아에 위력을 떨치고 있는 ‘한류’도 우리 영화업계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쇼박스 관계자는 “케이팝과 드라마의 인기로 인한 한류열풍이 합작영화의 홍보와 마케팅을 더 수월하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포에버…> 주연을 아이돌 출신 천둥에게 맡긴 것도 한류를 의식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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