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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스릴 넘치는 스릴러의 흥행대결

등록 2017-11-27 05:03수정 2017-11-27 07:45

29일 개봉 ‘반드시 잡는다’ vs ‘기억의 밤’
백윤식·성동일·천호진 노련한 연기 ‘반드시’
범죄 스릴러 틈새 공략한 ‘노인 스릴러’ 시도 참신
사회문제 녹여내다 다소 억지 느낌

숨막히는 긴장감으로 몰입도 자랑하는 ‘기억’
장항준 감독 9년만의 복귀작 눈길
후반부 지나친 서사적 설명 아쉬워
영화 <반드시 잡는다>의 한 장면. ㈜NEW 제공
영화 <반드시 잡는다>의 한 장면. ㈜NEW 제공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하는 이야기 구조, 노련한 배우들의 쫄깃한 연기력,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의 묘미까지 ‘스릴러 영화’가 갖춰야 할 요소는 많다. 이 균형추가 하나라도 무너지면, 관객은 “뻔~하다”며 실망을 토해내기 마련이다. 11월, 싸늘한 겨울 공기와 함께 찾아온 스릴러 영화 두 편은 과연 복잡다단한 요소를 잘 요리해 까다로운 장르물 관객의 구미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오는 29일 나란히 스크린을 공략하는 <반드시 잡는다>와 <기억의 밤>을 비교해 본다.

영화 <반드시 잡는다>의 한 장면. ㈜NEW 제공
영화 <반드시 잡는다>의 한 장면. ㈜NEW 제공
■ 백전노장이 펼치는 ‘노인 스릴러’…<반드시 잡는다>

<반드시 잡는다>는 범죄 스릴러가 범람하는 한국 영화계에서 틈새시장을 영리하게 공략한 영화다.

낙후된 아리동에서 30년 넘게 산 터줏대감 심덕수(백윤식)는 주민들과 마주치기만 하면 월세를 독촉하고 괜한 심술을 부리는 괴팍한 영감이다. 몇 달째 월세가 밀린 202호 최씨에게 모질게 월세를 독촉한 다음날, 최씨가 목을 매 자살한다. 동네 사람들은 심덕수가 최씨를 죽게 만들었다고 욕하지만, 사실 전직 형사 최씨는 죽기 전날 심덕수와 술잔을 기울이며 “최근 동네 노인이 잇달아 죽은 것은 연쇄살인”이라는 말을 남겼다. 30년 전 아리동에서 발생했으나 미결로 남은 연쇄살인 사건과 동일한 수법이라는 것.

죽은 최씨의 동료인 전직 형사 박평달(성동일)은 30년의 시차를 두고 발생한 사건을 해결하려 하고, 동네 사정을 잘 아는 심덕수에게 힘을 보탤 것을 요구한다. 두 백전노장은 이때부터 ‘좌충우돌’ 범인 추적에 나선다.

인기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를 원작으로 한 <반드시 잡는다>는 일반적인 범죄 스릴러의 외피를 쓰고 있다. 여기에 ‘노인 혐오’와 ‘노인 고독사’, ‘무너진 계층 이동의 사다리’ 등의 사회 문제를 결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다소 딱딱한 주제지만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웃음 코드는 그 무게감을 상쇄시킨다.

영화 <반드시 잡는다>의 한 장면. ㈜NEW 제공
영화 <반드시 잡는다>의 한 장면. ㈜NEW 제공
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는 백윤식·성동일·천호진이라는 중량감 있는 세 배우의 환상적인 연기 조합이다. ‘21세기형 스크루지’를 찰지게 연기한 백윤식, 언어유희와 느물느물함으로 웃음을 안기는 성동일,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압도적 눈빛 연기의 천호진까지 삼각편대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각자의 존재감을 충분히 뽐내는 노장들의 연기력이 찬사를 자아낸다. <기술자들>, <공모자들> 등 전작에서도 드러난 김홍선 감독의 뚝심있고 밀당에 능한 연출도 강점이다.

물론 다층적인 사회 문제를 녹여내면서도 개연성까지 갖추려는 욕심을 내다 보니 다소 억지스러운 지점도 눈에 띈다. 하지만 곧 무너질 듯 낡은 아리동 빌라와 그 주변 골목을 힘겹게 누비는 백윤식이 상징하듯, 이 영화는 ‘노인의,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스릴러’다. 그 참신한 시도만으로도 후한 점수를 줄 법하다.

영화 <기억의 밤>의 한 장면.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영화 <기억의 밤>의 한 장면.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 “당신의 기억을 의심하라”…<기억의 밤>

<기억의 밤>은 충무로의 대표적 이야기꾼 중 한명인 장항준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9년 만의 복귀작이다. 관객의 눈과 귀를 잡아두는 강력한 흡인력과 그것을 극대화하는 이야기 구조가 강점인 작품이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못하는 것이 없는 형 유석(김무열)을 존경하는 진석(강하늘). 최근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게 된 유석이지만, 입시에 실패하고 신경쇠약을 앓는 삼수생 진석에게는 여전한 우상이다. 새집으로 이사 온 첫날, 형 유석은 납치를 당하고, 19일 만에 집으로 돌아와선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평범한 일상을 이어간다. 진석은 묘하게 달라진 형을 보며 ‘우리 형이 아니’라는 의심을 품게 되지만, 가족들은 이런 의혹을 진석의 신경쇠약 탓으로 돌린다. 약 복용을 걸러 기억이 왜곡됐다는 자괴감에 시달리던 진석은 형의 뒤를 쫓게 되고, 하나씩 밝혀지는 진실에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받게 된다.

영화 <기억의 밤>의 한 장면.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영화 <기억의 밤>의 한 장면.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영화는 중반까지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팽팽한 긴장감과 몰입도를 자랑한다. 관객은 진석의 의심과 기억의 편린,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 흩어진 단서를 따라 헤매며 이야기에 몰입한다. 공포와 스릴러 사이의 줄타기를 즐기며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내내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중반 이후 사건의 갈피가 잡히는 지점부터 의혹의 전모를 너무 서사적으로 설명하려 드는 점은 아쉽다. 스릴러의 매력이 반감되는 지점이다. 20년 전(1997년) 시대상을 사건의 결정적 발단으로 설정한 점은 시의적절하지만, 스릴러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시도가 100% 매끄럽지만은 않다. 건축으로 따지면 골조는 튼튼하게 놓았는데 실내 디자인이 과한 느낌이랄까.

영화 <기억의 밤>의 한 장면.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영화 <기억의 밤>의 한 장면.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기억을 잃어버린’ 진석과 ‘시간을 잃어버린’ 유석, 그로 인해 똑같이 삶이 망가진 둘의 비극적 사연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은 무척이나 끔찍해 되레 현실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장항준 감독의 이야기꾼다운 면모가 살아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더해 망각과 기억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진석을 섬세하게 연기한 강하늘, 모범생과 악당을 오가는 야누스적 인물인 유석을 설득력 있게 연기한 김무열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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