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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충무로 복귀 장항준 “나는 영화감독이다”

등록 2017-11-30 20:37수정 2017-11-30 21:34

드라마·예능 등 외도 9년 만에
영화 ‘기억의 밤’으로 본업 복귀
장기 ‘코미디’ 대신 ‘스릴러’ 선택
배우 전도연, 비명 지르며 관람
“관객 반응도 그랬으면…하하”
장항준 감독.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장항준 감독.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채플린의 피’와 ‘히치콕의 피’가 흐르는데, 둘 중 어느 쪽이 강하냐는 시기에 따라 좀 다른 것 같아요. 전 초기엔 채플린의 피가, 나이가 드니 히치콕의 피가 힘을 발휘하나 봐요. 하하하.”

충무로의 ‘재기 넘치는 이야기꾼’ 장항준(48) 감독이 9년 만에 돌아왔다. <라이터를 켜라>, <불어라 봄바람> 등 코미디가 장기였던 그의 복귀작은 스릴러인 <기억의 밤>.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주한 장 감독은 “나이 먹어 체질이 바뀌었다”고 너스레를 떨다가 “사실 드라마 <싸인>의 극본을 쓰면서 스릴러에 꽂혔다는 설명이 더 맞겠다”고 부연했다. <싸인>은 2011년 아내인 김은희 작가와 함께 집필한 국내 최초 메디컬 수사 드라마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큰 화제를 모았다. “웃음을 통해 사회 부조리를 풍자하는 코미디는 우디 앨런처럼 거장이 아니면 인간의 본질까지 고찰하기 쉽지 않은데, 스릴러는 호기심, 공포, 금기 등 인간 심연의 감정을 끄집어낸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것 같아요.”

<기억의 밤>은 납치된 뒤 기억을 잃고 변해버린 형 유석(김무열)과 그런 형의 뒤를 쫓다 자신의 기억마저 의심하게 되는 동생 진석(강하늘)의 이야기다. 두 형제의 운명을 비극으로 몰고 간 충격적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뼈대로 한다.

한 달 안에 초고를 쓸 만큼 손이 빠르다는 장 감독이 ‘1년이란 긴 시간’을 들여 시나리오를 완성한 <기억의 밤>, 그 상상의 실마리는 무엇이었을까? “2014년 말, 술자리에서 한 친구가 ‘사촌 형이 가출했다 돌아왔는데, 묘하게 이상해졌더라’고 한 거죠. 제가 ‘자세히 보지 그랬어? 그 사람은 네 사촌 형이 아니야’라고 했어요. 근데 사람들이 ‘으악, 소름 돋아’라는 반응을 보인 거예요.” 신이 난 장 감독은 ‘형이 눈앞에서 납치를 당했다’, ‘기억을 잃었다’는 식으로 살을 붙여가며 술자리마다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딱, ‘익숙한 것의 낯설어짐’에 대한 스릴러를 써보자고 결심을 했죠.”
장항준 감독.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장항준 감독.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시나리오가 완성되기까지는 ‘촘촘한 취재 과정’이 뒤따랐다. 영화 속 설정과 같은 기억상실이 가능한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법의학자에게 자문을 구했고, 정신분석학자를 3개월 동안 만나 심리학에 대해 공부했다. 심지어 영화의 주요한 공간인 ‘형제가 사는 집’의 구조까지 그려 건축 전문가에게 실현 가능한지 문의했다.

이렇게 열정이 넘치는 장 감독이 어떻게 9년 동안 영화판과 떨어져 있었을까? 그동안 그는 <위기일발 풍년빌라>, <싸인>, <드라마의 제왕> 등 드라마 각본, 예능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특집 연출, 영화 <끝까지 간다> 각색 등 ‘다양한 외도’를 해왔다. “저는 ‘대중문화의 에이디에이치디(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에 걸렸다고 표현하는데…. 하하하. 솔직히 영화를 준비했는데 투자도 캐스팅도 잘 안됐어요. 드라마로 돈은 많이 벌었지만 본업에 대한 갈증이 심했죠. 조급함이 극에 달한 순간, 다 내려놓고 쓰고 싶은 걸(스릴러) 쓰자고 결심하니 편해지더군요.”

9년 만의 복귀작이니 흥행에 대한 기대감도 클 터. “브이아이피 시사 때 누가 제 뒤에서 비명을 지르며 보는 거예요. 영화 끝난 뒤 전도연씨가 ‘죄송해요. 감독님. 너무 몰입해서…’라더군요. 관객이 전부 전도연씨 같은 반응이었으면…. 하하하.”
장항준 감독.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장항준 감독.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가장 든든한 우군인 아내 김은희 작가의 평가도 궁금했다. “초고를 보여주니 ‘재밌다. 잘될 것 같다’고 했어요. ‘혹시 내가 비몽사몽 간에 도와줬나?’라고 농도 던지더군요.” <위기일발 풍년빌라>, <싸인> 등에 이어 다시 아내와 협업을 할 마음이 있냐니 “<싸인>까지는 저한테 헤게모니가 있었는데, 이젠 은희가 더 유명해졌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데 분산투자 해야 된다”며 웃었다.

구상 중인 작품 역시 스릴러라는 장 감독. 스릴러 갈증이 아직 해소가 안 됐단다. “군 내무반 막사에서 수류탄이 터져요. 10여명이 죽거나 다쳤는데, 살아남은 자들의 증언이 제각각인 거예요. 각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재구성하는 거죠.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처럼….” 신이 나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장 감독은 역시나 돌아온 충무로의 이야기꾼다웠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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