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발표 중인 서정 씨제이 씨지브이(CJ CGV) 대표. 씨제이 씨지브이 제공
“2017년은 한국 영화 시장이 정체기에 들어섰음이 확실히 증명된 한 해였다.”
씨제이 씨지브이(CJ CGV)는 지난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씨지브이 용산아이파크몰에서 ‘2017 영화시장 결산과 2018년 트렌드 분석’을 주제로 ‘송년 씨지브이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을 개최했다. 씨지브이 리서치센터는 자체 관객과 최근 5년간의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를 보면, 올해 1~11월 국내 영화 관람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87만여명이 감소했다. 영화 관람객 수는 2013년 2억명을 돌파한 뒤 5년째 정체 상태다. 서정 대표는 “2014년엔 세월호, 2015년엔 메르스, 지난해엔 촛불정국이 관객 수에 영향을 줬다지만, 올해도 2억1700만명 수준에 머무르게 될 것으로 보여 한국 영화가 본격적인 정체기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관객 감소의 첫번째 원인으로는 기대작들의 흥행 실패가 꼽힌다. 올해 <군함도>, <남한산성>, <덩케르크>,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등 흥행작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국내외 영화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이로 인해 올해 300만명 이상 관람 영화는 예년에 견줘 줄었고, 200만명 이상 영화는 크게 늘었다. 하지만 허리가 두터워졌다기보단 예상 관객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전체 영화 시장을 키우는 데는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원 씨지브이 리서치센터장은 “요즘엔 영화 자체가 이슈화가 잘 안 된다. 개봉 영화도 너무 많고, 영화 말고도 다른 오락거리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객 1만명 이상을 기준으로 영화 편수는 2013년 282편에서 2017년 370편으로 늘었다. 2013년엔 매주 5.22편이 개봉하던 것에 견줘 이젠 매주 6.85편이 상영된다는 뜻이다. 더불어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는 기간도 현저히 줄었다. 개봉 영화의 수명이 짧아진다는 뜻이다.
한국 영화 관객이 줄어든 것도 시장 정체에 큰 영향을 끼쳤다. 1~11월 한국 영화 관객 비중은 50%에 채 미치지 못했다. 흥행 20위권 관객도 지난해 대비 90%에 불과했다. 천편일률적인 한국 영화의 소재와 장르가 관객들의 외면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한국 영화 흥행 20위 안에 든 작품 중 범죄·액션 영화는 11편으로 55%에 달했다. 이는 결국 핵심관객층인 ‘2030’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2030 세대는 액션·범죄 영화 관람 후 만족도가 3.50~3.51로 평균(3.55)을 밑돌았다.
물론 관객 수 감소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구구조의 변화라는 것이 씨지브이의 분석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핵심관객층 중 하나였던 30~34살 관객 비중이 2013년 18.1%에서 올해는 14.1%로 줄었다. 10대 관객도 4.3%에서 올해 2.8%로 급하락했다. 반면 50대 관객은 5.8%에서 올해 10%로 증가했다.
서정 대표는 “극장 수는 2006년 134개에서 올해 360개로 늘었지만, 스크린당 관객 수는 14만여명에서 8만4천명으로 줄었다.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고, 인구구조 변화, 에스엔에스의 발달, 여가 문화 변화 등에 따라 영화에 대한 관심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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